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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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것과 같다. 왜냐면 저자가 만들어낸 허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 저자가 창조한 허구의 인물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읽을 때 소설 속 주인공과 나를 동일시하며 읽는다. 그래서 소설을 읽다보면 무척이나 가슴을 졸이고 슬퍼하며 어쩔 때는 웃고 통괘함까지 느끼는 등 희노애락이라는 다양한 감정을 겪을 수 있다. 그것이 소설을 읽는 묘미다.


그런데 ‘그루잠’? 무슨 잠이길래 ‘그루잠’일까? 사뭇 독특한 이 책의 제목에서 작가가 창조해내는 허구의 세계는 어떤 세계인지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인 윤 설은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냥 평범한 여성이다. 아니 솔직히 평범하기보다는 오히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은따’ 내지는 ‘아싸’였다. MBTI로 봤을 때 극 I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그런 그녀가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고 졸업하기 전에 꽤나 규모가 있는 큰 공기업에 취업한다.


그리고 첫 직장인 그곳에서도 학창시절처럼 주변인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직장내 ‘은따’ 내지 ‘아싸’로 지내는데, 직속 상관이었던 분이 주인공을 딸처럼(?) 잘 대해주다가 어느날 불미스러운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윤 설은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첫 직장에서의 아픔으로 세상과 스스로 단절한 채 지내나 생계 유지(?)를 위해 부득이 PC방에서 알바를 시작한다. 하지만 거기서도 은둔형 인간으로 지낸다. 그러다가 공인중개사를 준비하던 다른 PC방 알바생 최기영을 알게 되고 그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며, 결국 둘이 사귄다.


여기까지는 주인공의 성격과 성장에 대해 다루는 이야기라서 큰 감흥이나 쇼킹한 이벤트는 없다. 우리가 아는 어느 평범한 대한민국 소녀의 성장 이야기다. 그런데 최기영을 만나면서 상투적이고 시시콜콜한 연예소설로 이어지나 싶었는데, 저자는 이야기를 급반전시킨다.




주인공과 꽤나 오래 사귀고 꽤나 그녀를 위해주는 것 같지만 최기영은 결국 그녀가 받은 성추행 피해보상금으로 식당을 내주는 걸 도와준다면서 그녀의 뒷통수를 제대로 때리고 결국에는 이를 갖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소위 제대로 먹튀한거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에 의문이 들었던 점은 왜 주인공과 사귀었던 최기영은 홀연듯 주인공을 배신하고 갑자기 떠났는가 하는 점이었다. 단순히 저자는 진부한 이야기에 양념을 치고 싶었던걸까? 


책의 하반부에 저자는 최기영의 손자(?)가 전하는 최기영이 손수 쓴 편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왜 그가 먹튀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한다.


최기영은 주인공이 식당을 차리는데 필요했던 보증금과 매달 월세를 빼돌려서 도박으로 탕진하였다는 어쩌면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얘기다. 과연 최기영은 윤설을 사랑하는기는 했던걸까? 아니, 조금이라도 좋아하기는 했던 걸까? 


그래도 인생을 반백년 살다보니 주변에서 여자의 등을 쳐먹고 사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최기영처럼 도박이나 게임, 혹은 주식에 빠져서, 아니면 그냥 무능하거나 다른 여자에 빠져서 그렇게 사는 남자들이 꽤나 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일부는 이혼을 하거나 결국 헤어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남자한테 당하는 여성들의 상당수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참고 견디거나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러려니 하고 산다. 주인공 또한 그런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꽤나 씁쓸했다.


불행인지 다행인 점은 주인공은 식당을 폐업하고 램프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에 취업하게 되며, 거기서 다시 생계를 유지해나가며 삶은 헤처나간다. 




그리고 공장에서 일한지 몇 년이 지나 우연히 공중 화장실에서 길잃은 다 죽어가는 강아지를 발견하고 치료해준다. 그리고 ‘우주’라고 이름을 짓고 가족으로 맞이한다.  


책 속에서 주인공은 ‘우주’를 참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강아지의 이름을 ‘우주’라고 지었던 걸까?


