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와 젤리
엘렌 몽쟁 지음, 조연희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루이와 젤리 가장 평범한 그러나 위대한 성인

 

나는 오래전 가톨릭출판사에서 나온 [꼭 읽어야 할 그리스도교 고전] 시리즈 중 하나인 [성녀 소화 데레사 자서전]을 감명 깊게 읽었다. 그 후 성녀의 작은 길의 영성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해설서 격인 [소화 데레사의 삶과 사랑], [소화 데레사 사랑의 엘리베이터] (출판사: 바오로딸)도 읽었다.

 

그 전까지는 성인이 되려면 대단한 신앙심과 영웅적 모습(예언, 치유, 기적의 은사, 탈혼, 순교, 신학적 이론 정립)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런 능력이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평신도로서의 삶과 신앙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소화데레사 성녀가 찾아낸 성인의 길은, 아주 작은 일도 사랑으로 행하는 일, 내 뜻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우선으로 선택하는 길이었다. 성녀는 우리에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상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신앙임을 일깨워주었다. 이 책들을 보면 평범한 신자가 일상을 봉헌한다는 것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가톨릭출판사 신간 [루이와 젤리]는 최근 가톨릭 최초로 부부 성인으로 시성된 소화데레사의 부모님, 루이와 젤리에 관한 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성인이라고 불리는 소화데레사 성인의 부모인 루이 마르탱젤리 마르탱부부를 성인품에 올렸고 결혼생활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다. 교회가 이 부부를 성인으로 선정한 것에는, 가정 해체가 심각한 우리 시대에서 성가정이 나아갈 길과 진정한 겸손과 신앙심이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부부는 성덕이란 엘리트, 수도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주어지는 은총임을 보여준다. 그들은 신앙심이 투철했지만, 인간으로서 겪게 되는 삶의 고통, 소소한 기쁨, 일상 속 시련, 자녀의 죽음, 심한 질병 등을 모두 겪었다. 그런데도 이 부부가 성덕에 도달한 이유는 어떤 시련에도 불평하지 않고 무슨 일이든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하나의 근원과 목표만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앙을 가지면 고통 없고 남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된다는 환상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통뿐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 즉 삶에 대한 충실성인 것이다. 이 부부도 고통 앞에서 나약할 때도 있지만, 결국은 하느님의 뜻에 맡기는 모습을 항상 보여준다.)

 

코로나로 인해 가정교회(교회와 소규모 단체 중심이 아닌 가정-중심적 신앙생활)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이 부부의 생애와 남긴 편지들, 그리고 저자의 친절한 해설을 통해 성가정의 모습, 자녀교육, 봉사와 전도, 평신도로서의 신앙생활, 고통을 대하는(삶을 대하는) 신앙인의 자세 등에 관한 많은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하느님 앞에서 겸손한 삶을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소화데레사나 루이와 젤리 부부 모두, 인생과 신앙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거나 단순한 소확행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삶의 매순간을 하느님의 뜻을 구하면서 충실하게 사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매우 현실적인 가르침을 주는 분들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신앙과 겸손 그리고 고통의 신앙적 의미를 알고 싶은 분, 신자면서도 다른 세속적 가치에 우선을 두는 분, 다원화된 가치가 만연된 현대사회에서 가정과 부부의 소명과 사명 및 올바른 자녀교육에 관한 가르침을 얻고 싶은 분, 신앙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가진 분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책 속으로>


루이와 젤리는 그 어떤 일에서든 하느님의 뜻이 드러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 뜻을 따르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뜻을 단념하였다. 이는 당시 흔히 볼 수 있는 태도는 아니었다. 성급한 이들은 자신의 뜻을 단념하는 것이 자유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혼동했다. ..두 사람은 가장 큰 자유란 이기적인 결함이 담긴 자유 의지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예속된 상태라고 가르쳐 준다. 진짜 노예는 죄에 예속된 사람이다....이 부부는 인생에서 고통을 마주하더라도 계속해서 피앗Fiat” 이라고 말했다. 고통과 마주하며 하느님 사랑 안에서 그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의미이다...이 부부는 영혼의 구원을 위해 일상의 사소한 불편함을 봉헌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큰 역경을 봉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그들 자신을 봉헌할 수 있었다. -p.81~83. 3장 모든 것을 하느님을 위해

 

자녀의 죽음 앞에서 보여준 마르탱 부부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으나, 그들도 불사조는 아니었다. 젤리는 고백했다. “하느님,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진절머리가 납니다! 제게는 조금의 용기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젤리의 불안은 커져갔다.....두 사람의 인생관 속에서도 이 시련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불행하지 않은 사람일 뿐이야. 가장 지혜롭고 순수한 사람은 언제나 하느님의 뜻을 감수하고 가능한 한 가장 용기있게 자신의 십자가를 질 준비를 하는 사람이야.” 쓰라린 경험을 했지만, 원통해하지 않고 본질을 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말이다...그들은 어떻게 원통해하지도 않고 분노하지도 않은 채 이 모든 죽음을 견딜 수 있었을까? 답은 시련을 겪으면서 미약하게나마 고통의 신학을 만들어낸 두 사람의 깊은 신앙에 있었다. ..삶과 죽음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었다. “주인은 선하신 하느님이야. 그 분은 내 허가를 받지 않으셔도 돼.” -p.160. 7장 시련의 시간.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