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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이 책이 한참 인기를 끌던 시점에 서점에서 얼마간 읽다가 읽기를 포기한 책이었다.
주인공이 나와 동년배이고, 내게도 전 남친의 결혼이라는 이벤트가 있었고, 왠지 모를 처연한 기분에 읽을 수가 없었다. 요즘은 좀 덜한 것 같지만, 나의 30대 초반에는 주변의 결혼 압박이 매우 심했기에, 주인공의 연애사에 대해 공감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내용 전개가 조금 황당하다.
결국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지 않고서는,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만 새삼 깨달았다.
저지르는 일마다 하나하나 의미를 붙이고, 자책감에 부르르 몸을 떨고, 실수였다며 깊이 반성하고, 자기발전의 주춧돌로 삼고. 그런 것들이 성숙한 인간의 태도라면, 미안하지만, 어른 따위는 영원히 되고 싶지 않다. 성년의 날을 통과했다고 해서 꼭 어른으로 살아야 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나는 차라리 미성년으로 남고 싶다. 책임과 의무, 그런 둔중한 무게의 단어들로부터 슬쩍 비껴나 있는 커다란 아이, 자발적 미성년.(p43)
도시의 방이란 무엇일까. 시골마을에서는 이웃에 가려면 언덕을 넘고 개울을 건너야 한다. 그러나 도시의 방과 방 사이, 집과 집 사이는 다닥다닥 붙어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불편하다며 늘 투덜거리곤 한다. 타인과 가까이 있어 더 외로운 느낌을 아느냐고 강변한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언제나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줄 나만의 사람, 여기 내가 있음을 알아봐주고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을 갈구한다. 사랑은 종종 그렇게 시작된다. 그가 내 곁에 온 순간 새로운 고독이 시작되는 그 지독한 아이러니도 모르고서 말이다.(p108)
내 곁에 다가왔다 떠난 이들이 나에게서 무엇을 일고 갔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건 단 한 가지. 그들이 기억하고 있을 그 어떤 나의 얼굴도 오롯한 오은수는 아니라는 것. 완전한 오은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p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