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제 키드의 귀환
강재영 지음 / 잇스토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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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을 스무 해도 넘게 전에 끝냈다. 그런 대학교 생활에 대한 #글리제키드의귀환 속 이야기는 전혀 변화가 없어 보인다. 더 놀라운 것은 작가가 밝힌 자신의 나이가 20대인데 그간 대학은 변하게 없구나 싶었다. 사실 인간이 사는 어느 집단이나 조직이 변하지 않는 게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 정의, 공정, 진리, 진실 등이 자리잡고 있지만 대척점에 도도히 자리잡고 있는 불평등, 거짓, 부패, 폭력, 억압 등이 기승을 부리곤 한다. 소수일 것이라고 믿으며 다수의 방향으로 물들이고 설득하며 나아가고 싶다. 하지만 교묘하고 공정치 못한 방법으로 비집고 들어와 사람들 사이를 가르고 그 분열을 이용해 권력화 한다. 일부 정치나 사회, 조직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여전히 군사조직체계를 사회의 모든 영역에 집어넣어 소수에게 특권과 폭압을 허락한다. 지배하고 군림하면서 소수의 리더십이라고 착각한다. 군사조직은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 속 대비를 위한 특별한 질서이다. 하지만 휘두를 수 있는 지휘 체계를 권력으로 둔갑시켜 사람들 위에 서고 싶은 욕망을 낯부끄럽지 않게 내보인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행할 수 없기에 어둡고 좁은 공간 안에서 사람들의 두려움을 발판 삼아 일어선다.

​#강재영 작가는 지구가 아닌 외계인이 우리의 질서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야기를 대신한다. 전쟁과 폭력을 통해 권력을 쥐려던 존재와 유사한 이들이 대학 캠퍼스 안에서도 발견된다. 학교이지만 성인으로서 전문성을 배우는 첫 발을 내딛는 곳에서 특정 집단을 형성하고 자기 권력화하고 그 안에서 군림하는 존재. 군사 문화에서는 선후배 간 폭언, 폭력 등이 사회 밖에서 인맥과 힘이 된다고 믿어서 암묵적으로 용인되었다. 그런데 21세기 하고도 강산이 몇 번 바뀐 이 시점에도 일부에서 이뤄지는 원시적 행위에 대해 지구 밖 존재가 이를 돕는다. 침묵으로 용인되었던 뒤틀린 질서를 작은 목소리이지만 소리를 내어 공개되었을 때 이는 힘이 발휘되었고 사람들은 응집되었다. 참여와 연대가 서로를 살린 것이다. 용기 내어 나아갈 수 있는 #글리제키드_가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 "나 때만 후배들 갈구고 끝나겠지 싶었는데 아니더라. 지금 애들이 더 힘들어 보여. 학교라는 곳이 워낙에 좁잖애. 선배들이 갈구기만 하나? 이상한 소문 내, 따돌려, 직장도 뭐 다를 건 없는데 …… 하필 대학교도 그래. 그래서 그게 가끔 우리 잘못 같기도 해." (43쪽)

​■ 비스타는 이부자리에 누울 때면, 정찰 메뉴얼을 세심히 알려준 레지스탕스 동지, 적응하기 힘들었던 와중에 손을 내밀어준 수정, 그 두 사람의 용감함이 항상 선명히 겹쳤다. 비스타가 올려다보는 천장에 유독 얼룩이 많아 보였다. 비스타는 도무지 눈이 감기지 않았다. (49쪽)

​■ "너 혼자 아니야, 수정아. 옆에 필이랑 나라도 있고 …… 옆에 나도 있어 ……. 보고 싶어, 그래서." / 전화 너머로 수정의 떨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 나도 네 편이야, 고마워 ……." (77쪽)

