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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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코는 도쿄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일로 지냈던 홋카이도 동부의 기억을 따라 안치나이 마을로 향한다. 작은 마을에서 비정규직 우편배달부로 일하며 도시에서의 긴장감에서 벗어나 점차 느슨한 일상에 적응해 간다.

우편배달 중 숲속 외딴 단층집에 사는 40대 남자, 데라토미노를 만나고 음악을 들으러 오라는 그의 초대를 받으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단계 없는 사랑에 빠진다. ‘세상의 음을 모으는 남자’, 그리고 요리를 잘하는 남자와 함께하며 게이코는 계절의 흐름 속에서 그의 곁에 머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게이코는 알 수 없는 데라토미노의 마음을 느끼고, 그를 이해하려 하고 지켜보다 여름 태풍이 몰아치며 함께했던 공간들이 하나둘 사라지지만, 게이코는 그것을 단순한 상실이 아닌 새로운 변화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것이 사랑의 결실인지, 혹은 이별의 결심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선택했을 것이다.


소설은 처음에는 ‘프랜시스’가 무엇인지 전혀 궁금하지 않다 (미스터리 급으로 시작)그러다 또 다른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데라토미노가 등장하면서 “그래서, 프랜시스가 뭔데?”라는 궁금증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으른의 사랑 이야기에 도달하고, 마침내 ‘프랜시스’의 정체가 드러난다.

이후 펼쳐지는 장면들은 게이코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다. 그녀가 느끼는 감정, 눈에 담기는 풍경,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촉, 귀에 스며드는 소리가 섬세하게 묘사된다. 책의 띠지에 적힌 “오감을 깨우는 연애소설”이라는 문구가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가라앉는 프랜시스』는 느리게 스며드는 사랑의 감각을, 그리고 계절처럼 흘러가는 삶의 리듬을 보여주는 이야기인 듯하다.


p101 "형태가 있는 것은 언젠가 사라져버리지만, 사라진 것은 형태를 읽음으로써 언제까지고 남지요.

p138 지금이라는 것은 경험과 기억 위에 위태위태하게 올라 있는 것이니까, 가끔은 뒤돌아보고 내가 왜 지금 여기에 있는가, 생각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덧) 첫 장면의 묘사는 미스터리물로도 딱이다



#비채서포터즈3기 #으른의연애  #일본소설 #문학
#도서협찬 #북스타그램 #독서리뷰 #책추천 #신간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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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임정, 최후의 날
이중세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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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입장을 들어줄 곳을 찾아 자리 잡은 상해 ‘임시정부’. 그러나 그곳 역시 강대국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슬픈 현실이었다. 밥 한 끼, 옷 한 벌, 편안한 잠마저 사치로 여겨야 하는 그곳에서, 김구 국무령은 이렇게 우려했다.

❝3월 1일에 펄럭이던 태극기가 잊히는 것, 안중근 의사의 총성이 잊히는 것, 그리고 상해 임시정부의 존재가 잊히는 것.❞(p44)

그 한 문장은, 잊혀져가는 역사와 사라져가는 열망에 대한 경고처럼 다가온다.

믿음과 배신, 선택의 기로는 수없이 많았고, 한 번의 선택은 다시 되돌리기 어려웠다. 밀정으로 감시하며 동시에 자신도 감시당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단지 ‘돈’이나 ‘살아남기’가 전부였을까.

❝이건 그림자 전쟁이야.” 안공근은 그렇게 생각했다. 심연에 잠긴 그들은 어른거리는 그림자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칼을 갈고 총을 장전해 왔다❞(p93).

실체를 전혀 알 수 없는 그 어두운 윤곽 속에서, 끝없는 날 선 대처는 정신적 고통을 동반했다. 자신의 판단 하나가 많은 동지들의 생사와 운명을 바꿀 수 있었고, 그 책임과 독립에 대한 염원이 아니라면 어찌 그 시간을 견디고 수많은 죽음을 마주할 수 있었을까.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인물들의 서사가 맞물려, 그들이 실행한 일들이 실패로 끝날 것을 알면서도 제발 그 각고의 노력이 작은 희망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해진다. 실패로 흩어진 노력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그 시공간 위에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내가 ‘나’를 그리고 ‘대한민국’을 어떻게 대해 왔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사명감 하나로 그 위험하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온 청년들. 상하이에서 가난하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면서도 꺾이지 않는 광복의 열정으로 바친 목숨. 그림자 속에서 살아온 그들의 짧은 생에 대한 감사와 안타까움이, 미안함과 애절함으로 뒤섞여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얼마 전 여행에서 돌아오며, 공항 워크 스탠드 옆면 가득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미디어 아트 영상이 계속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8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진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마다 맞는 광복절이지만, 80이라는 숫자는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며 혹시나 우리가 광복을 기념하며 떠올리는 몇몇 이름들만 기억하고, 이름 없이 찬란히 사라진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은 것은 아닌지—80주년의 강조는 이를 일깨우기 위함이 아닐까.

