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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치의 인생 2막
버들치 지음 / 진서원 / 2023년 12월
평점 :
IMF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흔하게 돌았던 이야기 중에 "38선, 45정, 56도" 가 있었다. 직장생활은 38세도 위험하고, 사실상 45세가 정년이고, 56세까지 일한다면 도둑놈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다. 뉴스에는 월급쟁이들의 실질적인 정년은 51.7세 라고하는 시절이다 저자는 증권사에서 33년동안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퇴직하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으며 모 인터넷 카페에서 '버들치'라는 필명으로 5-6년 전부터 꾸준히 글을 게시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간의 올린 글과 개인 블로그의 글을 위주로 이번에 책을 내었다고 한다.
요즘은 20대에 제대로 된(?) 직장의 정규직으로 취직하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월급쟁이의 경우 20대 중, 후반에 첫번째 직장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데, 이른바 스펙좋은 명문대생의 경우 유명 대기업에 입사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중소기업, 중견기업 등으로 취업을 하고 그것도 인턴, 계약직 등을 통해서 사회의 첫발을 디디는 경우가 현실이다. 어느 정도 직장경력을 쌓으면 좀더 좋은 조건(임금이 제일 중요한 조건인 경우가 많다)의 직장으로 옮기는 게 일반적이다. IMF 위기 이후로 평생직장, 정년퇴직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었으며,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컫는 정보화 시대의 도래는 노동자의 기존 보유능력의 소모를 가속화 시켰다. 로봇, 드론,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사회전반에 보급되고 있는 요즘 고용의 불안은 더욱 가속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각설하고 20대 후반~50대 초반까지, 약 25년정도가 실질적인 안정적인 노동소득의 구간이다. 이른바 20년 벌어서 30년 먹고 살아야 하는게 현실이 된 지금, 퇴직후 제2의 인생을 사는 법에 대한 지침서 같은 책이 나왔다.
책은 저자의 퇴직후 일상에서의 소회와 자신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로 책의 초반부를 장식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30년 넘게 일했지만, 왜 전업 증권 투자가의 길을 가지 않을까? 지난 직장 경력을 볼때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냉혹한 주식투자의 현실을 말하면서 상위 1%만 살아남는게 주식투자의 시장이며, 이른바 서울대 갈 수 있을만큼 공부해도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전업투자라고 한다. 목숨을 걸고 죽기살기로 해도 성공하기 힘든 것이 전업투자의 길이라는 것이다. 뭐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유명한 아이작 뉴턴도 주식투자에 실패해서 거의 전재산을 날려버린 일화가 있으니
그래서 저자는 과감하게 기존의 경력이라는 것을 뒤로하고, 머리가 아닌 손발로 일하는 육체노동의 시장에 뛰어들어 11가지의 기능,기술을 습득하고,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담담하게 글로 남겼다. 따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돈을 벌 수 있을것 같은 많은 자격증. 막상 자격증 취득후에는 폐쇄적인 시장의 현실과 특히 50살 넘은 초보일꾼을 원하지 않는 상황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기능, 기술이라는 것은 임금격차가 금융 서비스처럼 크지 않다. 사실 금융쪽 투자의 시장의 경우 승자독식현상이 두드러지며, 오래 일했다고, 경험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다. 반면에 기능직의 경우 시간이 가면 장인은 아니더라도 숙련자의 대우를 받는게 일반적이다. 즉 시간이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한다. 물론 손재주가 아주 없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만 대개는 몸을 쓰는 직종은 이른바 '짬빠'가 생기면 그만큼의 대우를 받는게 일반적이다. 또한 한 개인이 해낼수 있는 노동의 량이 한정적인바 독식이라는거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육체적인 스트레스는 있을지언정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적다고 한다. 퇴직 후 단순한 삶으로 접어든 50대는 정신노동보다 육체노동이 더 적합하다.
책의 내용중 많은 부분을 대부분의 퇴직자가 직면하는 문제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도 퇴직전의 명함의 무게가 있는데 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수 있냐?" 이런 식의 생각을 버리라고 여러번 강조한다. 대부분의 비기능인의 경우는 그냥 소속된 집단에서 일을 한 것이지, 자기 직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은행을 다닌다고 은행원이라고 하는데, 은행에 소속되어서 일하는 월급쟁이 회사원이지, 자기 직장을 나오면 일반인1과 다를 바가 없다. 50넘어서 동종업계에 취직한다는 것도 사실 꿈같은 소리라는 것이다. 아주 특출한 능력이 없다면 곧 정년을 맞을 당신을 누가 선호하겠는가? 쪽팔린다고? 아무도 그렇게 생각안하는데, 본인만 그렇게 걱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타인은 당신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것저것 따지다간 아무 일도 못 한다. 아니 못하는 핑계를 찾고 있는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현실을 직시하고, 퇴직전의 보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면 안된다고 여러번 말하고 있다. 50대 퇴직자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으며, 부록으로 자기가 여러가지 기술을 습득하게 된 과정과 그 기술로 재취업을 하고 몇번의 이직을 거치면서 느낀 업종의 특징들을 알려주고 있는데, 이런 것이 살아 있는 지식이요 정보라고 말하고 싶다.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사람들에게 기술을 배워서 재취업을 하고 싶다면 이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여러분의 직장은 여러분에게 직업을 주는것이 아니라 일을 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직장보다는 직업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