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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진짜?
로럴 스나이더 지음, 댄 샌탯 그림, 홍연미 옮김 / 오늘책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음...오랜만에 머리쓰며 그림책을 읽어봅니다.
이 책을 뭐라고 소개해드려야할까요?
앞뒤로 현란하게 책장을 넘기는 손길과 터져나오는 웃음,
그리고 책장을 덮고 나서 다시!! 또!! 하는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고나 할까요?
새로 쓰여지는 옛이야기 그림책의 결정판 같습니다.
독자가 작가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그림책 1권에 92페이지.
그 안에 30가지가 족히 될거 같은 제각각 다른 결말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인지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지요.

표지 디자인에 빨간 모자와 바구니, 그 옆에 자리한 늑대와 돼지까지 보면 익숙한 옛이야기 그림책같은데,
술술 넘어갈 것 같은 페이지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거의 1시간을 즐겼어요.
표지만 보아도 넘쳐나는 아우라가 엄청납니다.
반짝이는 금박이 이리 찍어도 저리 찍어도 제 똥손에서는 드러나지 않아서 포기.
이 책 표지의 매력은 직접 눈으로 보셔야 드러납니다.
마치 앵글로 색슨족 금속공예에서 넘실대던 뱀문양 인터레이스 문양같기도 하고요.
자세히 보면 화살표들의 엉킴 모양새입니다.
독자의 독자의 선택에 따라 이리저리 달라지는 이야기의 모양새를 핵심적으로 잘 담아낸 디자인인 듯합니다.
아이들과 옛이야기를 읽다보면 아이들이 먼저 앞서가서 이야기할 때도 있지요.
나 그거 아는데, 늑대 나오는데, 늑대가 잡아먹어.
아흐...이런 스포일러 같으니라고.
어떨 때는 화를 내기도 합니다.
백설공주는 왜 자꾸 말도 안듣고 문을 열어줘.
아니..거기 가지마. 먹지마. 진짜...
아이들이 이야기 속 주인공에 감정 이입을 하기도 하고 스스로 판단하기도 하지요.
만약 우리 아이들이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어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한 생각에서 이 그림책은 시작됩니다.

로지에게 엄마가 심부름을 시키십니다.
너무나 익숙한 내용이지요. 편찮은 숲속의 할머니에게 케이크를 가져다주고 오라는...

그런데 여기서부터 로지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어떤 옷을 입지?? 밖은 꽤 춥거든요.
여러분의 선택은???
따뜻한 게 최고지. 따스한 털코트는 20쪽으로!
간만에 할머니 만나뵈러 가는데 가장 좋아하는 빨간 망토. 그러면 6쪽으로 가라고 하네요.
이렇게 로지의 대장정이 시작됩니다.
인생은 예측불허.

숲에서 늑대를 만나기도 하고.
아아아아...나 실수한거 같아.
할머니 집도 가르쳐줘버렸는데 큰일나면 어떡하지. 걱정도 됩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안가르쳐줄거야. 아니아니 괜찮을거야. 어떡하지??
아이들의 마음을 딱 들여다보는 것 같지요.
아이들의 마음가는대로 이야기는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로지는 길을 떠나 여러 옛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백설공주가 죽어 슬픔에 잠긴 난쟁이들을 만났군요.
"이렇게 와주다니 정말 친절하구나. 장례식에 이 케이크를 대접하면 되겠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 케이크는 할머니 드릴 것인데, 내가 백설공주와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그런데 또 슬픔에 잠긴 난쟁이들에게 거절하기는 웬지 미안하구요.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인생은 가야할 길이 있지만 자꾸만 맘 셀레이게 하는 것도, 예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때로는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일들을 만나게도 됩니다.
꺄아아아 저 애는 뭐야? 뭐야?
왜 발가벗고 다니는거야?
왜 그러는지 알아볼까 말까.
아니야 나 해야할 일이 있는데 무시하자.
무엇을 택할까요?

어떤 이야기의 끝은 사실 명확하게 끝이 나지 않고 각자의 선택에 따라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우리 인생이 그러하듯이요.
이런 식으로 로럴 스나이더 작가와 댄 샌탯의 그림이 어우러진 이 그림책은
92쪽 가득히 독자들에게 익숙한 옛이야기들의 주인공을 소환해 주인공 로지의 선택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때로 어떤 이야기에서는 주인공 로지가 비극적 운명을 맞기도 해요.
늑대에게 잡아먹히기도 하고 마녀의 사술에 걸리기도 하고.
잔인하고 아이들 맘에 상처를 주는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인생길에는 이런 저런 모습들이 있단다. 라는 측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옛이야기에서 전해주고픈 인생의 지혜, 교훈들이 그런 측면이 있는것도 사실이니까요.
이 그림책에는
빨간 모자의 이야기를 기본 바탕으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 잠자는 숲속의 공주/ 헨젤과 그레텔/ 잭과 콩나무
옛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아이가 이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면, 그 주인공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고 있다면
이 주인공들을 만났을 때 아이의 선택에 좀더 신중을 기하겠지요.
사실 결말을 안다고 해도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이야기는 아이가 선택한대로 만들어지는 또다른 새로운 이야기이니까요.
페이지를 앞으로 뒤로 숨가프게 넘기다보면 각자 제각각 다른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매일매일 선택을 한다는 거야.
덧글)
이 책은 아이 혼자 보기보다, 누군가와 함께 어깨를 붙이고, 혹은 아이를 안고서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서로 각자의 선택과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도 하면서요.
우리 아이의 생각이 이렇게 자랐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고?
내 아이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 될거에요.
(아참참, 절대 모든 선택의 이유를 물어보시면 안됩니다. 그건 취조구요. 애 도망갑니다. 한 두개만.)
그리고 잠자리 독서 책으로는...음...
이야기의 진행이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페이지를 왔다리 갔다리...^^
이야기가 진행될때마다 눈이 초롱초롱.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무궁무진.
책장을 덮더라도 다시! 또!! 라는 무서운 마법의 주문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