❝흥식이 형 말이 맞습니다. 조선에서는 노예였으나, 가난하더라도 여기에선 제가 저의 주인입니다.❞(p269)

‘내’가 주인인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 희생이 헛되지 않게 살아가겠습니다.

@mydear___b @hyejin_bookangel
의미있는 책 감사합니다.

#광복80주년 #임시정부 #독립
#역사소설 #대한민국 #기억해야할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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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은 인생의 날개다 - 포니 픽업 야채 장수에서 물류 기업 CEO까지
이강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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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숨 쉬는 거 하나도 언젠가 다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수 있으니, 어느 것 하나 소홀히 생각하고 살면 손해' 라는 말을 해주었다. ❞(p209)

25세, 포니 픽업 차량 한 대로 야채 장사를 시작한 한 젊은 여성.
그녀는 세월이 흘러 국내 출판 물류 1위 기업 ‘날개물류’의 창업주가 되었다.
이강미 작가의 『간절함은 인생의 날개다』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그 길 위에서 버텨온 마음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책 속에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건 좌절을 ‘끝’이 아닌 ‘시작’의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저자의 태도와 위기와 기회의 순간마다 중심을 잡아준 것은 사업 수완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과 ‘흔들림 없는 초심’이었다.

새로운 일 앞에서 두려움보다 설렘을, 망설임보다 변화를 선택하는 용기, 그리고 서로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몸에 밴 습관은 그녀의 경영 철학 속 깊이 뿌리내려 있었다.

경제적 손실이 막대했던 순간에도 포기보다 해결책을 찾는 길을 택했던 모습은, 그동안 그녀가 얼마나 많은 시련과 도전을 통과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저자가 추구하는 경영의 핵심은 ‘나 혼자가 아닌, 모두가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념과 책임으로 다져진 단단한 내면의 힘,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날개를 펼친 날개물류가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한 건 어쩌면 필연이었다.

『간절함은 인생의 날개다』는 성공 공식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닌 간절함이 어떻게 날개가 되고, 그 날개가 어떻게 사람과 함께 더 높이 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진심 어린 안내서다.


@dasanbooks @ekida_library 감사합니다.
책과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창업스토리 #경영철학 #성공마인드 #리더십 #위기극복 #초심 #함께성장 #인생태도 #자기계발서 #책스타그램 #북리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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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조니 선 지음, 홍한결 옮김 / 비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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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일을멈추고바닷속으로 #조니선 #비채


현대인은 ‘쉰다’는 것마저도 계획하고, 잘 쉬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간다. 조니선 작가도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기로 결심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체가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산적인 휴식’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를 글과 그림으로 엮어 우리에게 조용한 위로와 사유의 시간을 건넨다.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는 번아웃과 무기력 속에서 잠시라도 머물 공간을 찾는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작가.

이 책은 총 여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마다 짧고 밀도 있는 단편들이 실려 있다. 작가는 여전히 불안하고, 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생각하며, 틈을 주지 않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 모습은 오히려 ‘쉬는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진짜 쉼일까? 아니면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어떤 행위에 몰입하는 것이 진짜 휴식일까?
작가의 휴식은 후자에 가깝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작은 선택 하나조차도 깊이 고민하며, 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세계를 해석한다. 예를 들어, 종이 타월 하나를 고르면서도 그 선택이 가져올 영향들을 상상하는 그의 모습은 ‘사소한 일’이라는 말의 가벼움을 무색하게 만든다. 그런 과도한 사유가 때로는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또한 책 속에 담긴 다양한 계란 레시피나 가족과의 추억 이야기들은 나도 아이들과 만들어 먹어보고 추억도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식물과 자연에 대한 감성적인 묘사들은 나도 잠시 식집사가 되어볼까 생각했지만 오래, 잘 키울 자신이 없어 결국 마음을 접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는 누군가의 '휴식기록'임과 동시에 우리 모두의 ‘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에세이다.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나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방식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나만의 진짜 휴식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자기만의 쉼’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힌트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전한다. 삶에 지치고, 쉼마저 피곤하게 느껴질 때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아마도 잠깐이라도 ‘바닷속’ 같은 고요함에 잠길 수 있을 것이다.