​■ "나는 있잖아, 사람들이 억지스러운 긴장 속에서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학교는 다 같이 어울리면서 공부하는 곳인데 …… 그리고 나이대로 비슷한데, 실수나 갈등이 생기면 풀면 되는 건데, 그게 싫어서 서열 나누고, 계급장도 없으면서 으스대니까 자퇴한 사람들도 많잖아. 자퇴한 사람들한텐 부적응자라 하고 ……. 진짜 나는 거면 돼. 억지스러운 긴장 속에서 아파하지 않는 삶 ……." (83쪽)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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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연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3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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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핵을 달리는 나이, 중학생 시절. 핵들만 만난지 스무해. 뜨겁고 거칠고 빛의 속도를 지닌 그들과 마주하다보면 그 안에 여전히 너무도 여리고 어린 아이를 만나게 된다. 어른이 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행위는 아니지만 굳이 부딪히고 넘어지고 깨지면서 철철 넘치는 피를 확인하는 족속. 그런데 알고보면 인류 누구나 그 시기를 거쳤고 각기 다른 모습과 고민으로 지금의 자신 일부를 형성하던 때이다. 또 실상 많은 아이들이 금쪽이 같은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

​성인과 달리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대한 선택권이 더욱 부족하기에 감정적 소비나 일관성 있는 행동, 판단이 어렵다. 그래서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해 #모두의연수 이야기 속 '모두' 역할이 중요하다. 선택하지 못한 상황 속에는 성인도 감당하기 힘든 불행의 소스들이 있다. 불닭볶음면 소스나 마라탕의 5단계 매운맛 같은 인생 불행 소스는 혼자 감당키 힘들 것이다. 가정, 학교, 사회가 전방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매운맛을 적절하게 접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도록 이끄는 명도단 사람들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모두의연수 이야기 속 모든 보호자 중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다. 불행의 포화 속에도 중무장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지키고 주변에 상처 주지 않고 관계 맺어가며 이겨내가는 것이다. 연수, 차민, 시영, 우상이 그려내는 성장통에는 본인보다 환경과 어른이 주는 고통이 많다. 거부할 수 없는 걸 인지하고 감내하고 나름 방식으로 이겨내가는 #청소년성장소설 이다.

​가시적 효과만을 바라고 개발된 명도단 거리를 누비는 네 청소년과 어른들. 아기자기 하면서 현재 청소년에게 실질적 고민으로 다가오는 청소년 도박, 성적, 진로와 진학 등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풀어간다. 성적이 전부일 수 없는 아이들, 진로와 진학이라는 단어로만 묶기에는 넓고도 깊은 아이들의 미래에 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다.

​■ 솔직히 그냥 갖고 싶은 물건이었다. 모든 물건이 꼭 쓸모를 따지면서 사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어른들은 꼭 쓸모를 따진다. (15쪽)

​■ 이게 뭐라고 명도단 사람들이 자꾸 탁자 주위에 모였다. 가게마다 더 넓고 좋은 탁자가 넘치는데, 굳이 좁은 탁자 주위에 모여 무언가를 나눠 먹고, 무언가를 얘기하는 것이었다. (17쪽)

​■ 내게는 부모님에게 무엇을 사 달라고 조를 기회조차 없기에 더 그럴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내가 꼭 무언가를 얻고 싶어서 부모를 찾는 건 아니었다. 그런 모습, 아무 생각 없이 조르고 떼써도 되는 그런 모습이 가끔은 부럽다는 것이다. (49쪽)

​■ 차민이가 현실적으로는 SKY는 갈 수 없다고 자각한 아빠가, 경찰대학은 갈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착각을 했다. (112쪽)
□ 학부모의 대다수는 비현실적인 착각을 한다. 공부 말고 인성이 좋은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고 말한다. 현실에서는 인성이 좋은 아이는 성적은 몰라도 공부는 열심히 한다. 주어진 일을 성실히 임하는 것도 인성이므로.

