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이면서도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 여운이 오래 가는 이언 매큐언의 <견딜 수 없는 사랑>을 읽고 왔습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삶을 살 수밖에 없지만, '만약에 내가 저 사람처럼 저렇게 사랑을 했다면?' 라는 난해한 질문을 저 자신에게도 하면서 읽어 나갔습니다.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더 나아가 사랑인지 사랑이 아닌지에 대한 혼동스럽지만 다소 흥미로운 책입니다.이 소설의 원제는 <Enduring Love>인데, enduring은 ‘오래가는, 지속되는’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한글로 옮기면서 <견딜 수 없는 사랑>으로 번역을 함으로써 제목에 분명 작가가 의도하는 반전의 반전이 있겠다 싶더군요.더군다나 찾아보니 2008년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을 했을 때는 <이런 사랑>이라고 제목을 붙였네요.소설 속 패리는 ‘드클레랑보 증후군’을 앓고 있었는데(물론 본인은 전혀 환자라는 의식은 없지요), 이 질병은 “자기보다 훨씬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과 애정의 소통을 확신”하는 것으로서 “환자는 대상이 먼저 사랑에 빠져 자기에게 접근했다고 믿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사실 이 책을 단편적으로만 보면 안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정신의학 분야에 대해 소설화 한 것이기에 저처럼 읽다가 본인의 문화와 다소 괴리감이 든다는 느낌이 든다면, 맨 뒤 부록(p.345)을 먼저 읽고 책을 읽는것이 도움이 됩니다. 생각없이 받아들였던 부분과 표현들이 감정이입이 되면서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게 되기에 이 방법도 추천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