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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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늦은시간 #클레어키건 #도서협찬

짧은 이야기로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작가, 클레어 키건.
『맡겨진 소녀』로 깊은 울림을 전했던 그녀는, 단편집 『너무 늦은 시간』에서는 강렬한 고요를 전한다.

✔️너무 늦은 시간
카헐과 사비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그러나 결혼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현실적인 문제들, 서로의 생각 차이, 그리고 사비를 이해하지 못하는 카헐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특히 금전적인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와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언행은 그가 미성숙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했다. 의도치 않게 튀어나오는 말과 행동이 아버지의 영향이라 여기며, 결국엔 여자들을 탓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찌질함의 끝을 보게 된다. 그에게 결혼이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일 것이다.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뵐 하우스' 작가 레지던스에 글을 쓰고 책을 읽기 위해 온 그녀는 체호프 단편집을 읽으며, “여자에게 땅은 절대 줄 수 없다”고 말했던 전 남자친구를 떠올린다. 그 공간에 느닷없이 나타난 독일인 교수는 이유 없이 당당했고, 점점 무례해졌다. 그녀는 받아주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조심스럽게 그를 내보낸다. 그가 그녀에게 쏟아내는 말들은 폭력적 스토커에 가까웠지만, 그녀는 이 경험을 남자 주인공이 길고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한 편의 소설을 써내려가며 작고 단단한 복수를 실행한다.


✔️남극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던 여인은 한 번의 일탈을 꿈꾼다. 낯선 도시에서 만난 남자의 친절과 따스한 돌봄에 자신을 맡겼다. 한 번에 유희라 여겼으나 낯선 남자는 그녀를 완전히 지배하고 소유했고, 그녀는 차갑고 시린 눈과 바람 속 침대에 묶인 채 지옥과 끝없는 영원을 생각해야 했다.
결말은 충격적이며 틈새에서 이루어진 행위가 불러온 비극은 공포스러웠다.


『남극』을 시작으로 약 10년에 걸쳐 쓰인 이 단편들은 각기 다른 시대와 상황 속 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여성혐오, 남성들의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 그리고 힘의 불균형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여성의 위치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클레어 키건의 글은 간결하면서도 명료하며, 여백을 남기는 문장들은 오히려 독자의 상상과 감정을 더 깊이 자극한다. 『맡겨진 소녀』에서 받은 인상과는 또 다른 결의 감정이 느껴졌고, 짧지만 강렬한 울림을 남기는 작품들이라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다산책방 @dasanbooks 에서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이키다서평단 @ekida_library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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