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성 교실 - 젠더가 금지된 학교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무성교실'은 일본의 3대 문학상을 휩쓸고, '편의점 인간'으로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무라타 사야카가 지금껏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는 네 편의 이야기이다. '마루노우치 선의 마법소녀', '비밀의 화원', '무성 교실', '변용'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네개의 이야기가 모두 독특하다. '마루노우치 선의 마법소녀'를 읽을 때까지만해도, 유치하게 느껴져 장난같기도 했다. 하지만 첫 이야기가 끝날쯤엔 '아! 이 작가는 메세지를 참 독특하고 참신하게 전달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술술 읽혔고, 사색에 잠기게 한 책이다.
네개의 이야기 중 가장 큰 여운을 준 이야기는 '마루노우치 선의 마법소녀'였다. 리나는 27년째 마법소녀놀이 중이다. 처음에는 어른이 되지 못한 리나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오해였고, 리나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던 것이었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당하다고 느끼는 일, 억울한 일은 매일매일 생긴다. 나도 요즘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무엇을 실수했는지도 모르는채, 곤경에 빠지기 일쑤였고 사소한 말과 행동들에 상처를 받았다.
그 때마다 좌절하기보다는 '리라클 리나'로 변신해서 뱀파이어 글로리안을 물리치고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미션이라 생각하면 한결 수월했을텐데...나도 변신할만한 마법소녀를 찾아봐야겠다. 음...'프린세스걸'이 좋겠군.
책제목이기도 한, 세번째 이야기인 '무성교실'은 성에 대한 억압을 이야기하려는 줄 알았다. 억압이기 했지만, 다른 의미가 있었다.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등 많은 성소수자들이 살고 있다. 예전에는 성소수자들이 본인의 정체성을 숨기며 살아왔다. 요즘에는 시대가 바뀌어 모두들 당당하게 살려고 하지만, 사회적 시선은 아직도 그들을 억압한다. 누군가가 트랜스젠더이거나 동성애자라고 해도, 쉽게 친구가 되고 잘 지내려 하지만, 정작 내 가족이 그런 성소수자이면 혼절하는 상황까지 생기니까 말이다.
유키는 무성교실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세나는 자신의 성별을 모른다고 한다. 유토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섹스를 하고 싶다고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행복해지는 것에는 '성별'따위는 중요치않은 것인가. 트랜스젠더도, 동성애자도 그저 행복하게 살기위함일 뿐인가. 행복해지고 싶은 것뿐인데 그것이 '비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부분이다.
이렇듯 '무성교실'은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유쾌하고 거북하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 독특한 전개방식으로 흥미를 유발하고 마지막에는 큰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심란한 마음이 들때, 읽으면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