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상인, 중국상인, 일본상인
이영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9월
평점 :
한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중국인은 서양사람들이 보기에 외모가 비슷하다. 물론 오리지널 한국사람은 대체로 중국사람과 일본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을 잘 안다. 외모는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른 부분이 있다. 행동거지나 말투, 그리고 외모가 아닌 인상과 분위기에서 풍기는 게 서로 각각 다르다.
그렇다면 일반인이 아닌 상인, 즉 비즈니스맨(혹은 우먼)은 삼국 - 한국상인과 중국상인 그리고 일본상인은 어떻게 다를까?

저자는 패션기업 CEO이자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였던 국내 대표 한국상인이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과 일본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중국상인과 일본상인과 거래를 하면서 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비즈니스 전략을 터득하였더고 한다.
그의 경험과 노하우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EBS, 그리고 중국 TVS 등 국내외 미디어와 언론에서 소개되었다.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내 편을 만드는 기술’에서는 한국인들이 중국상인이나 일본상인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점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1장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중국에서 나이 많은 남자를 무조건 ‘따거’라고 부르지 말라고 충고한 부분이었다. 중국에서는 아무나 형님, 즉 ‘따거’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리고 중국상인이 웃으면서 ‘하오하오’ 혹은 ‘커이커이’라고 대답하였어도 그것을 소위 ‘예스’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두달 전 중국으로 출장을 갔을 때 이러한 기초적인(?) 지식조차 없었던 나였기에 비즈니스 미팅 후 저녁 겸 술자리에서 ‘따거’ 타령을 했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다행히 거래처였던 중국상인은 한국과 오랫동안 거래해왔던 터라 크게 개의치 않았겠지만, 그에게 나는 그냥 초짜(?) 한국상인으로 보였을거라 생각하니 얼굴이 아직도 화끈거린다.
2장 ‘바이어는 천사가 아니다’에서는 의례 한국에서는 바이어라고 하면 구세주 혹은 천사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과 일본상인은 그렇지 않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2장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중국상인이 거래를 트고자 가격이나 수량 등을 제안하면 항상 ‘커이’라고 대답한다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중국상인은 본사로 방문하면 술, 식사, 골프, 여행, 심지어 고급 리무진으로 공항픽업에 레드카펫까지 깔아주는 등 상상할 수 없는 극진한 환대와 접대를 해준다고 한다. 왜 그럴까?
계약하고 계약금을 입금하거나 중도금을 입금한 이후 중국상인은 연락이 닿지 않고 설사 연락이 닿아도 ‘메이반파’라는 황당한 답변만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불가능한 가격으로 주문한 악덕 한국상인을 대응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인데, 한국상인은 이에 대해 “중국상인은 믿을 게 못 된다”라고 하고, 중국상인은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는 한국상인을 이렇게 대응했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3장 ‘상인에게 고집은 귀머거리의 또 다른 이름이다’에서는 중국의 ‘꽌시’를 중심으로 중국상인의 특징을 이야기한다.
중국에서 ‘꽌시’는 말그대로 ‘관계’로 우리나라로 치면 ‘빽’ 정도에 해당한다. 아무래도 공산주의 국가이다보니 적지 않은 일들 - 각종 인허가나 행정처리 등을 추진하는데 꽌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상인들 간에 서로의 중국 꽌시를 가지고서 서로 다투는 웃지 못할 사례에서부터 중국에서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4장 ‘상인은 믿는게 아니라 지켜보는 것’에서는 중국상인과 관련된 여러 속성을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서 설명한다.
이 장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베스트셀러는 반드시 가짜가 만들어진다”는 진리를 저자가 깨달었던 내용이다. 특히 ‘베스트셀러는 가짜도 잘 팔린다’라는 불변의 진리(?)는 무척 인상 깊었다. 실제로 베스트셀러, 소위 히트상품은 신기하게도 금방 짝퉁이 범람한다.
짝퉁은 국내산(?)과 중국산으로 나뉘는데, 아무래도 국내산이 좀더 정품에 가깝다고들 한다. 중국산은 저렴하지만 B급 짝퉁이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실제로 중국 짝퉁시장에서 본 짝퉁제품들은 어딘지 2% 부족해보였다.
저자는 말한다.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말라!”
흔히 ‘되사기’나 ‘꺽기’, 알바를 고용해서 ‘긍정적인 구매후기 달기’나 ‘차트순위 울리기’ 등 악덕 상인들은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다양한 수법을 사용한다.
모든 상인들이 다 시장을 흐리는 것은 아니지만, 소수의 미꾸라지들은 소비자의 눈을 멀게 하여 그들의 욕심을 챙긴다. 그건 비단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심지어 미국이나 EU 등 서양도 말할 것 없다.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 점은 저자가 오랫동안 중국상인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터득한 그만의 비법과 노하우를 가감없이 솔직하고 자세히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점이었다. 정말 돈 주고도 배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꿀팁이기에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거나 할 계획인 한국상인이자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은 저자가 중국상인에 대한 설명에 지면을 일본상인에 비해 월등하게 많이 할애하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중국인에 대한 속설>이라는 코너가 자그만치 15개나 되는 반면, <일본인에 대한 속설>이라는 코너는 3개에 불과하였다. 솔직히 일본상인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많았던 나로서는 조금 많이 아쉬웠다.
이 책이 유용했던 점은 <상인의 팁>이라는 코너가 각 장마다 있는데, 거기서 저자는 상인으로써 알아야 할 다양한 꿀팁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중국상인 하면 ‘만만디’를 연상하게 되고, 일본상인 하면 ‘까치까치야마 전략’을 조심해야 한다. 그들 모두 상인이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들의 심리와 기질과 그리고 밑바탕에 깔려있는 상인정신을 잘 파악해야 그들과의 거래에서 손해보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은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삼국의 상인들을 상호 비교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이나 일본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삼국 상인들 간의 차이점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의문점을 해소해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