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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끌리는 브랜드에는 틈이 있을까 - 현대미술에서 훔쳐온 욕망의 공식
윤상훈 지음 / 미래의창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책 제목부터 파격적이지 아닐 수 없다. 브랜드에 틈이 있다고? 게다가 부제목은 더욱 눈길을 끈다. ‘현대미술에서 훔쳐온 욕망의 공식’
너무 파격적이다 못해 비상식적인 표현 투성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책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마케팅, 브랜딩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파격에 책에 손이 가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시선을 끈다.

저자의 경력은 매우 놀랍다.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회사원이기도 하지만, 그는 설치미술작가이기도 하다. 회사 입사 1년차에 자신의 첫 개인전을 열었고, 대만에서 <입사 4년차 돈키호테> 개인전을 여는 등 마케팅과 예술을 추구하는 매우 독특한 분이다.
그는 이 책 외에도 <애매한 재능이 무기가 되는 순간>이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는데, 대만과 베트남에 판권 수출이 될 정도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그는 CBS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연사를 하였고, 국방일보 필진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한마디로 다재다능한 예술가다.

이 책은 크게 다섯 파트로 나눠져있다.
틈이란 무엇인가
시선을 빼앗는 법
경험을 재편하는 법
기억에 남기는 법
최고의 틈
결국 저자는 ‘틈’이라는 걸 브랜드와 결부해서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건데,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내내 저자가 말하는 ‘틈’의 참된 의미가 무엇일까 몹시나 궁금하였다.
저자는 책 도입부에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데이터가 시키는 대로 했고, 시장이 원하는 기능을 모두 담았다. 그런데 왜 소비자는 우리의 진심에 응답하지 않는 걸까?”
마케터라면 데이터를 믿고 마케팅을 기획했는데 예상 외로 시장(소비자)의 반응은 꽤나 시큰둥한 상황을 직면할 수 있다.
물고기를 정면에서 찍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처음에 저자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사례는 한마디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저자는 몇 년 물고기 모습이 담긴 달력 앞에서 시선을 멈췄다고 말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고기라는 생물을 떠올리면 대개 물고기의 옆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저자가 본 달력 속 사진에 있는 물고기의 모습은 물고기의 전신이 아니였다.
“모든 물고기가 마치 증명사진처럼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 달력의 브랜드 ‘우오즈라’는 SNS에 공개되자 엄청난 반항을 일으켰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우리는 물고기라면 표정이 없는 옆모습만 머릿속에 존재하고 있는데, 사진작가는 ‘찰나의 표정’을 포착했고, 사람들에게 ‘전환된 시선’이라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줬다. 그래서 저자의 말대로 하나의 브랜드가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리퀴드 데스, 죽음의 물이 14억 달러짜리 브랜드가 된 비결
우리는 매일같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시는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 조건이자 경제, 산업, 환경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물’의 가치는 얼마일까?
가정에서 정수기를 통해 나오는 물의 가치는 아마 1리터에 백원도 안될 것이다. 재미난 사실은 생수 한 병은 마트에 가면 200원 (코스트코에 가면 자판기에서 200원에 판다), 편의점에서는 1,000원에, 호텔에 가면 5,000원에, 그리고 비행기 기내에서는 1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다.
그런데 기내에서 파는 물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물이 있다. 바로 ‘Liquid Death’이다. 알루미늄 캔에 담아 파는 이 물은 사실은 ‘플라스틱을 죽여라’라는 슬로건으로 환경 메시지를 내세운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 물(음료라고 부르는게 맞겠다)은 ‘베블런 효과’로 볼 수 있다. 가격이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현상이다. 놀랍게 이 생수 브랜드의 가치는 14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파격의 지점에서 틈이 열렸다’라고 표현한다.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방식, 즉 페트병은 알루미늄 캔으로, 푸른 라벨과 산봉오리는 해골과 메탈로, 그리고 건강에 좋다는 메시지는 너의 갈증을 살해하라로 바꾼 것이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정반대로만 설정한 것이 아니라 ‘환경 문제’라는 표지판으로 해석의 방향을 잡았기에 이 브랜드는 소위 대박날 수 있었다.

