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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로 읽는 한국사 - 시대의 노래, 역사가 되다
권경률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5년 4월
평점 :
시대는 노래에 의미를 부여한다 (p19)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나 가사를 넘어, 시대의 정신과 사람들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2024년 겨울, 광화문광장에서 울려 퍼진 〈다시 만난 세계〉와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 나오는 〈대한이 살았다〉를 들으며 많은 사람들이 가슴이 뭉클해졌고, 자연스레 함께 부르게 되었다. 이는 우리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다.
K-POP은 오늘날 단지 유행을 선도하는 음악을 넘어서, 민주주의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해철은 불안한 청년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부조리한 사회에 질문을 던졌으며, 동요 〈반달〉은 어린이들을 위한 곡이었지만 오히려 어른들에게도 큰 위안이 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저항을 담은 직설적인 가사의 노래가 많았고, 대중가요 검열이 심했던 시절에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시대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오늘날 우리는 노래를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다시 의미를 부여하며 새로운 시대의 언어로 부르고 있다.
노래는 권력과도 밀접하게 얽혀 있다. 일본과의 굴욕 외교를 감추기 위해 금지된 〈동백 아가씨〉, 고국을 떠나 흩어진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위로한 〈돌아와요 부산항에〉, 유신 정권 아래에서는 정부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한 해에 222곡이 금지되는 일도 있었다. 1988년 올림픽 당시 울려 퍼졌던 〈손에 손잡고〉, 〈아! 대한민국〉 같은 노래들은 표면적으로는 자부심과 희망을 이야기했지만, 그 이면에는 부정부패와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고통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알고 그 노래를 듣고 있자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전쟁 또한 노래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가 자란 미아리는 전쟁의 슬픔이 담긴 〈단장의 미아리고개〉로, 어린 시절 고무줄 놀이하며 부르던 〈전우야 잘 자라〉에는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군인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영화 『국제시장』 속 배경음악들은 전쟁을 겪은 세대에게 단지 음악이 아니라 그리움과 상실, 생존의 기억으로 새겨져 있을 것이다.
노래는 우리 생활의 풍경도 함께 노래한다. 2012년 전 세계를 사로잡은 〈강남스타일〉은 강남이라는 특정 지역을 풍자하며 중독성 있는 리듬과 춤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누구나 알고 있는 〈아리랑〉은 본래 강원도 향토 민요였으나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지역의 상황과 정서를 담아 변화해왔다. 독립을 바라는 〈광복군 아리랑〉을 비롯해 60여 종, 3,600여 수에 달하는 아리랑은 그만큼 많은 사연이 노래를 통해 달래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익숙한 현대의 노래들,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 부르던 노래들 모두가 한국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고려, 조선, 삼국 시대의 시와 구전가요, 노래들에도 역사의 사건과 사회의 상황이 담겨 있었으며, 그것은 단지 국어 시간에 배우는 시가 아니었고, 외우기만 하던 역사 시간의 한 조각도 아니었다.
가요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어? 이 노래,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내가 그 노래에 공감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잊혔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라 하더라도, 시대가 필요로 하면 다시 우리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다시 불릴 것이다. 그리고 역사의 한 장면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덧1) '해동 육룡이 나르샤'로 시작되는 <용비어천가>는 한글창제 반대하는 신하들의 반발을 막기위해 선대 여섯 임금을 나타내어 토를 달지 못하게 했다. 세종의 지혜가 돗보인다 멋지십니다
덧2) 정조 시대에 가난해서 혼기를 놓친 이들을 나라에서 법적으로 구휼해주는 제도가 있었는데 우주의 조화로운 기운을 만들어 가뭄을 막기위한 의미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덧3) 살인 누명을 씌우기 위해 불린 농요의 진실의 파헤친 이야기는 미스테리 추리 소설 같았다. 농요(지금의 가짜 뉴스)에 대한 처벌을 무겁게 다스렸다고 한다.
나라의 임금이라면 이정도는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제발 우리도 이런 나라의 대표를 갖고 싶다.
@hangseongb 에서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