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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ㅣ 작은 곰자리 49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1년 1월
평점 :
2021년 1월 25일 미국 YMA(ALA YOUTH MEDIA AWARD) 발표가 있었어요.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뉴베리상, 칼데콧 상등 수상작이 발표되는 행사랍니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는 2021 슈나이더 패밀리 북 어워드 대상을 수상했어요.
슈나이더 패밀리 북 어워드(슈나이더 가족상)은 도서관 점자책 도움을 받아 고등교육을 이수받을 수 있었던 캐서린 슈나이더 박사를 기념하기 위한,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장애 경험에 대해 문학적으로, 예술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에 수여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시인 조던 스콧의 언어 유창성 장애(말더듬이) 경험을 담은 글을 시드니 스미스가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한 이 책을 보면서 그 무엇보다 슈나이더 가족상에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던은 아침마다 자신을 둘러싼 낱말들의 소리를 들으며 깨어납니다. 하지만 그 조던은 그저 웅얼거릴 수 밖에 없지요. 조던의 눈동자에 비친 소나무의 풍경. 이 그림을 보며 맘이 먹먹해집니다. 단순한 시적인 묘사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이게 조던의 반복된 일과가 아닐가 싶어서요. 날마다 일어나 자신에게 익숙한 단어들을 소리내어 발음해보는 것.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하는 유창성 훈련일지도 몰라요. 잘되는 날도 있겠지만 날마다 무너지고 작아지고 맘이 굳어져갑니다.

학교에서의 중요한 일과들. 선생님들의 질문. 교실의 풍경은 아득해지고 선생님도 아이들의 얼굴도 모두 일그러져 뭉뜽그려집니다. 공포와 혼란, 당혹감, 어쩌면 차오르는 눈물 때문일지도 몰라요.

조던의 입은 꼼짝도 하지않고 표정은 겁에 질려갑니다. 말하고 싶지만, 그 누구보다고 잘하고 싶지만... 언제나 같은 결과지요.
유치원과 학교에는 중요시간으로 발표시간이 있어요. 때로는 "SHOW & TELL"이라 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들,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물건들을 가져와서 발표하는 시간들이 있지요. 그 시간을 기대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조던에게는 그 시간이 자신이 벌거벗겨지는, 시험받는 시간 같았을거에요.
난독증을 가진 패트리샤 폴라코 작가님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친구들 앞에 서서 책읽는 시간을 마치 공개처형대에 서는 순간 같았다고 표현합니다.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지고 무능함에 창피해서 그 순간 세상에서 내가 사라져버렸으면 하는 날들.
이 아이에게 어떤 말로 위로를 해줄 수 있을까요. 날마다...따가운 시선의 화살대 앞에 서있는 듯한 아이에게 , 그걸 지켜보는 부모는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책장을 넘겨가며 안도의 한숨을 절로 쉬게됩니다. 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그저 강가를 산책하지요. 아이 맘 속에는 일렁이는 폭풍이 멈추지 않아요.

아버지는 강물을 가리키며 말씀하시지요.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이 아버지의 말을 읽으며 절로 울컥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조던의 장애가 안쓰럽고 속이 상하면서 내 아이가 그런 어려움을 겪는다면, 날마다 매 순간 아이의 맘이 무너지는 순간을 본다면 나는 부모로서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어떤 위로를 해줄 수 있을까. 싶거든요.
어쩌면 아버지도 날마다 강가 산책을 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강가에 하염없이 앉아 물결을 바라봤을 수도, 견딜 수 없는 무력감에 돌을 던졌을 수도... 어려움을 겪는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담담한 한 마디와 곁에 있어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강은 온전히 아들의 눈에, 맘에 들어오지요. 강물은 구비 구비 흐르고 꺽이고 부딪치고 패이고... 그렇게 강물도 더듬거릴 때가 있지요. 조던처럼요. 하지만 계속 흐릅니다. 멈추지 않지요.

조던에게 전하고 싶어요.
그렇게 강물은 흘러흘러 결국은 바다로 간다고요.
시드니 스미스 작가님의 그림은 그냥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맘을 두드립니다. 책 한 권이 아름다운 예술작품이에요. 언어유창성 장애를 가진 조던의 이야기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며 위축되고 점점 목소리가 작아져가는, 나를 표현하는 말과 글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