​■ 국밥집 아주머니가 나와서 무슨 일이냐고 묻고, 복권방 아저씨가 저 새끼냐? 하고 남자에게로 가고, 노래방 이모가 시원하게 욕도 날렸다. 그 바람에 남자가 급히 자리를 떴다. (143쪽)
□ 명도단 어벤저스 같은 어른들이 있어야 한다. 자라는 세대에게 우리 모두는 어벤저스 같은 존재가 되어주어야 한다.

​■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중2. 하지만 나와 시영이에게 사춘기 따위는 없었다. 중2병도 자리를 보고 찾아오는 것인지, 우리는 그것을 앓을 기회조차 없었다. 우리의 반항보다 먼저 자리 잡은 선의와 빈곤 탓이었다. (154쪽)

​■ 왠지 삼촌의 마음을 이용해 한껏 욕심을 부린 것만 같았다. 마치 내가 삼촌의 선의를 마구 털어 버린 듯한. 내가 내내 찜찜했던 이유였다. (200쪽)

​■ "…… 아빠한테 먼저 말해 볼게. 어떻게 말할까 늘 걱정이었는데, 너한테 말한 것처럼 하면 될 것 같아. 내가 혹시 깁스하고 나타나면 드디어 말했구나, 해라." / "혹시 진짜 때리시면 …… 그냥 맞아. 깁스하면 가방은 들어줄게." (253쪽)

​■ "아버님 착각하고 계시네요. 부모는요, 지칠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내일 죽어도 자식한테 일이 생기면 벌떡 일어나는 게 부모라고요. 태평하게 술이나 마시면서 지쳤다고 할 자격없습니다." (283쪽)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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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만찬회
신진오.전건우 지음 / 텍스티(TXTY)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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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노골적이다. 공포가 마구 마구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원초적이고 말초적이면서 사람의 기본적인 욕망, 욕구, 질투, 절망, 고통 등을 먹고 피어나는 공포라는 열매를 여실히 여과없이 보여주는 이야기다. #전건우 작가의 이전 작품을 읽으면서 추리 소설보다는 공포이구나 느꼈지만 이번 #신진오 작가와 더불어 #호러만찬회_를 열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일상적으로 느끼는 작은 짜증, 분노, 실망 등으로 인해 극으로 치닫는 감정을 일본 공포물에서 볼 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의 말에 첨언했듯이 #신진오 작가의 이야기는 웹툰을 각색했다고 전했는데, 웹툰이 보이는 장면으로 뇌리에 남아 있다면 커텐 뒤에서 한 뼘씩 걷어내듯이 단어와 문장을 오고가며 상상으로 몸서리 치게 만든다. 초등학교 시절에 일부러 찾아 읽었던 화장실 귀신, 무덤가 한맺힌 처녀귀신 등이 떠오르면서 오늘 밤 일찍 잠자리에 들기는 글러먹었다 라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에피소드 마다 가족, 친구, 학교, 마을 등 작은 공동체에서 확대된 집단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관계의 뒤틀림 속에 파고들 부정적 감정을 민낯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공포감이 실감난다.


■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어." (헤이, 마몬스 중에서 32쪽)

□ 부모의 애정을 빼앗겼다고 느낀 형의 질투와 복수. 감정의 칼날이 그려내는 섬뜩한 표정과 상황을 문장으로 충분히 전해진다.


■ 불안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던 하나는 엄마의 손이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다. 입을 가린 오른손 손등에 검은 얼룩이 생겨 있었다. (얼룩 중에서 70쪽)

□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은 이생과 자연스러운 이별을 맞이하지 못한다는 우리나라 한, 설움에 관하여 무섭게 그려낸 이야기다.


■ '일단 한다고 하고서 일부러 실패하자. 굳이 성공하려고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으니까. 실패한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딩동 챌린지 중에서 112쪽)

□ 앞뒤 재지 않고 일단 부딪히고 보는 중고등학교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호기심으로 접했을 챌린지, 밈 이야기가 바탕이다. 친구이지만 적대적이고 가장 가까운 듯 먼 사이에 대한 이야기.


