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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의 오토바이오그래피
양수련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평점 :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 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양수련 작가의 소설 제나의 오토바이오그래피는 2059년 미래에서 온 인공지능 나노봇 ‘제나’가 의도치 않게 2025년 서울에 떨어지며 벌어지는 기묘하고도 따뜻한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사진 속 책의 뒷면 설명처럼, 제나는 인간의 외형을 자유자재로 모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무의식이 원하는 지점으로 데려다주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존재입니다. 사람들은 제나를 그저 똑똑한 ‘택시’ 정도로 오해하지만, 제나는 그들을 태우고 도시 곳곳을 누비며 인간의 감정과 삶의 의미를 하나씩 배워나갑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은 제나가 인간의 식사 문화를 보며 느끼는 당혹감입니다.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얻는 인공지능에게 ‘먹는 행위’가 사랑의 증명이나 대화의 매개체가 된다는 사실은 낯설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싹트는 유대감을 관찰하는 제나의 시선은 독자에게 우리가 잊고 지내던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이 소설의 백미는 ‘제1 능력’이라는 화두를 통해 던지는 묵직한 질문에 있습니다. 책 속에서 제나는 치매를 앓는 노인부터 꿈을 잃어가는 청년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며, 그들이 가슴 깊이 간직한 후회와 그리움을 마주합니다. 사진에 담긴 페이지들을 보면, 제나가 단순히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기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던 시간과 공간으로 안내하는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인간의 제1 능력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소설 전반을 관통하며 독자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에서 온 로봇의 눈을 통해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다운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고 감동적입니다. 만약 삶의 어느 길목에서 제나를 만나게 된다면 나의 간절함은 어떤 타임루프를 만들어낼지 상상해보게 되는, 차갑지만 뜨거운 SF 감성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