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로메로
케빈 클라크 지음, 강대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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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로메로 대주교가 시성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1980년 미사집전 도중 살해된 지 38년만이며, 2015년 복자품에 오른지 3년만이다.

 

나는 영화 로메로(1989)’를 통해, 로메로가 군부 독재에 맞서고 빈자들을 위해 순교한 신부님이라고만 알뿐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나 같은 신자들이 많을 것 같다.) 성직자의 사회운동이 바람직한지 의구심이 있었고,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도 독재나 사회 문제에 맞서 투신한 신부님들이 많았기에 그분들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의 무지와 무관심이 부끄러워졌으며, 복음화, 특히 사회교리의 참의미가 마음에 다가왔고, 회개의 삶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묵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억압받는 빈자들을 위해 생명을 위협을 무릅쓰고 복음을 실천하다 순교했던 로메로 대주교의 전기지만, (일반 전기와 달리) 로메로의 회개와 용기(나약했던 과거와 생각 및 행동의 변화 과정), 그리고 그의 모든 행동을 정치행위(투사)가 아닌 신앙(성인)의 관점에서 전개하는 면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고, 행동 이면의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며, 나도 신부님처럼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로메로 주교가 신학 공부와 영신수련에 집중하고 신중한 모습(혹은 인간적인 약한 모습들)을 보이다가 나중에 민중의 고통을 통해 용기 있게 변화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특히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로메로 주교의 강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물론 사회 교리를 체계적으로 알기 쉽게 가르치는 책들도 유용하지만,

이런 드라마틱한 실화와 실제 인물의 고뇌와 회개 및 영성, 그리고 대주교의 행동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을 읽다보면, 회개와 구체적 신앙관 확립에(즉 신앙을 어떻게 삶으로 살아낼 것인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남미 해방신학에 관심있는 분들에게도 많은 지식과 깨달음을 줄 것이다.

 

교회가 로메로 대주교를 성인으로 선포한 이유는 그분을 통해 교회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는 기사를 보았다. 종교가 힐링 상품으로 전락하고 (나와 일반 신자들을 포함해서) 하느님을 이용해 이기심을 채우는데 급급한 성직자들이나 지도자들이 많은 요즘, 하느님의 가르침만을 순수히 추구했던 그 분의 순교정신을 다시금 성찰해봐야 할 것이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좋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본다.

 

<인상깊은 강론>

 

그날 밤 로메로는 아길라레스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고성능 소총으로 살해된 ...시신을 생각하면서 로메로는 본능적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메데인 총회의 새로운 가르침을 이해하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최우선의 선택을 하고 하느님 백성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순종을 드러내는 궁극적인 표현이며 이 지상의 삶을 봉헌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한쪽에서는 교회가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어 반역행위를 한다고 비난합니다. 또다른 한쪽에서는 교회를 현실세계와 분리된 영성으로만 축소시키려고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선포합니다. 복수하지 마십시오. 계급투쟁 하지 마십시오. 폭력을 행사하지 마십시오. 폭력과 억압의 시대에 부유한 사람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오직 눈먼사람만이 고통받는 사람들과 교회가 연대해서는 안된다고 믿습니다.

 

우리 사제들은 희망으로 삽니다. 공산주의자들은 내세의 삶에 대한 이러한 희망을 절단내어왔기 때문에 우리는 공산주의자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우리는 똑같은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선포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세상은 사회적, 정치적 특징과 교회가 육화되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가르쳐줍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세상은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가르쳐 줍니다.

 

어떠한 위기도 일으키지 않는 교회, 불안하게 하지 않는 복음, 아무도 괴롭히지 않는 하느님 말씀, 복음이 선포된 사회에 진짜 죄에 관여하지 않는 하느님 말씀, 이것이 무슨 복음입니까?

 

사람들이 저를 두고 반동분자라고 하며 제가 정치문제에 간섭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계속해서 그리스도의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 교회의 사명을 분명하게 밝히려고 노력합니다. 교회는 사람들을 구원해야 하고 그들과 함께 정의를 추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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