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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주택설계란 이런 것이야
마스다 스스무 지음, 이지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작가가 일본의 현직 건축가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한다. 전작을 읽어 보지 못하여 내용을 정확하게는 알 수 없겠으나, 이 책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건축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른바 노가다 판으로 불리는 건설 공사 현장에서는 아직도 여전히 일본어와 일본어에서 파생, 변형된 단어들이 많이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러할 것이, 한옥을 제외한 현재의 우리나라의 근, 현대 건축물 들이 지어지게 된 것이 구한말을 통한 일제시대이다. 즉 한국의 현대 건축에 관한 기법들이 약 100여 년 전 일제시대에 시작되었고, 서영의 건축기법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대부분 일본을 통해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좀 더 앞서 서양의 건축기법이 전파된 것으로 안다. 결과적으로 근현대의 우리나라의 건축기법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 시초라고 할만하다. 역사적으로는 매우 슬픈 일이다.
각설하고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아니 어쩌면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내집마련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일 수 있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한국의 주택문화와 달리 풍수해 특히 지진이 많은 일본의 경우는 주택에서 거주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층을 선호하는 경향도 약하다고 한다. 저자는 다년간(약 50년)의 주택설계의 경력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보고 느낀 주택설계와 주거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내었고,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판되기에 이르렀다.
건축에서 말하는 좋은 집, 건축물이란 설계에서 시작된다. 공사 도중에 건축자재를 규정대로 투입하고 건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계 자체가 문제가 있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전, 현직 건축사들 모두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설계 비용 아끼지 말고, 공사를 빨리할 생각을 하지 말고, 설계에 충분히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첫 단추를 잘 끼우라고 한다. 건축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설계라면 건물 완공 후에도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까라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문의 방향, 창호의 위치, 복도 상의 동선 등이다. 완공 후에는 수정이 매우 매우 힘들다.
저자는 주택설계의 기본과 그 기본적인 형태의 이유를 삽화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그냥 설계의 기본이 이러하다가 아니라 그렇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니 한결 이해하기가 쉽다.
일반인들은 다 지어진 집을 매수하거나 입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특히 나만의 주택이나 건축물을 원하는 사람들(금전적인 문제로 쉽지는 않겠지만)은 TV 같은 매체나 주변에서 인상 깊게 본 건축물을 보며 내가 원하는 대로 지은 집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벗어나 마당이 있으며, 마당 한쪽에 작은 흔들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차를 한잔 마시고픈 로망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꿈을 실제로 실현하려면 기본적인 설계의 원칙과 건축의 원리를 알아야 하는데, 이 책이 그런 것을 가르쳐 준다.
책은 크게 3개의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1장에서는 복잡한 도면을 보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건축용어들을 설명해 준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건축현장에도 여전히 일본어로 된 용어를 흔하게 쓰고 있으며, 이른바 베테랑이라는 사람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 심한 것이 일반적이다. 건축주가 직접 설계까지 할 수 있다면 최적의 상황이겠으나 그런 경우는 드물고 대게는 건축사와 수차례 만남을 가지고, 초안 작업과 수차례 수정, 모형 작업까지 거치고 최종적인 설계를 확정하는 게 대부분이다. 건축주와 설계사가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일의 진척이
빠르다고 생각된다. 실제 공정에서 현장 작업자들과 의사소통이 쉽다면 이것은 덤이라고 볼 수 있다.
2장에서는 문의 구조와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이장의 주된 목적은 구조와 생활방식과의 조화와 이를 반영한 설계에 있다. 구성원과 동선, 생활양식에 따라 적합한 구조가 따로 있다. 예를 들자면 욕실, 화장실의 경우 서양은 대부분 건식에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 한국과 같은 경우는 생활방식 및 여건상 욕실과 화장실이 합쳐져 있으며 습식 구조가 대부분이다. 주방, 수납, 창고 등도 마찬가지다.
3장은 좀 더 기술적인 내용이다. 공기 순환과 냉난방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부는 표시가 적게 나지만 좀 고급적인 분야에 해당된다. 방수도 중요하지만 건조도 중요하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습기를 차단한다고는 하지만 100% 차단할 수는 없다. 들어온 습기와 열기를 빼어내고 외부의 공기를 적당히 순환시켜야 하는 것이다. 강제 순환이 아닌 자연 순환이 이루어 질수로 구조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책이 어렵지가 않다. 특히 사실적인 삽화와 일러스트레이터, 설명 등은 약간의 관련 지식만 있다면 이해가 가능한 수준이다. 앞서 말했듯이 설계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설계가 잘못되었는데, 결과가 잘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연하게 잘 마무리될 수도 있을 수 있나, 우연이 계속될 수는 없다. 주택설계의 원리와 원칙을 엿보는 것만 하더라도 재미있는 일이며, 나만의 집을 지어보고 싶다면 반드시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