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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생 공화국, 대만 - 대만을 알면 한국이 보인다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6년 1월
평점 :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 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안문석 교수의 저서 "범생 공화국, 대만"은 우리가 익숙하면서도 잘 몰랐던 이웃 나라 대만을 ‘모범생(범생)’이라는 참신한 키워드로 해부한 인문 체류기입니다. 저자는 타이베이에서 직접 생활하며 관찰한 풍경들을 통해, 대만 사회가 얼마나 합리적이고 질서 정연하며 내실을 중시하는지를 조명합니다. 책 속 사진들처럼 골목길의 작은 신호등 하나까지 엄격히 지키고, 지하철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양보하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질서 있게 줄을 서는 모습은 이들의 ‘범생’ 기질이 단순한 개인의 성향을 넘어 사회 전반의 시스템으로 안착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명문대 합격자 명단이 크게 붙은 학교 건물이나 저렴하지만 실속 있는 거리의 맛집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지켜나가는 대만 특유의 담백한 삶의 태도를 잘 드러내 줍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울림은 대만이 거둔 외형적 성취와 내면적 평온함의 조화에 있습니다. 세계 1위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화려한 설계보다는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완벽을 기하는 ‘범생 문화’에서 찾는 저자의 통찰은 매우 예리합니다. 또한, 전 세계 행복지수 아시아 1위라는 타이틀 뒤에는 잘 갖춰진 의료보험 제도와 저렴한 물가, 그리고 타인을 배려하는 탈권위적 시민의식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실용 외교를 통해 생존을 도모하는 대만의 모습은, 비슷한 지정학적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조용하면서도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대만의 힘은 결국 시스템을 믿고 따르는 시민들의 성실함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이 책은 따뜻하면서도 명확한 시선으로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