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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기행 2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ㅣ 삼국지 기행 2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평점 :
삼국지는 그 내용이 실로 방대하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수천명에 달하고, 삼국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수백가지의 전쟁들과 사건들을 감안하면 세부적인 내용을 일일이 다 기억하기 어렵다.
이 책은 제목과 같이 삼국지를 단순히 소설이나 역사로 읽는게 아니라 기행, 즉 저자와 함께 삼국지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인하대 융합고고학과 초빙교수로, 독서와 여행을 통해 다양한 저서를 저술하였으며, 특히 20여년간 중국 전역에 흩어져있는 삼국지 현장을 답사하였다.
그의 주요 저서로는 <삼국지기행> 외에도 <동서양 문명의 길, 실크로드>, <고려시대 서북계 이해> 등이 있다.

이 책은 1권의 1~2부에 이어 3부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삼국지기행 1권이 유비와 손권의 정략 결혼으로 끝났는데, 2권은 조조가 원소의 근거지였던 업성에 동작대를 완공한 것으로 시작한다.
3부 ‘용쟁호투의 역사와 전설’은 적벽대전 후 주유가 죽고 나서 주유가 추천한 노숙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노숙은 손권이 살 길은 유비와 연합하여 조조를 대항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자로, 그렇기 때문에 유비가 형주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익주 정벌을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무엇보다 손권이 범한 우는 다름 아닌 노숙이 천거한 방통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이다. 방통은 결국 유비에게 노숙에 의해 천거되어, 유비가 익주를 점령하는데 큰 공을 세운다. 물론 방통이 익주 정벌 과정에서 목숨을 잃지만, 그래도 그게 익주 정벌에 큰 역할을 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노숙은 죽고 그 뒤를 여몽이 이었는데, 여몽은 조조가 점령하고 있던 서주가 아닌 형주를 정벌하여 관우를 죽인 장본인이다. 그로 인해 유비도 그렇고 장비도 그렇고 관우의 죽음을 복수하겠다고 형주로 쳐들어가 결국 유비-관우-장비 삼형제가 죽고 마는 비극이 발생한다.
저자도 책 속에서 말하지만, 여몽이 형주를 치지 않고 서주를 점령하였다면, 촉나라가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서주를 만약에 손권이 차지하였다면, 오나라 역시 좀더 오래 지속하지 않았을까?
오나라와 손권의 이야기에서 서량의 마등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마등은 조조의 간꾀에 넘어가 너무나도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그의 아들 마초가 마대와 한수 등과 20만 대군을 이끌고 장안을 공격하나, 초반에는 조조가 밀리지만 가후의 계책으로 마초를 속여서 한수와 이간질을 시켜 서로 싸우다가 마초는 홀로 도망치고 만다. 마초는 무예는 깊었지만, 생각이 짧고 의심이 많은 자였는데, 결국 그로 인해 덫에 걸린 것이다.
20만 대군을 가지고도 조조에게 패배한 마초도 그렇지만,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한 방통을 보면 책 속에서 인용한 <삼략>에 나오는 장수의 12가지 자질을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청렴결백하고, 차분해야 하고, 공평해야 하고, 가지런해야 하고, 충고에 귀기울여야 하고,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하고, 인재를 유치해야 하고, 부하의 제안을 받아들일 줄 알고, 각국의 풍속을 알아야 하고, 산천형세를 꿰뚫고 있어야 하며, 지형지물의 험난한 곳을 알아야 하고, 전군을 슬기롭게 지휘해야 한다.
말이 12가지지,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보면, 장수는 만능이어야 하는 것 같다.
다음은 조조가 장로가 지배하던 한중을 차지하고 나서, 유비가 다시 한중을 법정을 앞세워 정복하는 내용이다.
조조는 자신의 영달만을 꾀하던 양송을 이용하여 한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사마의가 촉의 유비를 치자고 제안하나 이를 채택하지 않는다.
조조가 한중을 비운 틈을 타서 유비가 한중 정벌에 나서는데, 그의 장수 중 한 명인 황충이 조조의 명장인 하후연의 목을 베고, 조운의 활약에 힘입어 조조군은 열세에 몰린다.
조조가 직접 출정하지만 쉽게 유비의 방어선을 뚫지 못하고 결국 퇴각하는데, 이 때 나온 이자성어가 ‘계륵’이다. ‘계륵’은 닭갈비라는 의미인데, 요즘은 닭갈비를 즐겨먹지만, 사실 닭갈비는 별로 살이 없어서 먹기에 애매하고 버리기에도 애매하다.
