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난 새벽길 - 한수산 순례 에세이
한수산 지음 / 생활성서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이해서 읽기 좋은 책이 발간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생활성서사에서 나온 [내가 떠난 새벽길]은 초대 조선교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님과 2대 최양업 신부님이 걸어갔던 신앙의 여정을 다룬 한수산 작가의 순례 에세이이다


이 책에는 브뤼기에르 주교님과 최양업 신부님이 걸으셨던 길들, 작가가 직접 찾아간 중국의 시완쯔와 마찌아즈 교우촌, 신학생 최양업과 김대건, 최방제가 유학했던 마카오와 필리핀 롤롬보이에 대한 자세한 취재, 그리고 그 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들과 한수산 작가님의 묵상, 직접 찍은 사진들이 잘 어우러져 있어 함께 순례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읽게 된다.

 

매년 9월이 되면 본당이나 신자들은 순교자 성월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까를 궁리하며 다양한 일을 한다. 개인적으로 순례지 방문과 순교자 관련 도서 읽기(그리고 영상물, 강연 듣기)를 추천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하느님만을 위해 살았던 순교자분들을 통해 본인의 나태하고 세속주의적 신앙생활을 반성하고 재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순례지 방문과 관련해서, 요즘은 국내 성지순례 코스가 매우 체계적으로 되어 있다. 올해에도 희망을 향한 순례의 여정, 9월애() 동행행사가 진행 중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검색하셔서 개인 혹은 단체로 참여하면 뜻깊을 것 같다.

 

순교자 성월을 의미있게 보내는 다른 방법으로 순교자 관련 책 읽기가 있다.

 

한국 순교자에 관한 책은 많지만, 올해는 [부초], [군함도], 한수산 필화사건으로 유명한 한국의 대표 작가 한수산 님이 쓰신 순례 에세이 [내가 떠난 새벽길]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브뤼기에르 주교님과 최양업 신부님이 걸으셨던 길을 다루는데 두 분 다 나에게 익숙한 분들이어서 반가웠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내가 다니는 개포동 본당에서 현양사업을 해서 알고 있고, 최양업 신부님의 경우 시복 시성 기도를 가끔 바쳤고, 사목중심지였던 [배티성지]가 좋았던 기억이 있었으며, 25년 전에 마카오의 성 바오로 성당을 방문했던 적이 있어 약간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읽으니 책 내용이 더 와닿았다. 이 책에서 작가님이 두 분의 여정을 직접 순례하면서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새로운 정보와 함께 신앙적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지금도 다니기 험한 산 길을 그 당시 목숨 바쳐 가셨다니 전교에 너무나 게으른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조선시대 한국 신자들은 간절하게 청원했지만 파리 외방 전교회는 조선이 어딘지도 모르고 자금 부족으로 포기하려 했다. 그 때 브뤼기에르 주교님은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결연하게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주교님은 1년간 각고의 고생 끝에 중국 마찌아즈에 도착한 이튿날 43세의 나이로 갑자기 선종하시고 꿈에 그리던 조선 땅은 들어가지 못하셨지만, 주교님이 남긴 편지들을 통해서 숭고한 영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는데 어떻게 돈이 없어 못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 위험한 계획이 어떻게 될 까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나는 운명을 천주의 손에 맡기도 천주의 섭리의 품에 달려들며, 고개를 푹 숙이고 위험을 뚫고 달려 내 길이 끝나는 데까지 계속할 작정입니다.”

주님, 저로 하여금 영원히 이 곳에 머무를 것처럼 일하면서, 곧 떠나갈 사람처럼 준비하게 하소서.”

 

 

두 번째는 최양업 신부님의 이동 경로에 대한 여행기인데, 이 역시 대부분 한국인이 쉽게 가기 어려운 지역들이라 지명의 측면에서 매우 낯설었지만, 신부님의 삶과 각 지역에 대한 작가님의 자세한 묘사 덕택에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양업 신부님은 땀의 순교자라서 아직 성인품에는 못오르고 가경자이신데, 그 분의 백색 순교야말로 오늘날 신자들에게 본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빨리 성인품에 오르시기를 기도해본다.

 

<추천 대상>

1. 9순교자 성월추천 도서

2. 브뤼기에르 주교님과 최양업 신부님의 영성과 순례 여정을 알고 싶은 분

3. 마카오, 필리핀, 중국 등을 순례할 계획이 있으신 분

4. 가독성 높은 순례 에세이 원하시는 분 (여행기 좋아하시는 분도)

 

 

<책 속으로>


한국 가톨릭의 새벽을 가다라는 의미의 새벽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한국 천주교회가 태동하던 새벽, 한 시대가 열리는 닭의 울음이 들리던 새벽이다.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던 박해시대, 종교적 시대 환경으로서 초기의 의미를 함유하는 새벽이다.

