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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호명사회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9월
평점 :
이 서평은 저자/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데이터 전문가가 쓴 현실 비평서라서 그런지 흔히 하는 말로 팩폭이 많이 있습니다. 송길영의 '시대예보: 호명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회적 흐름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데이터 분석가로서, 데이터 기반 정보를 통해 현재 사회의 트렌드를 알아내고, 향후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통찰을 제시하곤 합니다. 앞서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라는 책에서 현재 시대를 신랄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호명사회'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상호 인식, 소통, 표현, 연대의 방법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호명사회를 사회적 상호작용과 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션 과잉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서로를 ‘호명’하고, 이러한 호명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름과 직급을 붙여 '김과장님', '박대표님' 식으로 상대방의 호칭에 조직을 녹여서 부르는데 익숙한데(어찌 보면 개인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조직을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이제 이름을 부르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타인을 엿보는 도구가 발달한 현대는 너무나도 과도한 경쟁의 과열을 이야기하며, 불필요한 경쟁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낭비되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고 지적합니다. 불안감을 이기고자 대중을 관찰하며, 상대방을 관찰하며 그들이 어떠한 것을 준비하는지, 어떤 것을 배우는가를 늘 엿보며 나도 그 대열에 동참하기를 원합니다. 요즘 HOT 한 것이 무엇인가 항상 궁금해하며,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험을 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지고,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으로 여깁니다. 이것이 정말 필요한 것이지는 중요하지고 않고 이른바 남들도 다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식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세상입니다. 먹거리만 보더라도 '마라탕', '탕후루','요아정', 두바이 초콜릿' 같은 것이 시차를 두고 트렌드를 휩쓸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너도 나도 손에 들고 다니던 '탕후루', 올해는 아무도 안 들고 다닙니다. 그 음식의 호불호는 중요하지 않으며, 유행을 하니까 너도 나도 동참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20대에 경험해야 할 100 가지', '30대에 해야 할 50가지', '50전에 준비해야 하는 자격증 50선' 같은 같은 정체불명의 리스트 들도 등장하고, 이런 것을 다 준비하지 못하면 마치 잘못된 것처럼 여겨집니다. 남들처럼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경쟁의 이면에는 공정이라는 선발 기준이 자리 잡은 것도 한 원인입니다 만 모두 한 방향으로 만 달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일상 업무에서 영어를 접하거나 사용할 일이 전혀 없음에도 버젓이 공인영어 성적표를 첨부하라고 하는 기업들의 구인공고는 분명 에너지 낭비를 촉발한다고 비판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이끈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정보의 생산과 소비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개인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였습니다. 특히 앞서 말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두드러집니다. 인 스타 그램의 사진에 나와 있는 친구가 들고 있는 물건의 정체, 그 사진 속 장소의 위치를 분석하고 있는 현대인입니다. 본인의 선호는 중요하지 않고, 많은 '조회수'와 '좋아요'가 나의 기준이 되어버리는 이상한 현상은 본인에 대한 정체성이 부족해서 그러하다고 합니다. 즉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부족해서 발생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질수록 나에 대한 명확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특히 퇴직을 앞둔 중년의 경우 이러한 준비가 너무 부족합니다. 회사에서 일 잘하던 나는 있지만, 조직을 떠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심지어는 내가 잘하는 것이 뭔지, 내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고 살고 있다는 것이고, 막 조직을 떠나는 순간 각 개인은 잉여스러운 존재로 여겨진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을 대체하는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조기 실업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으로 인간이 컴퓨터와 기계와 경쟁을 해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기존에 오랜 경험을 통해서 축적된 경험적인 정보와 노하우 등이 몇 줄의 타이핑을 통해서 순식간에 탐색, 공유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남들처럼 해서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지만 생산적으로 타인이 아닌 기계를 뛰어넘을 수 없는 사회가 오고 있는데, 앞으로의 사회에선 타인과 비교하는 시뮬레이션을 줄이라고 합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 조직도 슬림 해질 것(점조직화)이며, 심지어는 각 개인이 과거에 조직이 담당했던 일들을 직접 처리하는 날이 멀지 않은 바, 조직에 속한 내가 아닌 나 자신의 자아를 정확하게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직에서 벗어난 후에도 상실감에 방황하지 않으려면, 조직 속의 내가 아닌 내속의 나를 찾으로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으며, 진정한 나를 찾은 개인들은 서로의 이름(직함, 직급이 아닌)을 부르며 수평연대하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성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송길영의 '시대예보: 호명사회'는 독자에게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각을 제공합니다. 저자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함께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루고 있습ㄴ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변화와 개인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구하며, 우리가 사는 시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제공하는 점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무거운 주제가 되겠지만 이 책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현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각 개인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성찰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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