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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 숨구멍
JUUT 지음 / 인디언북 / 2021년 12월
평점 :

'이건 내 숨구멍'은 '소설의 흐름을 가진 시집'으로, '시작점', '보석 혹은 가공', '들킨다는 것', '인형놀이', '곱씹기', '지독함', '비워냄', ' 느린 고백'으로 구성되어 있다. 형식이 다소 생소했다. 시집같기도, 누군가의 일기장같기도, 누군가의 인스타피드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지.
마치 셀렙의 인스타피드를 훔쳐보다가 그 셀렙과 절친이 되어가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셀렙은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 마치 친구의 SNS을 보고 이별을 한 것을 알게 되어서 당장이라도 친구를 불러내 이별 위로주를 사주고 싶어지는 느낌이랄까.
'이건 내 숨구멍'은 '한 사람과 한 사람'이 겪는 사랑의 '시작'부터 '한 사람'이 '이별' 후의 끝맺음을 하는 이야기까지를 풀어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고, 옛 추억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다 그 사람을 미워하기도 하고, 지난 날들을 후회하기도 하는 이별후유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한 때 나의 보석이었던 사랑은 이제 없기에, 한 때 영원을 약속했었기에 한 사람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 사람을 미워하고 행복을 빌어 줄 수가 없다. '이건 내 숨구멍'은 사랑의 단면이 아닌 양면을 담아냈기에 미처 포장하지 못한, 순수한 감정을 묘사하고 있다. 다소 이기적이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온전히 한 사람을 배우며 느낀 것들을 고백했다. 함께한 시간은 찰나이고, 이후 홀로 앓는 시간은 꽤나 길었으나 이 모든 건 그 사람의 깊이를 사랑하여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이 여정의 끝은 진실된 애정 혹은 미화된 거짓이 될 수 있다.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의 끝을 보게 되면, 누구나 쿨하지는 못 할 것이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뭐가 문제인지 고민하다가 마지막에는 상대방을 욕하게 되지. 이별을 납득할 수 없어서. 상대방을 아직 사랑하고 있어서, 아직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아서. 내가 사랑의 끝을 온전히 받아드렸을 때,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거지.
사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잊어야할 때가 오면 그 슬픔을 가리기위해 많은 가면을 쓰는 것 같다. 그게 상대방을 비난한다던가, 아님 내가 한 사랑의 가치를 깍아 내리던가하는 일이겠지. '이건 내 숨구멍'은 거짓이 없었다. 사랑의 가치를 깍아내리지도 않았으며, 이별 후의 순수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감정의 양면성을 표현하고 있어 다소 불편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감정의 양면성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 좋았지.
그는 향을 남겼고 함께한 시간은 찰나였고, 이 후 홀로 앓는 시간은 꽤나 길었다. 가끔 생각나는 그 약속은 어찌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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