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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에이다 ㅣ 우리 반 시리즈 11
전혜진 지음, 안병현 그림 / 리틀씨앤톡 / 2021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이다 러브레이스라는 인물이 조금은 생소합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점과 최초의 프로그래머라는 타이틀이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는데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최초로 고안했다고 알려진 그녀는 방탕했던 시인 바이런의 딸이었습니다. 하지만 에이다는 생후 1개월 때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의 존재를 어머니에 의해 철저히 가려둡니다. 자신의 딸이 남편의 그릇된 방랑벽의 행동을 닮을까 노심초사 걱정했던 탓에 얼굴도 보지 못한 에이다는 막연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그로 인한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있었다고 짐작하며 『우리 반 에이다』가 출판된 듯합니다.
'리틀 씨앤톡' 출판사의 우리 반 시리즈는 위인의 생애 마지막 문턱에서 카론을 만나며 한국의 초등학생으로 얼마 동안 살아가는 기회가 주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기존 위인들은 그래도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는데 코딩, 스크래치, 파이선, 프로그래머 등등의 키워드가 주어지며 나온 '에이다'는 생소했던 터라 더욱더 흥미롭게 읽어내려간듯합니다.
우리 반 에이다 _ 에이다 러브레이스, 게임을 만들다! / 차례

우리 반 시리즈의 카론들은 하나같이 모두 개성이 강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언뜻 들으면 저승사자인데 또 그렇지도 않은 그들의 업무(?)가 위인들이 떠나기 전 마음의 짐을 덜어주게 하는 통로가 되곤 합니다. 이번에 만나볼 에이다는 끝 무렵에 카론의 어마어마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물론 유추는 가능하지만 유포는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우리 반 에이다 _ 에이다 러브레이스, 게임을 만들다! / 시인 바이런의 딸 에이다 러브레이스

에이다의 어머니는 방랑벽이 있던 에이다의 아버지 시인 바이런의 영향을 없애려 극단적으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에이다는 아버지 집안의 기질을 물려받아 상당히 예민하고 변덕이 심하며 갑자기 심신이 허약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에이다가 8살 때 심한 두통을 앓으며 '우리 반 시리즈' 카론의 최연소 손님이 되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 28년이 더 지나 카론을 만나게 됩니다. 결혼도 하고 2남 1녀를 낳아 막내가 13살 무렵이었던 36살의 나이에 말입니다.
난 말이야, 죽음의 신이야.
죽은 사람을 배에 태워 저승까지 건너게 해주는 신.
하지만 에이다, 너처럼 인류사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나는 그 사람이 죽기 전 간절히 원했던 소망을 들어주고,
최대 7주까지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 생전에 풀지 못한 의문이나 소원의 답을 직접 찾도록 돕고 있어.

카론의 손님들이 모두 그렇듯이 에이다도 대한민국의 초등학생으로 얼마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바로 초등학교 5학년 박이현, 에이다의 막내보다 1살 어린 나이의 모습이었습니다. 이현은 코딩을 좋아하는 아이로 에이다와 마찬가지로 자주 두통을 앓는가 봅니다. 에이다가 이현의 몸으로 왔을 때도 두통과 함께였으니까요. 에이다는 항상 아버지를 그리워했습니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어머니 몰래 봐온 아버지의 모습은 멋짐 그 자체였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원했던 에이다는 이현의 몸으로 7주를 살아가는 동안 그 갈망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는데....

이현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현은 경찰인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고 엄마는 혹여라도 길에서 아빠를 만나면 무조건 피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빠가 보던 프로그램 관련한 책들을 보기만 해도 예민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현은 1살 많은 6학년 언니와 함께 방과 후 코딩 수업으로 게임을 만들기로 합니다. 리틀씨앤톡의 '우리 반 시리즈'는 위인에 대해 알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초등학생의 이야기와 위인이 공부했던 내용까지 담고 있어 아주 유익한 도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우리 반 에이다』의 주인공 에이다가 여성 최초 프로그래머여서 컴퓨터와 코딩에 관련된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현이 게임 만드는 일에 열중하던 중 언니와 길을 걷다 아빠를 마주치게 됩니다. 평소 상상했던 모습이 아닌 다소 거친 모습으로 말입니다. 당황한 것도 잠시 엄마의 신신당부는 잊은 채 아빠를 따라가려고 했고 그런 아빠의 손에 언니와 이현이 속수무책이 됐을 때 카론이 나타납니다. 앞서 만나본 '우리 반 시리즈'의 카론과는 분명 다른 양상입니다. 그리고 에이다는 카론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카론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게 된 이현은 그제서야 이현의 엄마가, 에이다의 어머니가 자신을 지키려 했던 그 모든 행동들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했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사람은 말이야, 누구나 더 사랑받고 싶고 더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
특히 에이다 같은 사람은 그렇게 유명한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늘 괴롭고 아쉬웠을 거야.
그럴수록 괜히 어머니를 원망하기도 하고.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란 사람도,
어느 순간 더 사랑받고 싶고, 더 칭찬받고 싶은 마음에
가족들의 사랑을 비교하게 되고 서로의 마음을 오해하기도 하지.
에이다에겐 좀 더 구체적인 이유가 주어졌을 뿐이야.
결국 에이다는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걸지도 몰라.
엄마 생각에는 에이다가 좀 더 오래 살았다면 스스로를 사랑하고,
어머니에 대한 원망도 거두었을 거야.
에이다를 보면서 마침 지난주에 우연히 알게 된 영화 '히든 피겨스'가 생각났습니다. 천부적인 수학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해야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였는데요. 에이다는 당하는 입장이 아닌 차별을 할만한(?) 위치의 부유계층으로 좋은 곳에 시집을 가면 그만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깨고 공부를 했고 노력을 했으며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고 그녀 덕분에 우리는 이렇게 편리하게 컴퓨터를 사용하며 소통하고 일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끝으로 에이다의 내면에 부모님에 대한 갈등과 오해가 있었지만 『우리 반 에이다』를 통해 글로나마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천만다행으로 느껴졌습니다. 혹시라도 에이다처럼 한쪽 부모에 대한 감정으로 현재 함께 있는 분께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 있다면 조금은 그 마음에서 벗어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