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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평점 :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장편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에 기뻐하고 있을 무렵, 운 좋게 신작소설을 바로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받자마자 한 번에 쉼없이 읽어갔던 소설,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만의 감성이 가득 담긴 가슴아프면서도 그리움이 짙게 베어있는 사랑이야기겠지라는 생각은 소설 초반부부터 무너져내렸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느낀점은 인간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그러나 필연적인 단 하나의 진실, 인간은 모두 죽는다 라는 명제를 소설적으로 아름답고 담담하게 잘 표현해내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에쿠니 가오리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들을 매우 많이 읽은 독자로서, 20년이 지나 이제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차례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일깨워주는 소설이었다.
죽음은 사실 멀지 않고, 우리와 늘 함께 지내고, 바로 우리의 삶이 곧 죽음인 것을, 그 사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싶지 않아서 그저 생각의 한 켠에 밀어놓았지만, 이번에 제대로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죽음 이후의 가족들의 모습과 소설속에서는 다소 과격하게 표현된 죽음과 죽음까지의 세 사람의 추억이 얽혀가며,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바로 우리 이웃인 것 같은 친근감을 주었다.
소설의 제목을 보고 슬픈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다 읽고 난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모두 죽음앞에서는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는 존재인 것 같다.
존재의 부재와 삶의 끝과 남겨진 삶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단 하나의 진실인 죽음에 대해서, 이 소설은 마치 나의 이야기, 친구의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처럼 담담하게 슬프지만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어서 역시 에쿠니 가오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자모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리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