주인공은 화장실을 좋아했는데, 그 이유가 화장실은 타일로 사방이 막혔고 들리는 소리나 공기의 냄새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을 주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이색적인 느낌의 화장실을 ‘우주’와 같다고 생각한 듯 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아마 소설의 주인공이 남자였고 남자 화장실이었다면 절대로 화장실을 좋아했다고 말할지 의문이다. 왜냐면 남자 화장실은 대개의 경우 꽤나 불쾌한 냄새가 엄청 심하게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성들은 공중 화장실에 오래 머무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세월은 계속 흘러서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친구였고 동창이었고 동반자 같은 사람을 만나서 사귀게 되고 결국 동거까지 하게 된다.


물론 그 사람은 남녀간 이성으로써 사귀었던게 아니라 가까운 친구인 ‘남사친’처럼 지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그 친구 덕분에 고난과 어려움도 이겨내고 나중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그 친구 덕분에 슬픔도 이겨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유일한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우주’도 죽고 주인공 또한 서서히 병들어 가서 허리조차 제대로 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어느날 평소처럼 친구는 마당에 나가 있었고 주인공은 눈을 감고 영원히 눈을 뜨지 않는다.


책의 후반부의 에필로그에 적힌 내용들을 솔직히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도 사후 세계인듯 한데, 주인공은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겠다고 책을 쓰고 있고 엄마는 그 책을 읽는다. 그런데 ‘이가을’이라는 주인공이 쓰는 책 속의 주인공 이름을 엄마는 낮은 소리로 ‘네 이름은 이가을’이라고 말한다.


뭔가 생뚱맞고 이상하다. 아니 나는 이해가 잘 안되었다. 문해력이 부족해서인가? 하지만 주인공이 혼잣말로 하는 독백에는 공감이 간다.


“허수아비가 바람 잘 날 없다”


인생은 정말 허수아비 같은 삶의 연속이다. 입시 경쟁에 치여 중고등학생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입학하면 또 취업 준비를 부단히 해야 한다. 그리고 취업하고 나면 다시 성과를 내야 하고 직장 동료들이든 경쟁사든 타인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중간중간에 발생하는 다양한 이벤트, 즉 역경이나 어려움은 보너스다. 우리 대부분은 인생을 살면서 바람 잘 날이 없다. 만약에 나는 평탄한 삶을 계속 살아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대단한 삶을 산거다. 금전적으로 부자인지 아니면 가난한지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책을 읽다가보니 저자가 친절하게 ‘그루잠’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루잠’이란 잠에 깼다가 이윽고 다시 잠에 빠지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그루잠’이라는 이 소설의 제목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엄마와도 연결된다. 바로 “엄마는 다이어리에 아빠를 만나기 전날 밤 늘 그루잠을 잤다”라는 대목에서 ‘그루잠’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주인공 또한 ‘그루잠’을 잔다는 대목에서 ‘모전여전’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에 컬러로 되어 있는 페이지의 내용은 전체 소설의 내용과는 관련이 있기는 한데, 조금은 어색한 내용들이다. 나름 재미있게 읽었지만, 솔직히 흰색 종이에 적힌 내용과의 직접적인 연결성을 찾지 못했다. 


특히 9장 ‘기록 너머의 것들’이라는 부분에서는 뭔가 소설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거 같기는 한데,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인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인생’이라는 게 정말 이런거구나 라는 공감을 격하게 한 대목이 있었다. 그 문장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나는 한평생을 진짜 정말로 열심히 살려고 했어. 사람들이 전부 나만 두고 자꾸 앞으로 가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나도 필사적으로 앞으로 가려고 했어. 조금이라도 뒤쳐지지 않으려고.”


“근데 결국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더라.”


그렇다. 주인공 윤 설도 그랬지만 나 역시도 반평생을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 물론 열심히 살려고 한 이유는 조금 달랐지만 말이다. 근데 재미있는 점은 이유가 어떻든 간에 주인공의 말처럼 결국 모든 게 제자리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공감가던 내용은 소개하면, 


“세상은 생각보다 가혹했다. 포기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라는 문장이었다.


현대인의 인생이 어쩌면 그런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아둥바둥 치열하게 살아도 결국 쳇바퀴 처럼 모든 게 제자리이고, 세상은 가혹하다 못해 포기조차 허락되지 않을 만큼 냉혹하다는 점에서 격하게 공감되는 문장이었다.


하지만 인생이 꼭 그리 어둡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면 힘들고 어려울 때가 있으면 즐겁고 행복한 때도 있어서다. 


‘소확행’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작은 것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인생은 꼭 그리 가혹하지만은 않다.


나는 오늘도 그루잠을 잔다. 한번 잠에 들면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자고 싶은데. 어쩌면 그게 인생인지도 모르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점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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