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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평점 :
독일 유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독일인 친구가 농담처럼 말했다.
“독일인은 누가 했는지 몰라도, 괴테가 말했다고 붙이면 다 괜찮아. 왜냐면 괴테는 모든 말을 다 했으니까.”
그때는 웃어넘겼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속에 남았다.
언젠가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서 티백 꼬리에 달린 한 문장을 발견했을 때, 그 말은 다시 떠올랐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정말 괴테가 이런 말을 했을까?
도이치는 이 문장의 출처를 찾기 위해 책을 뒤지고, 논문을 참고하고, 지인에게 메일을 보내며 언어와 의미의 미로 속을 헤맨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괴테를 만나지만 끝내 명확한 출처를 찾지 못한 채, 어느새 ‘언어’ 자체에 대한 깊은 고찰로 이어진다.
명언의 출처를 찾기 위한 여정에 자신의 딸과 논문을 봐주던 제자 그리고 부인과의 독일행에 그는 말의 의미와 진실에 대해 자신만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말은 전해지는 순간 변형되고, 의미는 해석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한 문장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괴테의 이름으로 유통되는 수많은 명언들처럼, 우리는 때로 ‘누가 말했는가’보다 ‘그 말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괴태에 대해 작품 파우스트에 관해 좀 더 깊은 지식이 있다면 도이치 고뇌와 고민들을 조금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테의 명언 한 줄에서 출발해 언어, 진실, 그리고 인용으로 언어가 어떻게 의미를 잃고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저자의 다독의 깊이를 볼 수 있는 글이었으나, 책 곳곳에 인용된 작품과 작가들의 문장들은 읽는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기도 했다.
다양한 문학적 배경지식이 전제되어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목들이 있어, 문학적 조회가 깊지 않다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괴테라는 거인의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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