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모비딕에 나오는 흰수염고래를 좋아한다. 얼마나 대단한 고래길래 영우가 사랑하는 걸까 드라마를 너무 재미있게 본 나로서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현대지성의 '모비 딕'은 허먼 멜빌의 장편 소설 모비 딕의 완역본으로 국내 최초로 레이먼드 비숍의 판화가 수록된 책이다. 모비 딕은 책의 두꺼워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완독을 포기한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대지성의 모비딕은 이해를 돕는 각주와 레이먼드 비숍의 판화덕분에 수월하게 읽힌다.
바다를 동경하여 고래잡이배를 타고 싶어하는 청년 이슈메일은 고래잡이배를 타려고 낸터킷으로 향하던 중 물보라 여관에 머물게 된다. 그렇게 식인종 퀴케그와 한 방을 쓰게된다. 퀴케그 또한 기독교의 세상을 보고싶어 바다로 나온 식인종였다. 둘은 피쿼드호에 승선하게 된다. 그나저나 퀴케그는 진짜 식인종일까?. 정말 사람을 통째로 구워 먹었을까?.
피쿼드호의 선장 에이해브는 모비 딕이라는 거대 흰 고래에게 다리 한 쪽을 잃었다. 그 후 에이해브 선장은 모비 딕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피쿼드호를 타고 다시 바다로 나간다. 여기저기 모비 딕을 찾아다니다가 드디어 모비 딕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등에 작살을 꽂는다. 하지만 순식간에 피쿼드호는 난파되고 만다. 그렇게 흰 고래와의 광기어린 사투의 흔적들은 바다 속으로 사라지고야 만다.
모비 딕은 잘못이 없다. 그저 살기위해 발버둥을 친 것일 뿐이었다. 모비 딕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없이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존재일 것이다. 살기위한 몸부림을 인간들은 악하다고 여기니 말이다. 인간은 끈질기게 따라가 또다시 모비 딕의 등에 작살을 꽂는다.
모비 딕은 종교적 색체가 강하다. 하지만 불편하지 않다. 그 이유는 이슈마엘의 태도 때문이다. 자신과 같은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모욕하지 않는 한 무슨 종교를 믿든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 만약 그가 자신과 같은 종교를 강요한다면 읽지 않았을 것이다.
피쿼드 호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퀘이커교도, 낸터킷출신, 코드곶사람, 티스버리 태생, 식인종, 아프리카 흑인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요즘에는 당연하게 여길지 몰라도 멜빌이 사는 시대에는 다소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백인 진빵은 식인종의 수발을 들어야하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는 것만봐도 인종차별이 있음을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이슈메일은 식인종과 친하고, 자기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아마도 멜빌은 인간의 이기심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싶다. 욕심때문에 고래 등에 작살을 꽂고, 인류의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고 기독교를 강요하는 이기적인 사회에 대한 비판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