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중동 수업 - 세계 변화의 중심, 이슬람 세계의 모든 것
장지향 지음 / 시공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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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이 시점에 중동에 관한 책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중동에 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중동은 대부분 미디어 언론, 영화,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들이다. 낙타, 사막, 산유국, 유목민, 일부다처, 코란, 알라, 광신도, 이슬람, 테러리스트... 너무 좀 극단적인 주제들만 등장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러한 중동의 진짜 상황을 알려주는 책이 나온 것 같다. 우리가 너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중동에 대한 이야기를 여성 저자인 장지향 박사가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다.

사실 중동지역의 특성 중에 하나가 남성 위주의 권위주의적인, 가부장제적인 문화가 대부분인데, 작가가 여성이라서 중동 지역을 연구하는데 어렵지 않았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깨는 내용이 초반부터 등장한다. 외국인 여성이라서 중동지역의 여성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외국인 남성이라면 처음부터 이러한 접촉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 부분 정확하게 핵심을 찍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중동의 이야기는 대부분 남성의 이야기다. 여성의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별로 없다. 아니 아예 없다시피 하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중동지역은 대부분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독재국가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이스라엘의 같은 민주국가가 있기는 하지만, 이슬람권 대부분은 민주주의 거리가 멀고, 왕정국가던가 아니면 특정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스라엘조차도 국수적 보수주의 세력이 정권을 잡은 후에 민주주의 수준이 급락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이쪽 지역은 민주주의가 적합한 정치체제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1년에 일어난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은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예멘, 시리아 등에 들불처럼 번지며 아랍 국가의 장기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해냈다. 일부 실패한 평가도 있지만 열린 사회를 향한 시민의 기대가 혁명을 통해 분출했다는 그러나 오늘날의 경우는 대부분 민주화 혁명이 대부분 실패하고, 독재자만 바뀌었던가, 아니면 끝없는 정치/사회불안이 계속되는 곳도 많다. 역설적으로 왕정국가들이 비교적 산유국의 지위를 이용하여 비교적 안정적이 사회 운영과 파격적인 대내외 개혁 개방 정책의 시행을 이끌어냈다는 점에 주목한다. U.A.E 같은 나라가 대표적인데, 왕정체제하에서도 젊은 여성 장관이 과학 분야를 이끌고 있는 상황을 보면, 전통적인 민주주의 개혁/혁명과는 좀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의 중후반부에는 독재국가의 몰락의 전형적인 패턴을 설명하며, 이란, 튀니지, 리비아 등의 실제 사례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 같던 독재정치가 정말 작은 이슈 하나로 전혀 예측하지 못한 시점에 붕괴하는 것이 신기했는데, 독재 정치의 메커니즘을 분석해 보면 몰락의 이유가 충분히 설명된다.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으니, 제대로 된 여론분석도 없고, 구성원들의 의사, 욕망, 민도 등에 대한 분석도 없다. 그런데 무력으로 억압하여 사회 시스템 자체의 안정되어 있는데, 이 안정이라는 것이 너무 주관적이라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데이터의 신뢰성이 부족한데, 그것으로 분석한 결과 자체가 너무 신빙성이 떨어진다.... 1979년 이란의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붕괴되기 직전에, 미국 CIA의 보고서에서도 전혀 예상을 못 하고 있었다고 한다... 절대 독재국가 북한은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중동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서로 같은 중 교권이라서 큰 충돌이 없을 거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겠지만, 종교만 같으나 종파가 다르고, 국가가 다르고, 지도자의 상황이 다르고, 역사적, 지정학적, 자원적인 상황이 모두 제각각이라서, 하나의 사건에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외교적 마찰도 심하며, 군사적인 충돌도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한 줄로 참 설명하기 힘든 지역이 중동지역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계속적으로 사회가 변화하듯이, 중동 지역 국가들도 '격변'이라고 할 만큼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우리도 그러했지만 자유를 향한 열망은 인간의 본성인지라. 젊은 세대들의 많은 요구를 받아들여서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많은 중동 국가가 파격적인 개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과도 전략적으로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통적인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중국 한국 등의 신흥 세력의 영향력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

저자는 중동의 변화의 배후에는 젊은 MZ 세대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 사회와는 수준의 차이가 있지만 이미 그들은 어릴 때부터 세계와 소통해왔으며, 인류의 보편적인 상식과 가치에 공감하는 세대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들이 주류 세대로 성장하게 되면 중동지역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한다. 사우디 같은 나라들이 개방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도, 그들의 움직임이 급진 혁명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변화와 개혁의 형태로 나타나기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과거와 달리 프랜차이즈화 되는 테러 조직의 특성 등을 함께 소개하는데, 테러리즘의 본질과 그 행동방식의 변화 양상도 분석하고 있다.

중동 지역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1-2차대전이 등장하는 과거의 복잡한 역사적인 이야기까지 말하지 않고 오늘날의 중동지역의 상황을 현대적인 사건에서부터 출발하여 서양의 시각이 아닌 객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중동에 현재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슬람 종교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으니, 쉽게 읽어지라 생각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전면전에서 승산이 있다가 생각하고 전쟁을 시작했을까? 단순히 뒷감당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이스라엘의 억압에 대한 분노로 전면 기습공격을 했을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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