미스치프, 워홀 진품 1점을 위작 999점에 섞어버린 그룹
현대 미술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앤디 워홀의 작품들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워홀의 진품 1점을 위작 999점과 섞어서 판다면 살 것인가? 이러한 독특한 방식으로 총 1,000장의 종이를 250달러 판매하여 화제가 된 곳이 있다. 바로 Museum of Forgeries이다.
우리말로 하면 ‘짝퉁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애초에 이것을 기획한 미스치프의 의도는 누구도 진위를 증명할 수 없게 만들고자 함이었다고 한다.
미스치프는 “작품을 물리적으로 건드리지 않았지만 파괴했다”고 선언했다고 하는데, 정말 발상의 전환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이러한 역발상을 한 미스치프에 대해 ‘사용자가 자신의 비범함을 증명할 수 있는 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스필버그는 지느러미 하나로 1시간 21분을 버텼다
할리우드의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 <라이언 일병 구하기>,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적지 않은 히트작을 냈다. 그런데 그가 아주 오래 전 1975년에 <조스>라는 공포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공지능은 커녕 컴퓨터 그래픽 조차 없던 시절이다. 그래서 25만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상어 로봇을 만들어 영화 촬영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기술이 고도화되지 않았던 터라 당연히 상어 로봇이라는 기계가 무게를 못 이겨 바다로 가라앉기 일쑤였고, 여러가지 고충으로 촬영일수도 늘어나서 감독 교체까지 거론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필버그 감독가 제시한 해법은 ‘잘라내기’였다고 한다. <죠스> 영화를 본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상어 모습 자체보다 영화에서는 1시간 20분 넘도록 상어의 지느러미만 보여준다.
그리고 상어의 시점에서 희생자를 바라보는 수중 카메라 워킹을 더해서 긴장감과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여기서 우리는 스필버그 감독의 천재성을 말하려는게 아니다.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결핍’이 오히려 ‘전략’으로 승화된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죠스바’라는 아이스크림까지 등장할 정도로 1970년대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스필버그의 영화는 다름 아닌 ‘결핍’, 즉 적절한 ‘틈’이라는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탄생한 명작인 것이다.
이 외에도 책 속에서 저자는 라코스테, 레고, 무인양품 등 다양한 브랜드의 사례를 통해 ‘틈’의 중요성을 말한다. 물론 저자도 말하지만, ‘비워두기’는 막연한 미학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틈’은 과거 우리 조상들의 미덕이었던 ‘여백’과 일맥 상통한다. 한국 예술의 진정한 미는 서구의 화려함이 아닌 단순 미, 특히 ‘여백’이다.
한국 전통 예술이 추구하는 바는 이렇다. 옛 그림이나 글 속에 등장하는 공간(여백)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다.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고의적인 비움을 통해 더 깊은 의미와 아름다움, 상상력을 이끌어냈다.
책 속에서 저자도 강조하지만, ‘틈’은 다름 아닌 공급자가 내리는 결론을 유보하고, 소비자가 자신의 경험과 감각을 투영할 수 있는 자유의 범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끌리는 브랜드라면 대체적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프라다’나 ‘에뜨로’ 같은 해외 명품 브랜드를 떠올린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끌리는 브랜드는 그런 해외 명품 브랜드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유명해진 브랜드를 책 속에서 다룬다.
저자는 말한다.
“모든 것을 비워버리면 여백은 공백이 된다.”
박서보 화백은 작품의 의도를 비웠고, 무인양품은 브랜드의 개성을 비웠으며, 레고는 완결된 형상을 비웠다. 하지만 그렇게 했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여백은 오히려 견고하게 유지되었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하나를 꼽으라면 당연 한국의 백남준 선생과 존 케이지의 도끼로 ‘피아노 부수기’ 퍼포먼스였다.
누군가의 눈에는 미친 짓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두 천재는 ‘파괴는 곧 기존 질서의 비워둠’이라는 상징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현대미술은 참으로 어렵다. 몇 백원짜리 바나나 한 개가 수십 억 원의 예술 작품으로 변모하는 신비스러움과 경이로움을 가졌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당부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A4 용지 한 장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그때 순간 느끼는 감각을 선으로 기록하라는 것이다.
나 역시도 A4 용지를 옆에 두고 읽었지만, 결국 A4 용지에는 아무 것도 그리지 않고 그냥 남긴 것은 낙서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관찰자가 아닌 실행자가 되지는 못했다. 그나마 이렇게 서평을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기업에서 활동하는 마케터 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시각을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보고 싶은 사람라면 한 번 꼭 읽어봐야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