유비는 한중을 차지하고 한중왕에 오르는데, 저자가 말한데로 한나라를 건국한 유방이 한중에서 그 기반을 다졌으니 유비 역시 어찌 감개 무량하지 않았을까 싶다.
책 속에서 저자는 왜 관우를 중국인들이 신격화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삼국지를 즐겨읽는 애독자들 중 상당수가 관우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뛰어난 무공 뿐만 아니라 용명과 지력(유비, 장비와 의형제 맺기 전에 시골에서 서당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의리(갖은 유혹이 있었음도 불구하고 유비를 저버리지 않았다)를 갖추었기 때문일 것이다.
관우는 중국에서도 곳곳에 관우상을 세우고, 군신, 재무실, 비밀결사의 수호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 기원은 송나라 때 이민족의 침입과 민중 봉기가 빈발하자 관우의 신격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관우의 신격화는 청나라 말기까지 이어졌다고 하니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유비가 죽고 나서도 제갈량은 유비의 아들인 유선(어릴적 이름이 ‘아두’로 기억한다)을 주군으로 섬긴다. 유비가 백제성에서 목숨이 넘어가기 전에 장수 이엄을 통해 서면으로 제갈량에게 촉왕의 자리를 권하였으나 이를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제갈량은 남벌을 통해 남만을 평정하고 유선에게 출사표를 던지고 북벌을 다섯차례나 강행하는 모습은 자뭇 장엄하기까지하다. 초반에는 조운의 활약으로 촉나라가 우세한 것 같았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군사수나 경제력에서 삼국 중 가장 열세에 있었던 촉이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어쩌면 오나라로부터 형주를 빼앗기고 나서부터 촉나라는 이미 기울기 시작한게 아닐까? 특히나 촉에 제갈량이 있었다면, 위나라에는 사마의가 있어서 조조가 죽고 난 이후의 브레인 역할을 하였다. 그러니 제갈량이 죽고나자 촉은 더욱 국력이 기울어 그 뒤를 이은 강유에도 불구하고 결국에 유선은 위나라에게 패망하여 항복한다.
저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촉나라의 인구는 94만명에 불과하였고, 군대는 10만명, 그리고 관리는 4만명이었다고 한다. 인구수가 100만명도 안되는데 관리는 많고 군대도 과도하게 많았던 것이다. 따라서 그 시대 촉한의 백성들의 삶이 고통스러웠음이 뻔하다. 그런 촉한이 삼국통일을 할 수 있을리가 만무하다.
삼국지의 승자는 누구일까? 조조일까? 아니면 후세에 어진 왕으로 추앙받는 유비일까?
개인적으로는 조조도 유비도 손권도 아닌 사마의라고 생각한다. 결국 조조나 유비나 세월을 이기지 못해 삼국을 통일하지 못하고 세상을 하직하였다. 손권도 오랫동안 장수하였다고는 하나, 결국 세상을 떠나고 자손이 오왕의 자리를 이어나갔으나 결국 사마의의 후손인 사마염이 세운 진나라에 의해 멸망하고 만다.
오나라는 왜 멸망하였는가?
오나라는 위나라에 비해 국토가 좁고 인구가 적었으나, 촉나라에 비해서는 영토도 넓고(형주를 차지하고 꽤 광활한 영토를 보유하게 된다) 인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손권의 손자인 손호가 황제로 즉위하고 나서는 대신도 함부로 죽이고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벌이는 등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따라서 진나라의 침공을 받았을 때 이를 막아냈을리가 만무한 것이다.

저자는 묻는다.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유비’인줄 알았다. 워낙 유비가 한나라의 왕손이고 유비의 어진함을 칭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유비가 아닌 ‘제갈량’이라고 한다. 그 이유로 나관중은 제갈량을 단순히 다재다능함을 넘어 신기에 가깝게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갈량이 뛰어난 책사였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삼국지연의>에 묘사되는 제갈량은 거의 능력이 탁월한 주술사에 가깝다. 결국 나관중이 과도하리만치 제갈량을 신에 가깝게 묘사한 것이다.
1권과 2권을 읽고 나니 책 속에 실린 수많은 사진들과 저자의 해설로 기존에 알고 있던 <삼국지연의> 중심의 역사적 허구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물론 역사학자도 아닌 내가 중국 역사를 정확히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허구와 사실은 분명히 제대로 구분해야 잘못되거나 편협된 시각을 갖지 않는다.
저자와 중국으로 삼국지 여행을 떠나 저자가 옆에서 계속해서 해설을 해주는 듯한 느낌을 줘서 이 책이 참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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