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지구를 위한 시
이문재 외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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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 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지구를 생각하는 시인들의 시와 산문을 만나볼수 있는 책, 창백한 지구를 위한 시를 리뷰합니다. 김창균 시인의 "수족관, 아수라"는 이 시집 안에서도 특히 인상 깊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시인은 수족관 속 생명체들을 통해 인간 사회의 단면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늘이 없어 움켜쥐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갈 것 같은 것들까지"라는 표현은, 우리 손으로 쉽게 붙잡을 수 없고, 눈앞에 있어도 온전히 가질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수족관이라는 인공적인 공간 속에서 생명은 통제당한 채 떠다니지만, 그 안에서도 여전히 본연의 생명력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있는 듯합니다.

시를 읽고 있자면, 그 공간에 갇힌 물고기들이 단순한 바다 생물이 아니라 마치 우리 자신의 모습처럼 다가옵니다. 누군가는 사회라는 틀 안에서, 누군가는 기술과 욕망에 둘러싸인 도시 속에서, 어쩌면 누구나 수족관의 유리벽 안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움켜쥐어진’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시인은 그런 구조를 조용히 응시하며 말합니다. 어떤 몸은 허리가 휘고, 어떤 몸은 지느러미가 없으며, 눈이 실린 닻치튜브들이 강제로 몸을 뒤집는다고요. 이 장면들은 단순히 풍경의 묘사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작동 방식에 대한 비판적 사유로 이어집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문명의 힘 앞에서, 생명은 점점 연약해지고 있다는 메시지가 은은하게 전해집니다. 시인은 마지막에 “그 모든 것 위에”라는 말을 남기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우리는 과연 그 모든 것 위에서, 어떤 눈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가요?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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