■ 자신이 왜 이 짓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깨달았다. 언니에게도 자기가 느끼는 고통을 나눠 주고 싶었다. (네발로 달린 짐승 중에서, 184쪽)

□ 원인 제공을 한 상대로 인해서 질투와 분노가 발생하지 않는다. 자신 스스로 만든 열등감, 자괴감을 상대에게 분출하는 것이다.


■ "그런데 무당이 왜 하숙을 ………." / "신령님 뜻인지 뭔지 우리야 모르죠. 올해부터 하숙을 시작했다는데, 이렇게 밥 잘 나오고 저렴한 하숙 찾기가 어려우니까 전 만족하고 있어여. 하하." (신딸 중에서 235쪽)

□ 공포물의 공포 분위기는 친숙한 공간, 대부분 집과 같은 데서 발생한다. 자신이 누운 침대, 식탁 아래, 욕실 등. 쉼을 찾는 곳에서 매일 공포를 접하는 이야기.


■ 추락의 전제 조건을 아니? 그건 일단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한다는 거야. (추락 중에서 260쪽)

□ 가진 게 없을 때 오히려 나누며 산다. 하지만 소유가 생기고 움켜쥔 것을 놓치 않으려 욕심을 부린다. 욕심은 화를 불러온다.


■ 아무도 몰랐다. 양 형사가 실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다는 사실을, 주체할 수 없는 가운데 잰걸음으로 걷고 있다는 사실을……. (만성활력 중에서 319쪽)

□ 살인과 폭력의 광기만큼 에너지 넘치는 인간적 행위가 있을까. 인간 본연의 신체적 능력치를 발휘하고 이성을 뛰어넘어 본능, 그 자체로 움직임.


■ "너는 모를 것이다. 산에 뭐가 있는지. 하지만 그 입은 조심해. 그러다 동티나까." (반딧불의 산 중에서 331쪽)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사실을 믿고 보이지 않는 자연 현상까지도 생활의 테두리 안에 두었던 우리 조상들. 조상들의 지혜이자 삶의 영역을 이해하는 이야기.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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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 드링크 - 인류사 뒤편에 존재했던 위대한 여성 술꾼들의 연대기
맬러리 오마라 지음, 정영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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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 끝나고 맥주캔 하나를 인증샷으로 올려 하루를 마무리하는 여성. 개인 소셜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전에는 와인맘이라는 태그가 유행인 적도 있었다. 지친 일상을 달래기 위해, 때로는 생계 유지를 위하여 가정에서 양조는 흔한 일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조합을 개발하며 판매에 이르기까지 주류와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성의 음주와 관련하여 서술한 역사책이다. 가부장적 질서에 저항하고 권력과 질서에서 여성을 배제하려는 지배 구조를 피해 여성들이 어떻게 그들의 영역을 넓혀가는지 실존 인물과 과정 등을 위트있게 이야기한다.

생산의 주체였던 여성이 소비의 자리에서는 배제되고 통제되는 역사는 사회의 변화상을 반영한다. 음지로 내몰린 여성들은 여전히 새로운 곡물과 재료, 방법을 개발하고 영역을 확장시켰다. 여성의 음주 문화는 권리 신장과 맞물려 나아가기도 했고, 경제적 독립을 가져다주는 통로, 소통의 자리 등으로 활용되었다. 여성뿐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배제된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향한 경계, 구분, 차별 과정이 담겼다. 또한 양조, 증류, 정치와 역사, 경제와 권력 등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긴 #걸리드링크_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남성이 이끄는 주류가 역사가 말하는 이면을 들여다보고, 가부장적 질서 아래 억압된 여성의 저항, 집단의식 성장 등이 흥미롭게 서술됐다.

​무엇보다 시대를 상징하는 술의 제조 과정, 소비되는 문화의 이야기를 풀어놓아 시대를 풍미했던 역사의 무대보다 술집 뒷골목에서나 들을 법한 숨겨진 이야기가 많다. 유명한 칵테일의 탄생 비화, 금주법이 불러일으킨 음주 활성화 등이 특별한 재미를 더한다.


