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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안내서 공주
이진희 지음 / 파랑 / 2025년 12월
평점 :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 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진희 작가의 에세이는 충청남도 공주에서 보낸 학창 시절의 기억과 그 위에 덧칠해진 현재의 풍경을 담백하게 엮어낸 기록물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지역의 명소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이 아니라, 작가 개인의 내밀한 추억이 깃든 장소들을 따라가며 독자를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 안내합니다. 사진 속 산성시장의 정육점 주인아주머니에 대한 기억이나, 백제문화제 행사에 동원되어 거대한 행렬의 일부가 되었던 중학생 시절의 일화는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보편적인 향수를 자극합니다. 특히 "공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라는 구절은 장소와 인간의 관계가 얼마나 깊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지를 잘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고향 혹은 기억 속 소중한 공간을 다시금 복기하게 만듭니다.
책의 시선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변화된 현재의 공주를 응시하며 그 사이의 간극을 기록하는 데에도 충실합니다. 미나리꽝이 매립되어 모텔과 음식점이 들어선 삭막한 둑길을 묘사하거나, 새 단장을 마친 아카데미 극장의 외관을 담은 사진들은 시간이 흐르며 변해가는 도시의 얼굴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작가는 사라진 습지와 스케이트장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여전히 계곡을 흐르는 바람처럼 남아있는 자연의 생명력을 놓치지 않습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독자에게 변화를 무조건적인 상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새로운 기억이 쌓여가는 과정으로 이해하게 돕습니다. 정갈한 사진과 따뜻한 경어체로 쓰인 이 안내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기억의 지도'를 그려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