또한 이 글은 사학으로 당대의 지배층이 금기시하던 그리스도를 일찍이 받아들인 깨어있던 사람, 선각자의 삶을 살았던 새벽의 사람을 찾아간 기록이기도 하다. 한국 천주교회사의 새벽을 살아야 했던 순교자를 기리는 마음이 여기에는 담겨 있다.

그분들의 자취를 찾아가는 취재 여행은 언제나 새벽에 나가서 밤 깊어서 돌아오는 일정의 연속이었다. 시대의 새벽을 산 사람들, 자신 또한 스스로 새벽이었던 그 분들을 만나기 위해 나도 언제나 새벽에 길을 떠나야했다. ....

-1부 나의 새벽길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떠난 새벽길 - 한수산 순례 에세이
한수산 지음 / 생활성서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나 읽어도 좋지만)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여 의미있는 영적 독서를 원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치유되었다 - 예수님과 함께하는 치유 여정
밥 슈츠 지음, 이진아 옮김 / 생활성서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당에서는 치유 사역(혹은 기적)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하며 공개적으로 하지 않으려 한다. 이유는 바로 결과가 얻어지거나, 혹은 (복음의 본질보다는) 기적 자체에 집중하는 것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모두 다양한 이유로 인해 상처받은 삶을 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치유가 필요하다. (사실 우리가 죽는 날까지 치유 여정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성경에 나와있듯 예수님도 분명 인간의 치유와 자유함을 원하셨다. 그러나 다양한 이유로 기피하다보니 신앙이 자신의 현 상황에 직접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현실 문제는 다른 식으로 해결해보려는 경향이 많다.

 

나는 치료가 어려운 지병이 있고 이로 인한 마음의 상처도 있어 성령기도회에 오랫동안 다녔다. 아직 외적 치유는 받지 못했지만 다니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된 신앙을 반성하게 되었고 힘든 중에도 하느님은 항상 개입하심을 느끼게 되었다. 따라서 원하는 결과를 못얻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꾸준히 치유 기도를 하기를 권한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문제를 느끼거나 원의가 허락됨을 깨달을 수 있고, 인생 속의 문제와 상처는 항상 발생하기 때문에 늘 기도하고 치유받는 것을 일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 책도 치유를 다룬 책이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았다. 저자인 밥 슐츠는 요한 바오로 2세 치유 센터에서 치유 봉사 한지 오래되었으며, 자신 및 다른 신자들의 치유 체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본인(가정 불화 문제)과 본인 가족의 치유 경험(형의 마약중독)을 솔직하게 쓰고 있어, 특히 관련된 문제를 겪는 이들이라면 이를 통해 조언과 희망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치유하는 예수님과 만나서 결국에 치유를 받도록 하는데 있다. 또한 치유에 대한 올바른 개념과 예를 제시하고 있어, 치유 사역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분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치유 여정에 맞춰서 3,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성경의 치유 사화에 기반을 두고 본인과 주변인의 치유 체험이 자세히 나온다.


또 각 장의 [내면 바라보기], [묵상 길잡이], 도표 등은 각 장 주제와 관련지어 자신의 삶에 적용할 질문과 생각할 거리를 제시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기도가 되면서 신앙 성장이 됨을 느낄 것이다. 성당에서는 치유 사역을 잘 안하기 때문에 (혹은 참여가 부담된다면)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치유성사에 대한 올바른 길잡이를 얻을 것이다.

 

<추천대상>


내적, 신체적, 영적 치유가 필요한 분

성령 기도회나 성당에서 치유 봉사자로 일하는 분

치유 사역에 관심 있는 분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치유하고 싶은 분

현재 가정불화를 겪는 분들 (저자가 가정불화를 겪고 훗날 이를 치유 받는 과정이 자세히 나온다.)

예수님의 치유 사화에 관심있는 분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
허찬욱 지음 / 생활성서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의 불안함, 슬픔, 모호함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신부님이 쓰신 철학 에세이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
허찬욱 지음 / 생활성서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활성서사 신간 철학 에세이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를 읽게 되었다. 머리말에서 저자 신부님이 대단한 이야기가 아닌 작은 이야기들이기에 책으로 낼 용기를 냈다고 하셔서 가볍게 읽을 수 있겠거니 했는데, 한 구절 한 구절마다 깊이가 있어 읽는 내내 공감과 치유 및 사고가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저자인 허찬욱 신부님의 약력을 보니 독일에서 종교 철학을 공부하고 대구 가톨릭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계셨다. 역시 철학을 공부하신 분이기에 복잡다단한 사고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남달랐다.

