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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로마 - 2021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분 스페셜 멘션 수상작 ㅣ 그림책이 참 좋아 67
차오원쉬엔 지음, 이수지 그림, 신순항 옮김 / 책읽는곰 / 2020년 6월
평점 :

<우로마> 책을 받아 앞표지와 뒷표지를 번갈아보면서 맘이 묘해집니다.

서로가 서로를 응시하는 그 모습.
분명 캔버스는 무생물이지만 무언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느낌이랄까요. 이 둘 사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어릴 적부터 화가가 되고팠다는 아버지.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림그리기에 몰두해있고...
아빠는 시종일관 시선이 아이를 향해 있습니다.
음...마음이 조금씩 불편해기 시작합니다.
네.
부녀간의 사랑 넘치는 아름다운 장면이기도 하지만...
가끔...
이루지 못한 나의 꿈을 내 아이에게 투사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내가 가지지 못했던 배움, 장비, 기회까지도.
아이가 재능을 보인다싶으면 더더욱...밀어주고 싶어집니다.
이런...우로의 아버지도 그랬나봅니다.
최고의 선생님을 모셔 수업을 듣게 하지요.
그리고 자화상을 그릴 캔버스를 찾아나서지요.

비 우, 이슬 로, 우로마!
이것은 운명일까요.
아이 이름과도 똑같은 우로마.
우로는 캔버스 천을 소중히 안고 천 냄새를 맡고 또 맡아요.
비와 이슬 냄새 같고, 풀과 흙냄새와도 같은 그 냄새.
그 캔버스천은...
이름난 화가 서창 선생님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주문해두었던 천이었지요.
우로는 정성을 다해 자화상을 완성시킵니다.
신이 난 아빠는 그림선생님들과 친구들을 자화상을 보러오라며 초대한 날.
자화상 그림이 물감이 흘러내려 엉망이 되어있었어요.
몇 번을 다시 그려도 똑같았지요.
거듭된 실패에 우로는 더욱 매달리게 되고.
보다못한 아버지는 캔버스를 갖다가 버리게 되지요.
버려진 캔버스를 찾아나선 우로.

어두운 밤...
그토록 집착하던 캔버스를 되찾은 우로에게
노란 달님은 무엇을 속삭였을려나요.
노란 달맞이 꽃은 달의 이야기에 뭐라 추임새를 넣었을려나요.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는 맘은
때로는 나를 바닥으로 밀어 떨어뜨리지요.
더군다나...
우로가 그려야했던 것이 자신의 모습을 담는 자화상이었으니.
좋아하는 맘에 잘하고 싶은 맘을 더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
주변 사람들의 평가하는 시선에 지고 싶지 않은 마음.
이 모든 것의 집합체,
욕망이 덧칠하고 덧칠되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다 흘러내려버린 것은 아닐지요.
그 밤....어두운 밤.
환한 달빛과 바람에 흔들리는 달맞이꽃을 보면서...
우로는 잊고 있었던...
비와 이슬 냄새, 풀과 흙냄새를 기억해냈나 봅니다.
원래...
어두움 속에 예민해진 감각은 잊고 있던 것들을 소환해내지요.
냄새도...내 존재의 참 모습도요.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얼 좋아하는지, 왜 내가 이걸 좋아하는지 말이지요.
우로는 우로마에 어울리는 최고의 자화상을 완성해냅니다.
<우로마>는 아버지의 기대, 보이지않는 서창선생님의 명성으로 무겁게 다가오는 우로마의 압박감, 스스로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욕망. 구속과 속박을 벗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느끼는 기쁨, 표현하는 즐거움과 몰입의 열정. 그 때 느껴지는 자유로움까지.
꼭 미술 이야기가 아니라도 인생이야기로 다가오는,
거기에 우로의 아버지 모습을 통해 육아서로 다가오는...
그래서 맘 한 구석도 같이 묵직해지는 책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