궁리 끝에 정말로 뭔가 제대로 찾아냈을 때 말이다. 역시 나는 일을 통해 가끔 행복해지는 사람인가 보다. 잠에서 깰때보다, 잠들 때보다 꿈꿀 때보다 그럴 때 더 행복하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이 영 찜찜하다. (p55)

외로움이란 어딘가에 도착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지 이동중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아나라고, 속으로 되뇌어본다. (p103)


나의 일부를 담아 넣고 그 일부를 내게서 덜어냄으로써 내 안의 공간을 비울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뭔가 새로운 모습, 원가 바뀐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p266)

#휴식 #쉼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에세이추천 #번아웃 #마음휴식 #생산적인휴식 #책리뷰 #비채서포터지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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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나라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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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의나라 #허버트조지웰스 #내로라

세상의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킨 짧지만 깊은 고전 문학을 소개하는 『내노라한전집』 시리즈


"눈 먼 자들의 나라에서는 외눈박이가 왕이다." 이 유명한 전설을 들은 주인공 누네즈는 조난 끝에 바로 그 전설 속 장소, 시력을 잃은 이들이 살아가는 도시로 들어선다. 시각을 잃은 자들이 만든 세계에서 시력을 가진 ‘다른 존재’로 등장한 누네즈는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믿지만, 그의 ‘시각’은 오히려 그 사회에서 낯설고 위험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이야기의 중심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다수의 기준과 다른 감각 사이의 충돌이 자리하고 있다.

누네즈는 눈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맹인들의 세계를 쉽게 이해하거나 지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곳의 사람들은 하늘이 둥글고 딱딱하다고 여기며, 하늘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천사들이 있다고 믿는다. 이들에게 ‘눈’, ‘하늘’, ‘빛’, ‘노을’ 같은 개념은 존재하지 않기에 아무리 설명해도 전달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누네즈가 이야기하는 것중 무엇 하나도 믿지 않았고 이해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누네즈가 사용한 단어의 상당수를 알아듣지조차 못했다.'(p45)

'생각이 기반이 완전히 다른 사람과는 싸울 수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p63)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으나 실패한 누네즈는 생존을 위해 그들의 삶을 받아들이고, 메디나 사로테와 사랑에 빠지며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그가 결혼을 위해 감내해야 할 조건은 그를 이상하게 만드는 것이 본다는 ‘눈’이라 것이기에 그것을 제거하는 수술이었다.
오랜 생각 끝에 그는 떨어졌던 절벽을 다시 오른다.
이는 단순한 탈출이 아니라, 자신의 감각과 존재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본다는 건 제 모든 것이에요." (p87)

사랑했다면 더 깊은 이해가 있어야 했다. 메디나 사로테가 수술을 원했다는 것은 누네즈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누네즈 또한 자신이 가진 우월감으로 맹인들의 세계를 지배하려 했을 뿐 진심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결국 이 이야기는 단순히 '보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정상’이라 믿는 것이 얼마나 협소한 기준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한 사람이 보는 진실은, 다수가 외면한다면 진실로 인정받기 어렵다. 우리는 모두 어떤 부분에서는 맹인일 수밖에 없다. 그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순간, 우리는 ‘시각 중심의 사회’가 만든 또 다른 맹인이 되는 것이다. 『눈 먼 자들의 나라』는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 사랑, 다수를 기준 삼는 사회의 편견, 그리고 공존을 위한 감각 너머의 이해에 대해 묻는다. 결국 진정한 ‘본다는 것’은 단지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는, 타인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와 수용이 아닐까.



@naerorabooks 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jugansimsong 에서 함께 읽고 씁니다
@attistory 감사합니다.

#영미소설 #세계문학 #주간심송 #주간심송필사
#북스타그램 #신간소개 #원서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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