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역사 설화 - 모든 순간에 하느님의 손길
안소근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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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의 역사 설화: 모든 순간에 하느님의 손길]은 성서학 박사이신 안소근 수녀님이 쓰셨다. 수녀님은 지혜문학을 다룬 <세상을 읽는 눈, 지혜>, <이사야서 쉽게 읽기>, <구약 종주>, <신약 종주> 등 성경 읽기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많이 집필하셨다.

 

[구약의 역사 설화]라는 제목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이 책은 구약 성경 내 작은 책들인 룻기, 토빗기, 유딧기, 에스테르기에 대한 해설서이다. 신약 4복음서나 모세오경에 관한 묵상에세이나 해설서는 많아도, 이런 제2경전을 다룬 책은 찾기 어려운데, 이 책이 발간되어 매우 기대되었다.

 

신구약 중간 시대의 산물로 역사서로 분류되는 이 책들은 실제 이스라엘 역사를 서술하기 보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자유롭게 꾸민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혹자는 역사 설화라는 것에 불편해할 수 있겠지만, 이 책 저자는 그 내용의 역사적 사실 여부를 떠나, 주인공들의 삶이 그 시대 독자의 삶에, 그리고 우리 삶에 대해 들려주는 교훈에 더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이 책은 4권이 쓰인 시대적 배경과 비평적 분석 및 교훈을 자세히 설명해주기에 성경공부용으로도 유용하지만,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고, 친절하고 따뜻한 문체로 쓰여졌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부담없고 접근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나는 이런 류의 해설서를 좋아하는데, 이유는 지혜와 배경지식을 훌륭한 언어적 표현력으로 친절히 설명해주면, 나 혼자 성경을 읽었을 때보다 더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인 모든 순간에 하느님의 손길과 책 표지 밑의 '항상 우리의 삶에 함께하시는 하느님!, 인간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역사를 발견하다.'는 이 책의 내용들을 잘 요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구약의 역사 설화에 담긴 4권의 책들은 낯선 땅에서 외롭게, 어려움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주인공이며, 이들이 하느님의 은총과 삶의 의미를 발견해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네 신앙 여정은 결국 일상 속 하느님을 발견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자들은 이런 책들을 통해 자신의 일상 속에 숨은 하느님의 은총을 느끼고, 인생에 관한 많은 진실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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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개신교 신자들은 토빗기와 유딧기는 잘 모를 것이다. 개신교 성경에는 그리스어 성경에만 수록되어 있던 것들은(토빗기, 유딧기, 마카베오상, 상하, 집회서, 바룩서) 외경이라고 해서 경전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신교 신자라도 이 부분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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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 저자인 안소근 수녀님이 작년에 쓰신 [세상을 읽는 눈, 지혜]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구약 성경의 지혜 문학인 잠언, 욥기, 코헬렛, 집회서, 지혜서에 담긴 지혜와 교훈을 상세히 알려준다. 구약 전문가인 안소근 수녀님은 지혜 문학 각 작품이 쓰인 배경을 설명하고,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면서 핵심적인 부분을 집중하여 설명한다. 특히 지혜 문학과 우리 삶을 연결시켜, 그 안에 담긴 현인들의 지혜를 짚어 준다. 이 책 역시 매우 쉽고 공감가게 쓰여졌기 때문에, 더 깊이있는 성경 묵상과 삶 속에서 지혜를 실천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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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일어난 듯이 보이는 사건들이 사실은 하느님의 자애로 이루어진 것임을 말해주는 것입니다....그 애매함 안에 룻기의 신학이 들어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자애는 눈에 보이는 인간의 자애를 통해 구체화된다는 것입니다... 세상살이가 그런 모양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살 수 있게 해주고, 다른 누군가가 또 나를 살 수 있게 해줍니다. 룻기에서는 그것이 하느님께서 사람들을 돌보시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그들은 하느님의 계획대로 자신들의 역할을 다합니다. (P.43, 46~47)

 

토빗의 유언은 그가 중시하는 가치들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올바르게 살다가 불행을 겪었어도 그는 원망하거나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추구해온 선행과 진리와 의로움의 길을 아들 토비야에게도 권고합니다. (p. 100)

 

하느님께서 사람들에게 하시는 약속은 늘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영원히 네 곁에있겠다고 말해줄 사람이 없다면 무엇을 믿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가족보다 더 진실하게 이 말을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이런저런 어려움들을 두려워하여 이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조건부 사랑이 아닐까요? ..그 가족의 사랑은 하느님의 사랑을 닮았습니다. (p. 126)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분께서 내가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해주시리라고 확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전멸시키실 수 있는권능을 갖고 계시며, “당신께 가까운 이들을 깨우쳐 주시려고 채찍질하십니다. 그렇게 하실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인정하지 않고 내가 하느님 위에 있으려 하는 것입니다.

 

E. 쳉어는 에스테르기에서 이스라엘의 구원이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개입으로 이루어진 일로 해석되는데도 하느님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의도적이라고 봅니다. 그는 이것이 저자가 이스라엘이 지금 겪고 있는 위험한 상황ㅇㄹ 하느님께서 얼굴을 감추시는때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하느님께서 얼굴을 감추시는 순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에스테르의 대답은 얼굴을 감추시는것은 하느님께서 부재하시는 것이 아니라, 현존하시면서 숨어계시는 것이고,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고통은 그러한 신비에 속한다는 것입니다...(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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