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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떼어 걷기
김도연 지음 / 삶과지식 / 2015년 3월
평점 :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여류작가 김도연이 ‘그림자 떼어 걷기’를 가지고 독자를 찾아왔다.
8장의 주제로 섬세히 그려진 문장들은 작가의 고독과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림자가 있었지만 말하지 못했다.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을까 두려워 입을 다물었다.
길게 늘어만 가는 키가 나를 닮아 만지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아.
세상이 찬란하게 물들어도 오직 검게만 빛나는 너.”
‘그림자 떼어 걷기’의 상징성으로 물들어진 ‘그림자 1’은 이렇게 끝난다.
“나는 나의 그림자이다. 쉼 없이 나는 나를 좇는다. 그럼에도 결코 다가가지 못한다.
나는 나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나는 나인 척할 뿐이다. 그러다 정말 내가 나인 줄 착각에 빠진다.
한참을 나의 연기를 하고 나면, 나는 나의 그림자일 뿐 내가 아님을 진정 내가 그곳에 존재하는 것조차 의문하게 도리 때.
슬픈 것은 내 그림자만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그 모든 것. 진실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더냐?
하늘 밝은 정오. 그림자도 사라지고, 나도 이제 없다.”
존재를 의식하지만 끝내 알지 못하고 사멸하는 그림자 2는 우리가 잊고 사는 자아와 세상 속에서의 나의 모습을 잘 나태내고 있는 듯 싶다.
서문에서 작가는 말한다. “캄캄한 벼랑 끝에 서 있는 듯 느껴졌을 때 나를 구해 준 건 ‘문장’이었다.
어렵게 태어난 ‘문장’이 생명을 다하기 전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적실 수 있기를 바라며!”
망망대해 세상 속에서 느끼는 먹먹함과 막연함, 그리고 고독과 잃어가는 자아.
그 아픔을 어루만지며 작가는 글을 썼고, 그를 읽는 똑같은 아픔에 시린 독자에게 위로의 시를 건네는 듯싶다.
마치 “외롭지만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