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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 로이 곤줄 리앙 - 누드 사철 제본
느린초록 지음 / 보리 / 2025년 11월
평점 :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 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동백숲에 사는 단짝 친구 박새 '로이'와 곤줄박이 '리앙'의 이야기는 어느 날 문득 찾아온 '동경'에서 시작됩니다. 철새들의 자유로운 비행을 보며 멀리 날고 싶다는 꿈을 품은 로이가 무작정 수평선 너머로 여행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겪는 일련의 사건들은 독자에게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사진 속 장면처럼 땅속에 묻힌 보물 상자를 발견했지만 그 안이 비어 있음을 알게 되는 대목이나, 친구가 정성껏 내려준 커피 한 잔의 향기에 슬픈 마음이 씻겨 내려가는 장면은 인상적입니다. 작가는 우리가 쫓는 거창한 보물이 사실은 텅 빈 상자일 수 있으며, 오히려 나를 진정으로 충만하게 만드는 것은 일상의 작은 배려와 지금 이 순간의 평온함이라는 사실을 따뜻한 필치로 그려냅니다.
이 책의 미덕은 '느린초록'이라는 팀명처럼 서두르지 않는 호흡과 부드러운 색채에 있습니다. 사진 속 대화에서 "네가 정말 좋아하는 것, 네가 사랑하는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 봐"라고 조언하는 대목은 꿈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가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고향을 떠나 먼 길을 돌아온 끝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는 로이의 모습은, 성장이란 단순히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자리에서 나만의 향기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깨닫게 합니다. 자극적인 서사 대신 은은한 커피 향처럼 스며드는 이들의 이야기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의 마음속에 따스한 바람을 불어넣어 줄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