■ 일본에서 사케는 처음에는 입에 넣고 씹다라는 의미로 쿠치카미라고 불렀다. (92p)
■ 잉카에서는 초기 일본의 사케와 비슷한 방식으로 옥수술을 발효하여 차차라는 맥주를 만들었다. (178p)
□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한 장면 중에서 유사한 내용이 있다. 전통 축제 준비 과정 중에서 여성은 입 안에 곡물을 씹고 뱉어서 작은 항아리 넣어 이를 제조한다. 훗날 남자 주인공이 이 항아리에서 발효된 음료를 먹고 시공을 초월하여 서로 만나게 되는 장면이 있다. 일본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곡물 발효 과정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또한 음식 제조와 관련되었기에 생산의 주체는 단연 여성이었다.


■ 힐데가르트는 유명한 수녀원장이자 예언가, 과학자, 작곡가였고 수많은 저서를 낸 작가였다. 한 가지 더하자면 그녀는 맥주를 사랑한 사람이었다. 힐데가르트와 수녀들에게 술은 악덕이 아닌 미덕이었다. (97p)
■ 집에서 칵테일 파티를 열고, 스피크이지 바에서 술을 마시고, 술집에 드나들 수 있는 손님의 범위를 넓혀가며 금주법 시대에도 음주 문화를 지킨 것은 여서이었다. 금주법 폐지를 이끌어낸 이들 또한, 여성들은 술을 마시고 전국에 공급하고, 집회를 조직하면서 금주법 시대 내내 알코올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 되어줬다. (311-312p)
□ 술의 생산 주체가 되는 것은 당시 보통의 여성이 누리기 어려운 자율성과 독립성을 부여했다. 양조 활동을 여성들이 놓지 않으려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 이청조는 전쟁에 대해 격하게 분노했다. 이러한 분노는 조정의 정책과 관리들을 강하게 비판하는 작품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녀는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며 욕망과 슬픔, 외로움에 대한 글을 썼다. 술과 음주에 대한 시도 썼다. (104p)
■ 메리 프리스는 죽을 때까지 맥주를 마시고 바지 차림으로 파이프를 문 채 런던을 배회하며 말썽을 일으켰다. 그녀는 술이 남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운 가부장제의 방해물이었다.
□ 여성의 침묵이 당연했던 시대였다. 이청조의 술과 욕망에 대한 시는 여성이 인간으로서 갖는 욕구에 대한 표현이자 여권 신장의 발로였다. 술에 대한 소비의 공간에서 배제된 여성이 그 틀과 규칙을 깨뜨리면서 저항은 지속되었다.


■ 호텔 측은 빈곤층의 출입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관행을 환영했고, 호텔 바는 점잖은 사람이 점잖게 한잔하러 가는 장소가 됐다. 호텔 바가 상류층을 위한 장소가 되면서 음주 문화는 성별보다는 계급으로 구분됐다. (203p)
■ 남아프리카의 백인들은 흑인들의 술 소비에 대해, 그리고 양조 산업에서의 여성들의 활약에 대해 우려했고 탄압을 시작했다. 이미 여러 차례 살펴본 바와 같이, 술과 관련된 법은 단순히 음주를 막기 위해 도입되지 않는다. 그러한 법들은 특정한 집단의 음주를 막고 싶어 한다. 술과 관련된 법은 빈곤층, 특히 가난한 여성들, 그중에서도 가난한 비백인 여성을 표적으로 삼았다. (238p)
□ 음주의 소비는 권력의 상징이 되었다. 자리를 잃은 이들은 또다른 공간과 새로운 술을 찾아 그들의 욕구를 해소하였다.


