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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라이프 - One Lif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원 라이프] 각자 ‘하나의 삶’을 지니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의 이야기.
4년간 무려 7대륙을 횡단하며 단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몸 바친 그들. 바로 최고의 다큐멘터리 제작사라 일컬어지는 BBC의 프로젝트. 모든 지구생명체들의 삶이 얼마나 드라마틱한지, 얼마나 치열한지, 또 얼마나 감동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러 가기 전, 다큐멘터리라 지루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했지만 <지구>를 통해 보여 준 BBC 다큐멘터리의 최고성을 생각하고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들어갔습니다. 결과는 어땠냐구요? 최고였죠.
한국에서의 타겟은 주로 아이들을 맞춘 듯 해 보이지만, 20대인 제가 봐도 전혀 유치하지 않은. 아니 오히려 어떤 면에선 그들의 탄생에 경외감을 보내줄 수 있는 그런 영화였죠. <원 라이프>는 생명이 태어난 순간부터, 가장 중요한 목표인 성공적인 출산을 하기까지의 여정을 기리는 영화입니다. 전 세계 수많은 곳에서, 우리가 볼 수 없는 지구 그 어느 편에서. 우리 눈엔 하찮게 보이는 벌레, 곤충에 지나지 않는 모든 생명들이. 사실은 그들 나름의 ‘하나의 삶’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싸움하고, 사랑하며, 자신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원 라이프> 주인공은 바로 대왕문어였답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보여지는 모성을 가장 극명하면서도 절절하게 보여주는 대왕문어. 어미로서 그 어떤 생물보다 위대한 희생을 보여주는 암컷 대왕문어는, 알을 잉태하면 작은 굴속으로 들어가 주변의 돌을 모아서 입구를 막고 무려 6개월 동안 알을 품은 채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자리를 떠나지도 않습니다. 알이 부화하기 시작하면 알 표면을 씻어내며, 새끼들이 보다 쉽게 껍질을 깨고 나와 어두운 물속을 안전하게 헤엄칠 수 있도록 도와주죠. 그리고 어떻게 되냐구요? 6개월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새끼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던 대왕문어는. 새끼들이 안전하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며 서서히 죽어가게 됩니다. 새끼들이 자라는 모습은 볼 수도 없이, 그렇게 말이죠.
이처럼 인간과는 다를거라 생각하던 그들의 모습에서, 인간과 꼭 닮은 면모들을 찾아냅니다. 결국 지구라는 하나의 생태계로 이루어져있는 우리에게,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삶의 모습들을 이끌어 내는 것이죠. 모두가 조금은 알고 있지만 사실은 알지 못했던 지구의 대자연과 동식물의 삶을 아주 특별하게 담아낸 <원라이프>.
다큐멘터리에 쉽게 도전해보지 못했던 분들이라면, 가상이 아닌 실제 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우리 생태계의 모습을 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내 아이에게 새로운 삶의 도전을 일으켜줄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원 라이프>를 보고 후회하진 않으실 것 같네요.
Ps. <원 라이프> 더빙에 대해 말들이 있습니다. 원판에서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나레이션을 맡았었죠. 저도 자막으로 보았더라면 보다 진지하면서도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크레이그의 나레이션을 들을 수 있었겠지만. 한국판에서는 아무래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맞추다보니 이수근씨와 아역배우 김유정이 더빙을 맡았습니다. 진지한 면은 조금 줄어들고, 흥미위주를 이끌어내기도 한 면이 어떤 점에선 아쉽고 어떤 점에선 괜찮게 느껴지기도 했네요.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선 더빙이 나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