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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전 글리클럽
양선희 지음 / 독서일가 / 2025년 10월
평점 :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 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양선희 작가의 장편소설 "리전 글리클럽"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노래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연대했던 여성들의 찬란한 기록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아픔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화여전 합창단’이라는 구체적인 소재를 통해 당시 여성들이 마주했던 식민지 지배와 가부장제라는 이중의 굴레를 어떻게 뛰어넘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노래는 어떤 언어보다도 깊은 말"이라는 믿음 아래, 기생의 전유물로 치부되며 천대받던 민요를 합창으로 승화시켜 잠든 조선의 혼을 깨우려 노력합니다. 특히 작가는 수학 용어인 '인플렉션 포인트(변곡점)'를 빌려 삶의 방향이 완전히 뒤바뀌는 운명적인 순간들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각자의 인생에서 마주할 전환점에 대해 깊이 사색하게 만듭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울림은 여성들의 '저항과 연대' 그리고 '성장'이라는 키워드에서 나옵니다.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의 동료였던 인물들의 뒷이야기나, 사회적 통념에 맞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려 했던 어머니들의 모습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강렬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남정네들이 너희 운명을 정하는 게 아니라 네가 스스로 네 운명을 정하게 될 거야"라는 대사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선언이자, 시대를 앞서간 여성들의 독립 선언과도 같습니다. 민요를 부르며 관객들이 조선인의 표정을 되찾는 과정을 지켜보는 합창단원들의 모습은,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과 민족적 자부심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광복 80주년과 근대 음악대학 탄생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어두웠던 시대에 당당히 목소리를 냈던 이들의 이야기는 K-POP의 뿌리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증명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