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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의 움직이는 찻집
레베카 레이즌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11월
평점 :

로지는 미쉐린 별점을 받은 레스토랑의 '수셰프'다. 로지는 수셰프가 되기까지 완벽을 추구하며 정해진 '틀' 안에서 15년이 넘게 살았다. 그래서 고립되었고 혼자되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순서대로 일하는 것이 몸에 벤 로지는 남편에게 갑작스럽게 이별 통보를 받는다. 로지는 혼란스러웠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사람이 어린 여자와 바람이 났다니. 심지어 그 둘은 행복하게 웃고 있었고 그 사실을 주방에선 로지만 몰랐다. 어느 누구도 로지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한순간에 음식에 대한 열정도 식었으며, 삶이었던 주방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사랑을 잃어서일까?. 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제대로 된 친구하나 없었다는 것에 좌절감을 느껴서 일까?. 로지는 런던을 떠나고 싶어졌다.
당장이라도 로지가 새로운 출발을 하고 성공해서 전남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했지만 로지는 망설인다. '도전과 자유'가 마냥 낯설고 불안해서. 그런 로지는 술에 잔뜩 취해 홧김에 일을 저지른다. 핑크캠핑카 '포피'를 구매한 것이다. 온통 핑크색인 작은 캠핑카 '포피'을.
술에 취해 나름 큰그림을 그리고 포피를 사긴 했지만, 막상 술이 깨니 로지는 불안하다. 레스토랑을 그만두면 커리어도 사라지게 될테니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한다. 진짜 한평생을 한 일만 해온 여자가, 그 커리어를 쌓기위해 고군분투한 여자가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웠을까?.
읽으면서 영화 '아메리칸 셰프'가 계속 생각이 났다. 비평가에게 별 두개를 받고 홧김에 실수를 저지른 칼이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새로운 꿈을 푸드트럭을 시작해 성공을 이루는 아메리탄 셰프 스토리처럼. '그래, 로지 너도 포비와 함께 찻집은 대박이 날 꺼야!'라며 계속해서 로지를 응원했지.
로지는 '아리아'라는 책벌레 친구도 사귀고, 사진작가 '올리버'에게 도움을 받고 어딘가 수상한 채식주의자 '맥스'와 멜랑꼴리해진다. 사실, 로지가 부러웠다. 무섭긴 했어도, 불안하긴 했어도 용기내어 포피를 타고 여행을 시작했고 운 좋게 매력적인 친구들을 사귀었으니.
내 대학시절에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군제대 후 복학한 선배가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주를 한 이야기를 풀어 놓을 때면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언제 여행을 떠날 지 이야기하곤 했었다. 실제로 친구들 몇몇은 여행을 떠났는데 난 고생할 게 무서워,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등등 여러가지 이유들로 가지 않았었다. 그 때 갔어야 했는데...나이를 먹고 직장생활을 하면 더 힘들어지는 건데...
'로지의 움직이는 찻집'은 처음에는 전남편놈을 욕하면서 로지의 복수극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며 읽게되지만 점점 전남편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지고, 로지의 여행에서 주는 행복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오늘밤엔 로지가 되어 아리아의 책방에서 홍차 한 잔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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