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렇게 될지어다 ㅣ 모노스토리 4
이부 지음 / 이스트엔드 / 2025년 11월
평점 :
해수의 어린 시절은 그녀가 왜 ‘떠나는 것’과 ‘버려지는 것’을 심각하게 두려워하는지 짐작하게 한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던 경험은 그녀의 삶 전체를 조용히 흔들어 놓았고, 그 두려움은 “나는 누구도 떠나지 않는다”라는 집착으로, “너도 떠날 수 없어”라는 강박으로 뒤틀리며 성인이 된 그녀의 관계 방식에 스며 있다.
반면 염은 반대로, 주폭으로 인해 모두가 떠난 사람이다. 해수만은 떠나지 않았다. 처음 염은 그 사실에 고마워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떠나지 않는 사람’은 어느 순간 ‘떠날 수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해수를 가볍게 여기고, 상처를 주고, 그럼에도 그녀는 “괜찮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말의 진짜 의미 무엇일까.
그 사이 염은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악몽에 시달린다. 거꾸로 선 여자의 등장은 처음에는 환각처럼 보이지만 점차 현실로 스며들며 염을 공포의 늪으로 떨어뜨린다. 이 공포 속에서 염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해수뿐이다.
그리고 해수는 염을 위해 어떤 ‘방법’을 제안한다.
폭력·지배·집착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쓰였던 남성과 여성의 고정된 역할을 아주 미묘하게 흔든다. 누가 지배하고, 누가 종속되는지 혹은 그 구도가 존재하기나 하는지 끝까지 어떤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
해수의 선택이 복수인지, 집착인지, 사랑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다.
그리고 염의 공포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도 쉽게 알 수 없다.
이 소설은 두 사람이 서로를 붙잡고 버텨내는 방식이 얼마나 위험하고 아름답고 잔혹할 수 있는지를, 정서적 공포와 관계의 긴장감으로 읽는 내내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사랑이란 정말 서로를 지켜주는 일일까,
아니면 서로를 놓지 못하는 일일까?
관계는 둘이 함께 만들지만, 무너지는 방식은 언제나 서로 다르다.
덧)작가님의 말씀처럼 '작가피셜'을 먼저 보면 생각에 같힐 수 있으니 작가의 말과 인터뷰는 생각이 정리되고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서늘하다 #베개는세우지말자
#eastend #주얼 #jueol #모노스토리 #monostory #단편소설 #장르소설 #호러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