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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신화
김준 지음 / 파지트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얼마 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 영화가 개봉했다. 한국은 조금 늦었지만,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69개국에서 이미 개봉하여 박스오피스 1위로 누적 9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기록하였다. 영국과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원작 책까지 판매량이 급등하였다고 한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오디세이>에 열광하는걸까? 단순히 놀란 감독의 유명세 때문일까? 아니면 3,500억원을 넘는 제작비와 압도적인 스케일과 마케팅의 힘일까?
나 역시도 그렇지만, 분명한 점은 적지 않은 사람들은 어릴 적에 가나출판사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거나 2002년에 SBS에서 방영된 <그리스 로마 신화 올림포스 가디언>을 분명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나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와 같은 책들을 접하거나 최소한 들어는 봤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 올림포스 가디언>을 만든 저자가 <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출간하면서 돌아왔다고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리말부터 눈길을 끈다. “한 번쯤 읽어두면 좋은 머리말” 그런데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나의 뇌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읽으라고 명령한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과거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그리스 로마 신화 올림포스 가디언>과 이 책의 차이점을 분명히 한다. “왜”라는 질문에서 이 책의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방송이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이 책은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말한다.
머리말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리스 신화는 원전이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판본마다 조금씩 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는 저자에 따르면 한마디로 ‘신들의 막장 이야기’다. 이야기의 시작은 천지창조와 티탄의 시대로 시작한다. 여기서 티탄은 거인족이다. 그들은 서로 잡아먹고 근친상간에 심지어 자식이 부모를 살해한다.
그러나 신들의 전쟁, 신들의 왕인 제우스와 형제들이 아버지 크로노스를 몰아내고 올림포스 시대를 연다. 평화로운 시기가 이어지는 듯 하나, 제우스는 희대의 난봉꾼이다. 미녀만 보면 자신의 배우자인 헤라 몰래 몹쓸짓을 하고 다닌다. 그런데 헤라도 보통이 아니다. 질투의 화신이다. 그래서 애꿎게 제우스에게 당한 여인들만 괴롭힌다.
그래도 다행인지 그 이후로는 신들의 자녀인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등 영웅들의 시대가 이어지고 나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워낙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이야기 또한 방대하여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히는 것처럼 신들의 막장극을 몰아 보면 지친다.
그래서 이 글 또한 몇 가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거나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 그리고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내용을 몇 가지를 추려서 써보고자 한다.
#에로스
에로스는 사랑의 신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연정과 성애를 담당하는 신인데, 우리에게는 ‘큐피드’로 잘 알려져 있다. 날개가 달린 어린아이 모습을 하고 있는 큐피드의 ‘사랑의 화살’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점이지만, 그리스인들은 사랑을 한 단어로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욕망, 그리움, 우정, 그리고 가족애 모두가 우리 말의 ‘사랑’에 해당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랑을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소크라테스는 ‘에로스’를 결핍에서 풍요를 향해 가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아는 에로스는 아프로디테와 에레스의 아들인 사랑의 화살을 든 큐피드다. 화살도 두 종류다. 황금 화살에 맞으면 사랑에 빠지고, 납 화살에 맞으면 상대를 미워한다.
에로스의 여러 이야기 중 유명한 이야기는 프시케와의 사랑 이야기다. 프시케는 인간인데, 워낙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아프로디테 신전에 그녀를 보러 갈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에 분노한 신인ㅇ 아프로디테가 아들인 에로스에게 화살을 쏘라고 명하고, 효자인 아들은 어머니의 지시에 따른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가? 에로스는 활을 쏘려다가 그만 실수로 자기 화살에 스스로 찔려서 프시케와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만다. 갑자기 떠오르는 한 가지. 적지 않은 시어머니들(국내는 물론 해외도 그런 것 같다)은 자신의 며느리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데, 아프로디테도 그런 심정인가?
사랑에 빠진 에로스는 프시케와 매일 밤 어둠 속에서 얼굴을 숨긴 채 사랑을 나누는데, 절대 자신의 얼굴을 보려고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역시나 주변인들이 가만 있을리 만무하다. (이것 역시 동서양 고금을 막론한다)
프시케의 언니들은 “남편이 얼굴을 못 보게 하는건 괴물이나 뱀이니 잠든 사이에 등잔불 비추어 보고 괴물이면 칼로 찌르라”고 그녀를 부추킨다. 예나 지금이나 항상 주변인들이 문제다. 그리고 주변인들의 말을 참으로(?) 잘 듣는 많은 여성들의 성향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그래도 에로스와 프시케 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언니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사랑을 잃을 뻔 했던 프시케는 시어머니가 낸 네 가지 어려운 과제를 우여곡절 끝에 해결해내어 결국 정식으로 제우스의 허락을 받아 에로스의 정식 아내가 되고 신이 된다. 그리스신화의 재미난 점은 반신반인 뿐만 아니라 인간도 신이 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주변인들의 조언에 무조건 휘둘리지 말지어다. 물론 간혹 그들이 옳은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결국 나의 주관과 기준을 잦대로 직접 결정해야 한다.

