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인류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준 12가지 물질에 초점을 맞췄다. 전분, 약, 금속, 세라믹, 독, 셀룰로스, 화석 연료, 암모니아, 백신, 플라스틱, 원자핵, 자석 이렇게 12가지 물질에 대해서 다루며 12가지 물질이 어떻게 생겨나고 발견되고 사용되고 응용되었는지를 알려준다. 또 이것들이 세계사에 끼친 영향과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도 조망한다. 책을 읽으면 인류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때로는 큰 희생을 치르면서 현대의 풍요를 획득해 온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현대의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참고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물질 중에는 엄밀히 말하면 '제품'이라고 불러야 할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테면 백신, 플라스틱, 원자핵 등이 그렇다. 그러나 이런 물질들이 오늘날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사용됨을 고려해 넓은 의미에서 '물질'로 다룬다.
책의 장점
각 물질에 대한 복잡하고 과학적인 설명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인류의 역사와 화학의 관련성에 중점을 뒀다. 덕분에 과학적인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화학과 역사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이과와 문과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책이며, 읽는 데 어려움이 없고 술술 읽힌다. 또 책 아래 많은 주석들은 더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도와준다. 또 구성이 체계적이라 각 장마다 하나의 물질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이야기를 전개해 이해하기 편하고 흐름이 깔끔하다. 가벼운 교양 독서용으로도, 깊은 인문학적 사고를 키우는 데도 모두 좋은 책이라 교양서로서 탁월하다.
책의 후기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물질로 세계사를 설명한다고?"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세계사는 보통 왕, 전쟁, 사상 같은 거대한 주제를 중심으로 배우는 게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이 책을 통해 깨달은 건, 역사는 거대한 인물이나 사건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아주 작고 사소해 보이는 물질들이 인간의 삶과 욕망을 지배해왔다는 사실이었다. 책의 전개도 매끄럽다. 한 물질을 중심으로 시대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서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무엇보다 저자의 설명이 어렵지 않고 친근해서, 역사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