 

이 책은 문학, 음악, 영화, 미술 등의 다양한 소재를 통한 슬픔과 고통에 대한 신부님의 성찰이 담긴 22편의 에세이(한 에세이 당 5-6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신부님의 통찰력 있으면서도 진솔한 글은 삶의 고통에 힘겨워하는 이들, 고통에 대한 의문이 많은 이들, 현재 슬퍼하는 이들이 다각도로 생각해보게끔 돕는다. 지시하지 않고 담담히 생각을 써 내려간 글이기에, 그동안 슬픔을 대했던 나의 방식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자연스레 돌아볼 수 있었다. 또 남을 위로할 때 어떤 마음으로 접근해야 할지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 역시 고통에 직면해야만 했을 때 심리학책이나 대중적인 힐링책, 그리고 성공이나 행복에 치우친 간증 등은 별 유익이 되지 못했다. 현실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신학책 및 철학책을 읽거나 관련 공부를 한 것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으며, 다면적인 현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일차원적 사고를 하는 이들 혹은 어설픈 위로나 잘못 해석된 복음 등을 통해 받았던 혼란이나 상처를 철학, 신학 공부를 통해 추스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철학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불확실함을 견디는 힘을 준다그리고 아직 말을 찾지 못한 날 것의 경험에는 말을 찾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말을 찾은 경험은 이제 조금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됩니다.”라는 문장이 와닿았다. 내가 예상치 못한 그리고 전혀 이해 안 되는 일들로 고통과 혼란을 겪었지만, 불확실함 그 자체를 견디고 또 조금이나마 표현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신앙이 있다고 바로 하느님 뜻을 알고 모든 결정을 옳게 하는 것이 아닌, 늘 갈등하고 번민하면서 관조적 태도를 가지고 마음을 다스려가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슬픔에 대해 유연하고 넓은 시야를 갖고 싶은 이들뿐 아니라 이해하기 힘든 상황 때문에 혼란스러운 이들, 그리고 철학과 신학책을 바로 읽기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추천 대상>

1. 슬픔에 대해 성찰하고 싶은 분

2. 사고의 확장과 마음의 치유를 얻고 싶은 분

3. 사유의 확장이 요구되는 철학, 신학을 공부 중인 분

4. 일반적인 성경 공부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분

5. 현재 처한 삶이 이해가 안되고 혼란스러운 분

6. 철학책 읽기가 힘든 신자분들

 

<책 속으로>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알지 못합니다. 내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말할 때, 내가 이해하는 것은 사실 타인의 고통이 아니라 나의 고통입니다. ...슬픔은 사람마다 고유한 것이어서 원래 그런 거라는 말로 일반화할 수 없다고 롤랑바르트는 말합니다. ..자신의 슬픔을 말로 표현하는 순간 말로 표현된 슬픔은 곧 일반적인 의미로 희석되어 버립니다.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 p.16-19)

 

 

근래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입니다...‘철학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는 문구는 반드시 답을 찾아야 철학이다.’라는 말로 읽힙니다....인간이 가진 지성은 복잡한 현상에서 명확한 답을 구하는 능력일까요, 아니면 복잡한 현상을 있는 그대로 견디게 하는 힘일까요? 인간의 지성이 고귀하다면 그것은 지성이 우리에게 불확실함을 견디는 힘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기여 잘 있거라. p.45)

 

 

신앙인의 언어도 그렇게 유연하면 좋겠습니다. 신학을 좀 배웠다고 외운 대로 말하지 말고, 사람의 말부터 곰곰이 들으면 좋겠습니다. 옳고 그름을 빨리 판단하고 선과 악을 선명히 가르는 것이 신앙 언어의 본질은 아닐 것입니다. ...외운대로가 아닌 들은 대로 연주하는 재즈 연주자들처럼, 우리도 신앙을 말할 때 우선 듣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들은 대로 연주하세요. p.185)

 

우리가 나누는 말이 우리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것을 왜곡의 의도라고 깎아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말을 찾지 못한 날 것의 경험에는 말을 찾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표현되지 못한 경험이 표현된 경험을 통해 서서히 말을 찾아갑니다. 말을 찾은 경험은 이제 조금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됩니다. (작은 이야기의 힘. p.2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