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먹고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져서 헬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유행했다, 아니 지금도 유행 중인지 모르지만, 경제는 어려워지고, 좋은 일자리는 줄어드는 거 같은데, 편하게 쉴 수 있는 내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들어서 나온 거 같기도 하다. 몇 년 치 월급을 모아도 서울에서 번듯한 아파트 한 채 사기가 힘든 게 현실인데... 과연 헬조선에 등장하는 조선시대에는 어떠했을까라는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책이 나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대까지도 대부분의 국가는 국민의 의식주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 중에 하나입니다. 특히 기본적인 안정적인 국민들의 기본 생활 향상은 부국강병의 기본 전제였으며, 또한 주력 산업 발전을 통한 안정적인 세수 확보 또한 국가운영의 재정적 기틀에 해당되는 문제였다. 조선의 개국은 고려 말의 지도층의 부정부패와 서민 지지세력의 붕괴가 주된 원인이었기에 조선의 개국 단계에서 고려왕조의 멸망을 초래한 집권층/부패세력의 부의 독점의 근간이 된 토지를 개혁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사실 대부분의 국가들이 토지개혁을 통하여 기존 기득권층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지지세력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게 일반적이다.
태조 이성계 이후 세종에 이르기까지 조선조 초기에는 강력한 토지개혁을 단행하였다. 모든 토지는 왕의 소유라는 왕토사상을 근거로 정부 관료들에게만 수조권을 나누어 주게 되고, 과전법을 근간으로 개혁을 단행하였다. 그런데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초심이 흐흐트러지면서 공정/공평의 개념이 조금씩 붕괴되기 시작하는데, 이는 크게 시스템적인 문제와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로 나누어진다. 개혁에는 개혁으로 이해 손해를 보는 세력이 등장하고, 완벽한 시스템은 없기에 이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틈(규정의 예외)이 발생하는데, 결국에는 이 틈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게 되고 개혁은 실패하기 이른다. 왕실을 챙기다 보니, 가까운 공신들을 챙겨다 보니 이런 저런 이유로 특정부류를 챙겨.....몇 세대가 지나자 정작 관리들에게 나누어질 토지가 부족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메커니즘은 오늘날에도 해당된다. 모든 사람, 모든 상황을 만족하는 완벽한 제도라는 것은 존재하기가 불가능하다. 원칙과 예외가 충돌하는 상황은 오늘날에도 무수히 많다. 조선시대의 경우 문맹률도 높고, 정확한 계측이 어려웠으며, 각종 규정 및 정보의 공유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바 제도를 잘 알고 있는 일부 계층에서 수많은 토지의 독점과 더불어 광범위한 탈세가 이루어졌다. 요즘도 마찬가지이다... LH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있는 세력들 사이에서 수많은 편법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책은 크게 조선의 부동산 중에서 토지와 주택으로 나누어서 당시의 여러 기록을 근거로 문제점들을 지적해 내고 있다. 그래도 현대의 경우는 많으 정보가 공개되고 있으니 누구나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의 취득과 투자가 가능하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토지와 주택, 특히 한양(서울)은 늘 토지와 주택에 부족하였고, 산업이 발전하고 인구가 증가할수록 더욱 심해졌다. 지금과 똑같이 부동산 사기가 있었으며, 이웃과의 부동산 문제로 인한 고소고발도 많았다. 큰 자산가의 경우는 정부를 대신하여 직접 토지 개발에 나서서, 황무지, 야산을 개발하고, 심지어 바다를 매워서 간척 사업을 벌여서 새로운 토지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부동산 문제에 직접 개입하여, 불법 건축물 철거 및 공급 증대를 위한 대규모 뉴타운 개발도 있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온돌이라는 특유의 난방 시스템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주택이 단층이었는데, 이는 고밀도 개발을 어렵게 했다.
저자는 가진 것이 적은 소시민의 입장에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해야 하고, 어떠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를 조선시대의 부동산에 관련된 기록을 근거로 하여 주장하고 있다.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여 돈을 많이 벌자는 논리가 아니라 부동산을 국민 모두가 공정하게 이용할 수 방안을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 같다. 약간은 좌파 진보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부분이 좀 있습니다. 즉 노동 소득이 아닌 자본소득, 특히 부동산의 보유와 거래를 통한 부의 쏠림, 다음 세대로의 이전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시대도 여전히 부동산은 문제였으며,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당신의 문서기록을 바탕으로 실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기를 바랍니다.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은 참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