■ 프랑스인이 샴페인을 만들고 잉글랜드인이 진을 만드는 동안 아일랜드인들은 여전히 위스키를 만들고 있었다. (215p)
□ 저항이 아닌 욕구와 일상의 상징으로서 술은 인간과 함께 하였고, 인류의 발전과 더불어 진화하였다.


■ 칸티나에서 여성이 접객원이나 음식 판매자, 공연자 등으로 일하는 것은 괜찮았다. 그러나 손님으로 술을 마시는 것은 금물이었다. 멕시코 사회에서 칸티나는 정숙한 여인, 선량한 여인이 갈 곳이 아니었다. 자유롭게 술을 마시는 여성을 보면 사람들은 가장의 통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술에 취하는 것은 멕시코 여성에게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한 가정의 어머니라는, 아내라는 역할과 책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316p)
■ 그리고 곧 또 하나의 전복적인 행위가 이어졌다. 바로 테킬라를 마시는 것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테킬라를 마시는 행위는 마초적인 남성성의 상징이었다. (332p)
□ 강요된 여성성에 대한 저항은 남성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그들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물론 공간과 시간, 경제력을 배제하고도 여성과 빈곤층의 저항은 이어졌다.



■ 일반적으로 술의 종류를 통한 성별 구분은 여성이 음주 공간에 접근할 수 있을 때 나타난다. 음주가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여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면 마시는 술의 종류로 여성을 배제하는 것이다. (337p)
□ 구분, 경계를 짓는 행위 안에 권력과 주류라는 개념을 넣어 통제했다. 많은 나라와 사회, 계층은 구분을 희석하면서 개인의 선택에 의한 구분만 남기려 하였다.


■ 1960년대 증류주 세계를 황폐화시킨 두 개의 세력이 등장했다. 첫 번째는 특정 주류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기업들이 레시피를 고안하여 만든 칵테일이었다. 두 번째는 냉전이었다. (374p)
■ 1960년대에는 페미니즘의 두 번째 물결이 미국을 강타했다. 피임, 동등한 임금, 재생산 권리 확대 등을 위한 투쟁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378p)
□ 술의 역사를 들여다보았다. 영양 섭취를 위한 수단이었지만 때론 권력의 상징이고 수단이 되어 사람을 통제했고 무절제 속에 혼란도 가져왔다. 생산의 주체로서 여성은 술에 깊게 관여했고 가부장적 질서와 국가 권력 아래에서는 소수자로서, 하층민으로서 저항하는 모습을 띠었다. #걸리드링크_가 보여주는 술의 역사는 하층민의 저항과 일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도서협찬 #걸리드링크 #술의역사 #알에이치코리아 #술 #위스키 #와인 #소주 #사케 #세계사 #금주법 #여성주의 #가부장제 #술꾼도시여자들 #여성 #여성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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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루가 시원하길 바라 (<너의 하루가 따숩길 바라> 썸머 에디션) - 마음의 얼룩을 깨끗이 씻어주는 '힐링곰 꽁달이'의 뽀송한 위로
고은지 지음 / 북라이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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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학교와 사회 생활을 거쳐 인간 관계의 만렙일 듯한 어른이도 때로는 좌절하고 움츠러들고 숨고 싶을 때가 있다. 작아진 자아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마법은 없다. 맷집을 키워도 단련이 되지 않는 인생의 고비, 먼지처럼 한없이 가벼워진 자존감, 지구 멸망으로 마지막 인류가 된 듯한 외로움 등에 매일 매일 처하게 된다. 어른이 마음의 얼룩을 깨끗이 씻어주는 #힐링곰꽁달이_가 전해주는 뽀송한 위로 그림 #에세이다. #고은지 작가가 심리상담을 주로 하기에 그림과 글을 통해 전하는 에세이가 마음 깊숙이 들어온다.

