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만의 바다 - 모든 것을 품고 모든 것을 묻다
하동현 지음 / 예미 / 2025년 10월
평점 :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 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하동연 작가의 "야만의 바다"는 바다를 배경으로 인간의 존엄과 욕망, 그리고 문명과 야만의 경계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해양 서사에 그치지 않고, 바다를 인간 내면의 은유로 삼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바다를 떠돌며 각자의 고통과 죄책감, 그리고 구원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하는 바다는 잔혹할 만큼 냉정하고, 동시에 모든 것을 품는 포용의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작가는 생생한 묘사와 섬세한 문체로 ‘바다’라는 공간에 인간의 본능과 문명 비판을 동시에 녹여냅니다. 특히 “적도 무풍지대를 지나 남십자성을 향하여”라는 장에서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그 속에서도 살아남으려는 본능적 의지가 절묘하게 교차합니다. 바다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간의 심연을 비추는 거울이자 문명의 거짓을 벗겨내는 심판자처럼 느껴집니다.
작품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작가가 인간의 ‘문명’과 ‘야만’을 절대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는 문명 속에서 야만을, 야만 속에서 인간다움을 발견합니다. 인물들은 때로 잔혹하고 탐욕스럽지만, 그 안에서 인간 본연의 생존 본능과 연민이 함께 드러납니다. 작가는 이러한 모순을 통해 독자에게 묻습니다. “진정한 야만은 바다에 있는가, 아니면 인간 안에 있는가?” 이 질문은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습니다. 『야만의 바다』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러나 동시에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려 애쓰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고요하지만 깊은 파도처럼, 읽는 이의 마음에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