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박주초 지음 / 작가와비평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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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 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박주초 시인의 시집 책임은 일상의 아주 평범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여, 그 속에 담긴 삶의 무게와 성찰을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책임'에 대해 시인은 "시가 쓰여진 순간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며, 영감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 것이 시인의 책임"이라고 고백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시집 곳곳에 배어 있어, 지하철에서 들려오는 타인의 대화나 어제 내린 비 때문에 챙긴 우산처럼 사소한 풍경들조차 결코 가볍게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히 '지하철은 통화 중'과 같은 시에서는 타인의 삶이 내 귀를 침투하는 피로감을 말하면서도, 결국 그것이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지구별'의 소식임을 인정하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작가는 화려한 기교보다는 정직하게 바라보고 견뎌내는 삶의 순간들이 더 깊은 시가 된다고 믿으며, 독자들에게도 '여백을 공백으로 남겨두지 말라'는 나지막한 위로를 건넵니다.

또한 이 시집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탐구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인간 1'과 '인간 2'에서 묘사된 것처럼, 생존과 무관한 일에 힘을 쏟고 자연을 보며 예술을 논하는 인간의 '뛰어난 능력'을 때로는 반어적으로, 때로는 긍정적으로 조명합니다. 2023년 차마고도 여정을 마치며 쓴 시들을 보면, 고된 길을 지나 돌아오는 발걸음 속에서 얻은 깨달음이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있음'을 기억하는 평범한 행복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시집의 뒤표지에 적힌 "좋든 싫든, 사랑하든 미워하든, 우리 팀은 우리 팀이에요"라는 문구처럼, 시인은 현실의 모순과 고통을 외면하기보다 그것을 자신의 몫으로 껴안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일상의 소음 속에서 나만의 중심을 잡고 싶은 독자들에게, 박주초 시인의 이 시집은 차가운 위스키 한 잔처럼 알싸하면서도 결국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훌륭한 길동무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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