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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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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한 것이다.
사제가 그녀를 그곳에 받아들인 것은, 과연 그녀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의도였을까. ❞ (p.48)
1986년,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한 수도원에서 노년의 조각가가 임종을 맞이한다. 그는 수도원에서 40년간 머물며, 자신의 마지막 작품인 피에타 조각상을 지켜왔다. 이 작품은 보는 이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이유와 기원은 베일에 싸여 있다.
왜소증을 지닌 천재 조각가 미모. 아버지의 죽음 이후 피에트라달바로 도제로 오게 되고, 그곳에서 오르시니 가문의 딸이자 자유로운 영혼인 비올라를 만나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 말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관계.
미모에게 피에트라달바는 피렌체였고, 피렌체는 곧 비올라였다. 그녀가 없으면 그도 존재할 수 없었다.
미모에게 비올라는 사랑이었으나, 비올라에게 미모는 단지 우정이었을까?
“❝관습과 계급의 장벽이 파놓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연을 한 걸음에 건너뛰며, 비올라는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잡았다. 그 누구도 말한 적 없는 위업이자, 말 없는 혁명.”❞ (p.103)
자신들을 ‘우주적 쌍둥이’라 부르며, 미모는 가난과 차별, 질투 속에서도 타고난 재능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비올라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학문과 자유에 제한받는 삶 속에서도 자신의 비범함을 증명하고자 날아오르기를 멈추지 않는다.
사회적 제약과 시대적 억압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삶에 의지하며 성장해 간다.
하지만 무솔리니 정권하의 이탈리아, 두 차례의 세계대전, 종교 권위와 정치적 탄압은 끊임없이 그들에게 선택과 침묵, 혹은 저항을 요구한다.
가문의 명예를 위해 종교를 이용하고, 여성의 삶을 통제하려는 남성들, 진실을 은폐하려는 교황청의 검열까지 —그렇게 격동의 시대 속에서 ‘피에타’ 석상은 탄생한다.
그 조각상은 단순한 예술작품이 아닌, 사랑과 예술, 자유와 희생, 침묵과 고백이 새겨진 아름답고도 잔혹한 현실 속에서 그가 끝까지 지켜낸 것들이 담겨 있다.
『그녀를 지키다』는 단지 하나의 사랑 이야기나 예술가의 삶을 넘어,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 시대의 한 조각 기억이며, 자신의 신념과 함께 삶 전체를 통째로 지켜낸 이의 서사다.
ღ
미모가 견뎌낸 시련과 상실, 고통, 외로움은 안타깝고, 그가 절절히 원했던 사랑은 가슴을 저미게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엇갈리는 모습,
한 발짝 나아가려 할 때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비올라.
벗어나고 도망치려 했지만, 결국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저항한 두 사람의 모습은 책을 덮고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 아직 태어나지 않은 네게, 상처를 받는 것이 / 예기치 못한 일이 닥쳐 무너졌다 다시 일어서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는 네게 / 그들은 포기하라고, 잠자라고, 누우라고 요구할 텐데 / 네 입을 다물게 하고 널 구슬리고 네 무장을 해제하려고 들 텐데 / 나는 우리보다 앞섰던 다른 많은 여자들처럼 우뚝 선 여자다 / 나는 우뚝 선 여자다, 그리고 너 역시 그러리라.❞ p.494⠀⠀
@openbooks21 에서 도서를 받아 작성한 주관적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