​꽁달이가 나누는 대화가 단순히 상황 전달에 그치지 않고 마음에 새기고 머릿속 한 켠에 들어 앉아야 할 듯한 길을 제시해준다. 위로가 되는 말은 이런거구나 느끼도록 건넨다. 꽁달이의 감은 듯한 눈은 사람을 편하게 마주하도록 웃는 얼굴이다. 마주하는 얼굴이 웃으며 작은 위로를 건네는 다정함이 해법이고, 마법이었다. 치열하게 살아남는 것이 지상 유일 목표가 되버린 현대인에게 잠시 시선을 돌리고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며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에게 다정해지라고 권한다. 그 다정함이 상대에게 닿고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면서 덜 아플 수 있으며 상처가 아물 것이라고 전한다.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을 들이기보다 잠시 잠깐 푸른 하늘을 보고 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마주하며 맛있는 떡볶이 한 입을 곁들여 자신을 돌보면 힘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한다.

​■ 지금의 지루함은 너의 인내심이 될 거고 지금의 노력은 너의 실력이 될 거고 지금의 어두움은 훗날의 너를 더욱 빛나게 해줄 거야. 작은 걸음이라도, 외로운 걸음이라도 너만은 널 믿고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가자. 넌 할 수 있어. (63p)
□ 스무해 가까이,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넌 할 수 있어'를 외치지만 지쳐 쓰러져 가는 이에게 던지는 영혼없는 '힘내' 한 마디와 같이 허공에 흩뿌려진다. 상대에게 가닿지 않는 이유는 진심 한 스푼이 모자랐고, 상대의 마음은 굳게 닫혀서 일 것이다. 지루함, 인내심, 노력, 실력, 어두움, 빛. 여섯 단어가 한 걸음을 내딛게 될 진심을 담은 위로로 닿는다.

​■ "화상 입고 아프지 않다면 그게 건강한 거야? 아픔을 아파하는 게 정상 아니야?" (101p)
□ 매일 마주하는 아이들 중에서 마음이 아픈 이들이 과거에 비해 늘었다. 혼자서 견디거나 감수해야 할 고통지수로 감정을 깎아 내려 아픔을 감내하게 만든다. 아픈 건 아픈 거라고 표현할 수 있고 아파하는 시간을 갖도록 쥐어주는 것도 너무도 큰 위로와 힘이 된다. 충분히 아파해도 된다.

​■ 스스로에게 실망했다고 해서 네가 실망스러운 사람은 아니야. 스스로 작아진 것 같다고 해서 네가 작은 사람인 건 아니야. 잠시 그렇게 느낄 뿐, 넌 괜찮은 사람이야. 네 감정이 어떻든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122p)
□ 몸과 마음이 아플 때는 판단이 흐려진다. 상황과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공감과 이해가 능력이 아닌 훈련으로부터 생성되듯이.


■ 네가 좋아하는 대상이 이런 너의 마음을 존중하고 너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면 좋겠어. 모든 상황에서 네가 너무 많은 감정의 짐을 혼자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결국 네가 너다워질 수 있다면 좋겠어. 그렇게 된다면 어떤 결말이든 해피엔딩일 거야. (201p)
□ '네'가 되어 가장 듣고 싶은 위로의 한 마디였던 듯 하다. 혼자 짐 지우지 않고 누구보다 자신을 존중하고 좋아하라고 건넨다.


■ 일요일 밤만 되면 다음 날이 오지 않길 기도하게 되고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고 온갖 피로감과 짜증이 밀려오지. 이 힘든 시간을 일 년에 52번씩이나 견디다니 넌 정말 멋진 사람이야. 다가오는 월요일은 작은 행복이 곳곳에 숨어 있길 기도할게. (210p)
□ 매주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을 좋은 마음으로 맞이하지 못했지만 일상의 작고 평범한 하루를 보냈음에 감사하면서 다음주 그 손님을 기다린다.


■ 일상의 작은 행복을 크게 느낀다면 그것만큼 효율적이고 운 좋은 일이 있을까? 작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236p)
□ 평범하고 보통의 하루가 주는 기쁨과 안락함이 쌓여서 삶 전체를 통과하길.

◆ 북라이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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