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장경철 지음 / 생각지도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즉 독서법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나 역시도 적지 않은 책을 읽으면서 늘 고민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책을 어떻게 읽는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일지 고민한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을 때 ‘다독’을 한다. 그리고 책 읽는 것을 나름 인증(?)하기 위해 ‘서평’을 작성하여 흔적을 남긴다. 아니면 읽었던 책 내용이 정말 거짓말 같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그래서 어떻게 책을 읽으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찾아왔다.
그런데 이 책에 표지에는 그것도 노란색으로 하이라이팅까지 해서 ‘읽고, 배우고, 자기 것으로 남기는 온전한 독서법’이라고 하니 궁금해서 이 책에 손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서울대를 나와 미국 프린스턴에서 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공부, 특히 독서의 중요성을 잘 아시는 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 스스로를 ‘지식의 유통업자’라 부르며, 지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유통하는 것을 삶의 소명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철학자 토마스 홉스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만약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많은 책을 읽었다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무식할 것이다.”
여기서 토마스 홉스는 ‘다독’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다. 저자 또한 이 문장을 접하고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독이 아닌 어떤 방식의 독서를 해야 할까?
이 책은 크게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왜 공부해야 하는가
어떤 대상을 찾아서 공부할까
어떻게 책을 읽을까
공부한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까
독서법에 관한 책인줄 알았는데, 목차를 보니 공부법에 관한 내용이 더 많은 것 같다. 저자는 독서와 공부를 하나로 여기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부를 하기 위해서 독서는 필수다. 요즘에는 인강이라는 소위 영상으로 학습할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책을 읽어야 한다.
챕터1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한다.
우리는 공부를 왜 할까? 왜 책을 읽을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공부하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다. ‘공부’라고 하면 따분하고 지겹게 느껴진다. 그래서 반발심이 생기는 아이들도 있지만, 분명한 건 ‘공부’는 평생해야 한다.
수많은 문장들 속에서 눈에 띄는 문장이 하나 들어왔다.
“모든 인간 안에는 잠재적인 가능성이 잠자고 있습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여러 자료들을 받아들임으로써 불만을 극복하고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궁금증을 해소하고 불만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저자도 말하지만 인간의 미래는 닫혀 있지 않다. 인간은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는 미완성의 존재이며, 그러기 위해서 독서는 필수다.
챕터2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를 다룬다.
이 챕터를 펼치니 저자가 인용한 독서와 문학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주는 CS 루이스의 <오독>의 문장 하나가 눈에 띈다.
“자기 자신으로만 만족하는 사람, 그리하여 작은 자아로 만족하는 사람은 감옥에 갇혀있습니다.”
공자가 ‘성인’이 순간 생각났다. ‘성인’이 되었다는 것은 작은 자아가 아닌 큰 자아를 지닌 사람이 아닐까? 공자가 말한 16가지 인간 분류 중 가장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성인’은 덕행과 지혜가 완전한 그런 완벽한 사람을 뜻한다.
그렇다면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루이스가 말한 ‘감옥’에서 나올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자아를 큰 자아로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역시 이러한 나의 견해와 유사한 의견을 제시한다.
“책과의 만남에는 자아의 닫힌 세계를 열어주는 기적의 열쇠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찰을 잘해야 하며, 관찰할 것은 크게 네 가지라고 정리해준다.
첫째, 우리가 속한 자연과 환경
둘째, 사람들
셋째, 나 자신
넷째,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와 역사
특히 저자는 “지혜는 단지 우리의 뇌와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 관련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우리가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는데 그치지 말고 유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스스로를 ‘정보와 지식을 유통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챕터3는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를 알려준다.
이 챕터에 등장하는 첫 문장부터 충격 그 자체다.
“금방 까먹을 것은 읽지도 마라”
솔직히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저는 “내가 읽은 것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시간을 들이고 횟수를 더하라”라고 조언한다.
당연히 회독수를 늘리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입시나 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그리 회독수에 목 매는 거다.
저자는 “단번에 이해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그것이 계속 내 경험과 생각 속에 거주하도록 만들어라”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그 또한 자신의 실패 경험에 비추어 독서(공부)를 할 때 메모하고 노트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는 단순히 메모하고 노트하는데 그치지 말고 반복하고 활용하며, 중요 단어를 정복하고 특히 쟁점과 대안을 찾으라고 말한다.

즉, 저자가 말하는 어떻게 책을 읽을지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금방 까먹을 것은 읽지도 마라
둘째, 메모하고 노트를 만들어라
셋째, 반복하고 활용하라
넷째, 중요 단어를 정복하라
다섯째, 쟁점과 대안을 찾아라
그리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바로 ‘고전을 읽어라’고 말한다.
왜 하고 많은 책 중에 ‘고전’일까? 저자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한다.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인정하지만 실상은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 바로 고전이다. 저자는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몇 가지 이유를 설명하는데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고전을 읽음으로써 시대의 유행에 함몰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고전을 읽음으로써 현 시대의 전제로부터 벗어날 뿐만 아니라 다른 대안들을 검토하는 가운데 더 자유롭고 풍성한 시각을 회복할 수 있다.
셋째, 고전을 읽음으로써 더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으며, 더 멀리 볼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한 가지 이유를 덧붙여 본다.
넷째, 고전을 읽음으로써 남들에게 유식해 보일 수 있다. (이건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왜냐고? 마크 트웨인이 말한 그대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읽은 사람들을 엄청 유식하게 본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공부한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 저자의 견해를 밝힌다.
이 챕터에서 저자는 ‘배움의 4단계’에 대해서 언급한다. ‘배움의 4단계’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단계: 무지의 무지
2단계: 무지의 인식
3단계: 의식적 앎
4단계: 무의식적 앎
1단계인 ‘무지의 무지’는 말그대로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모르는 단계다. 그리고 그 다음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면 의식적 앎인 3단계에 이르는 것이고, 4단계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이미 그 지식이 몸에 베어 있는 단계’라고 한다.
놀랍게도 4단계의 지식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지식을 굳이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변에 ‘나 잘났소’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4단계가 아닌 3단계에 이른 사람인 것이다.
결국 저자도 그렇고,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의 장승수 씨나 <7번 읽기 공부법>의 야마구치 마유 씨 등 소위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반복’이다.
‘반복’이 중요한 이유는 반복을 해야지만 뇌의 신경가소성이 자극되어 새로운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만들고 결국 저자가 말하는 4단계인 무의식적 앎의 단계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아래와 같이 고백하고 있지만 나 역시도 이와 비슷한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실제로 내 안에 남는 게 없는데, 어떻게 읽어야 할까?”
어쩌면 이런 의문은 저자나 나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독서가들이 갖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과거 학생시절 시험을 보기 위해서나 자격시험에 응시하기 위한 공부는 그냥 단편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불과했다.
저자가 책 초반부에 강조하는 부분은 다름 아닌 지식을 단순히 ‘수집’하는데 그치지 말고, 내 안에서 내면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발효’시키고 ‘숙성’시키는 것이라는 표현을 쓰는 데 무척이나 공감이 갔다. 왜냐면 한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김치는 바로 배추와 무가 발효 과정을 거치는 숙성이기 때문이다. 숙성을 통해 배추와 무가 감칠맛과 높은 영양가를 지닌 발효식품이 된다.
이처럼 독서도 발효과정을 거쳐 숙성시켜야 저자가 말하는 4단계인 ‘무의식적 앎’이라는 단계에 도달할 수 있기 떄문이다.
“생각하고, 반복하고, 숙성시켜라. 책은 그제야 나의 것이 된다.”
어쩌면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궁금하다면 꼭 본인이 학생이나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