#해바라기
우리가 알고 있는 해바라기는 원래 아메리카 대륙, 잉카인들이 키우던 식물로 16세기에 유럽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해바라기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스인들이 해바라기라고 부르는 꽃은 ‘헬리오트로피온’이라고 한다. 이름도 길지만 발음하기도 참 어렵다. 그 의미가 해를 따라 도는 꽃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아는 고흐가 그린 키 크고 큰 노란색 꽃이 아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해바라기는 태양을 사랑하다가 꽃이 된 한 여인의 이야기다. 페르시아의 공주였던 클리티에(언니)와 레우코토에(동생) 두 자매 중 언니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를 사모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헬리오스는 동생에게 눈길을 주고, 결국 간택(?)을 받지 못한 언니는 동생이 몰래 헬리오스와 정을 나눴다고 아버지에 거짓으로 고한다. 이에 분노한 왕은 자신을 욕보였다며 동생을 사막에서 산 채로 모래에 묻어서 레우코토에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의 질투는 정말 못 말린다. 아니 솔직히 소름돋게 무섭다. 역시나 동생이 죽었다고 해서 헬리오스는 언니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헬리오스는 클리티에를 아예 쳐다보지 조차 않는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간 언니를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클리타에는 결국 땅에 주저 앉아 태양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태양만 바라보던 그년느 10일째가 되자 꽃 한송이로 변했다고 한다. 그 꽃이 바로 그리스의 해바라기다. 저자의 말대로 모습은 바뀌었어도 사랑은 한결 같다.
무척이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사자성어로 ‘일편단심’이 분명한데, 뭔가 석연치 않다. ‘짝사랑’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애모’라고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기에는 소위 개죽음을 당한 동생만 불쌍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롯데제과에서 나온 해바라기 초코볼을 먹으며 짝사랑의 비극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역시 짝사랑은 슬프고 가슴 아프다. 그래도 질투에 눈이 멀어서는 안된다.

#쑥
‘쑥’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친숙한 풀이다. 그래도 먹는 풀이니 나물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는 쑥떡, 쑥국, 쑥차, 쑥뜸 등 다양하게 쑥을 사용한다.
무엇보다 단군신화에서 웅녀가 햇빛을 보지 않고 쑥과 마늘을 100일 동안 먹어서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리스 신화에서도 쑥이 등장한다. 아르테미스가 시녀들에게 쑥을 효능을 가르쳐줬는데, 부상이 나면 상처에 바르고, 산통이 시작된 여인에게는 끓인 물을 마시게 하면 통증이 줄고 출산이 빨라졌다고 한다.
히포크라테스도 약전에 이 풀(쑥)에 대해서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산통을 빨라지게 하고 태반을 내려오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유럽의 한 도시가 이 풀의 이름을 받았다고 한다. ‘체르노빌’. 검은 풀이라는 뜻이라는데, 그게 바로 쑥이라는 거다. 하지만 익히 아는 것처럼 체르노빌은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서 수십 만명이 피폭 영향을 받았고 그 주변 일대가 한마디로 ‘쑥’대밭이 되었다. 그래서 이런 이름을 얻게 되었나?
놀랍게도 쑥으로 만든 술도 있다고 한다. 19세기에 파리의 보헤미안 음료라는데, 알콜 도수가 60도에서 75도니까 이건 거의 보드카 수준이다. 반 고흐도 즐겨 마신 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1915년에 그 술을 정부에서 금지했다고 하니 이제는 마실 수 없게 되었다. 금지한 이유가 바로 환각을 일으키는 성분이 검출된다고 한다. 그래서 반 고흐가 즐겨 마셨나?
놀랍게도 ‘쑥’으로 2015년에 중국 여인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쑥의 종류 중에 약초에 해당하는 개똥쑥으로 말이다. 그녀는 4세기 중국 처방서에서 한 구절을 보고 약을 만들었는데 그게 말라이아에 특효였다고 한다. 이 외에도 개똥쑥은 항산화 및 향균, 그리고 항암(증식억제)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쑥이 우리 단군신화에서도 등장해서 그런지 더 친숙하고 반가웠다.

앞서 소개한 에피소드 외에도 이 책에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다른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저자가 후기에 밝히는 것처럼 “이 책에 담은 건 새 발의 피다. 신화는 파면 팔수록 나온다.”
어릴적에 재미있게 읽었던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에 이어, 성인이 되어서도 흥미롭게 다시 읽은 그리스로마 신화다. 왜 그리스 로마 신화는 지금까지도 매력적인가?
아마도 인간적인 신들의 모습도 그렇지만, 다양한 영웅들의 흥미진진한 모험담과 조금은 19금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 본성의 보편성을 보여주고 뛰어난 스토리텔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그리스로마 신화는 단순한 고전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가 매일 쓰는 단어 뿐만 아니라 서양의 문화, 예술, 문학 그리고 철학은 그리스로마 신화가 그 근간이 된다.
솔직히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이 너무 많고 등장하는 영웅들 또한 적지 않기 때문에 그걸 다 일일이 기억하기에는 기억력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쉽게 풀어썼고 무엇보다 그가 덧붙인 주석과 같은 내용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스로마 신화에 빠져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