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인생공부 - 천하를 움직인 심리전략 인생공부 시리즈
김태현 지음, 나관중 원작 / PASCAL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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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 사람, 아니 한-중-일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고전문학 작품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왠만한 사람은 누구나 아는 소설이다.


<삼국지>가 그토록 많이 읽히는 이유는 단지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전략, 경영 등 수 천 년 동양의 지혜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특이하게 우리가 다 아는 기존의 삼국지 이야기를 다룬 게 아니다. 삼국지, 정확히는 나관중의 소설인 <삼국지연의>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에 대해서 다루는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문열의 삼국지와 정비석의 삼국지, 심지어 만화 삼국지 등을 여러 번 읽었고, 삼국지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팬 중 한 사람으로 이 책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대기업 근무, 사업가, 탐험가, 명상가 등 다양한  인생 경험을 하였고 현재는 인문학자이자 지식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며, <군주론 인생공부>, <파스칼 인생공부> 등 여러 저서를 출간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군주론 인생공부>라는 책을 예전에 읽어서 그런지, 이 책 또한 꽤나 친근하게 느껴졌다.




‘삼국지’하면 조조와 유비, 손권이라는 세 군주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 중 유비는 다른 군주들에 비해 늘 실패와 도망이나 다닌 군주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인의를 앞세웠으며, 무엇보다 백성을 아끼는 인자한 군주로 묘사되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유비가 왜 유독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중 인기가 많을까?


솔직히 유비는 항상 도망만 다니고 조조나 손권에 비해 군주로서 전략이나 능력도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영웅들이 유비를 따르고 충성했고, 또 백성들 또한 단지 황실의 후손이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유비는 유독 인기가 많다.


이 책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 사례를 들어 유비가 왜 인기가 많은지를 설명한다. 그 이유는 유비는 항상 대의명분을 중시하고 인의를 앞세웠다. 뿐만 아니라 그는 백성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보호하였으며, 정의로운 군주로 행동했다.


특히 유비는 가는 곳마다 어진 정치를 펴서 백성들에게 칭송을 받았다고 하는데, 조조가 서주에서 백성들을 학살하자 유비는 직접 조조의 학살을 막았고, 형주에서 10만 피주민들이 자신을 따르자 병사들을 시켜서 백성들을 지켜냈다.


유비가 남긴 여러 명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는데, 무척이나 공감이 가기도 해서 소개한다.


“선이 작다고 해서 행하지 않고, 악이 작다고 해서 행해서는 안 된다.”


저자의 말대로 유비야말로 거창한 덕이 아닌 작은 덕부터 실천하여 민심을 쟁취하였다.




이에 조조는 ‘난세의 간웅’으로 잘 알려져있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유능한 신하가 될 수 있지만, 혼란한 시기에는 간사한 영웅이 된다는 의미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 워낙 유비를 한나라의 황실이라는 이유로 치켜세우고, 환관의 양자인 조조를 펌하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조야 말로 진정한 한나라 말이라는 당시 난세에 필요한 영웅이다.


이 책에도 소개되지만 지금도 조조가 남긴 명언 중 나의 가슴을 울리는 멋진 말이 있다.


“내가 세상을 저버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저버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문장이 심금을 울리는 이유는 세상의 시선이나 평가보다 내 자신의 신념을 우선시하겠다는 조조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러시아의 국민 시인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라는 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조나 푸시킨 모두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조조가 아버지의 친구이자 의형제인 여백사 가족을 몰살하고 저 말을 내뱉었을 때 그의 심정은 과연 어땠을까?


그 사건으로 진궁은 조조를 떠나지만, 그는 그러한 상황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뜻이 꺽이지 않고 한 걸음씩 계속 나아간다.


물론 호의를 베풀려다가 억울하게 일가족을 포함해 자신도 죽음을 당한 여백사가 불쌍하고 조조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정말 냉혈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다시금 우리는 자존감이나 자신의 신념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조조의 용인술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조조 자신도 매우 다방면으로 능력을 갖춘 리더였지만, 그는 출신이나 가문, 외모가 아닌 오직 재능과 성과를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여 활용한 용인술의 대가였다.


그는 곽가나 순옥, 정욱, 가후와 같은 뛰어난 인재들을 곁에 두고 적재적소에서 활용하였다. 천재적인 군사 전략가인 곽가가 제시한 전략을 적극 반영하여 조조는 여러 차례 전쟁에서 승리하였고, 순옥에게는 국가의 중대사를 맡겨 행정과 정책을 정비하였다.


오죽했으면, 용인술이 탁월했던 조조의 그러한 내용만을 추려서 나온 <용인술의 대왕 조조>라는 책까지 나왔겠는가!


무엇보다 “사람을 쓸 때는 의심하지 말고, 의심한다면 쓰지 말라”라는 조조의 용인술 원칙은 무척이나 공감가는 내용이다.


과거에 인수한 회사에 있던 임원들을 그룹에서는 내보내자고 하였으나,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잠재 능력을 알아보고 그들을 의심하지 않고 전권을 주고 중요한 업무를 각각 맡겼다. 그들은 결국 내가 원하던 성과를 냈었고, 매출이 10분의 1 토막나서 망해가던 회사가 정상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인재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수 영양분과 같다. 이 책에서도 소개하는 조조의 다양한 사례들은 어떻게 인재를 모으고, 그들의 충성심을 얻어내며 효율적으로 리더로서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지를 알려준다.




삼국지를 여러 차례 읽었으나, 이 책에서 새롭게 발견한 내용은 사마의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마의는 제갈공명의 북벌에 맞서 위나라의 관중과 서북면을 지켜낸 일등 공신이다.


“용은 크면 구름을 일으켜 안개를 내뿜고, 작으면 몸을 숨긴다.”


이 단 한 줄의 문장에는 사마의의 처세술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실제로 사마의는 처음 조조에게 발탁되었을 때 자신의 능력을 숨겼다고 한다. 자신의 재능을 감추며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앙표의 아들인 양수와는 달랐다.


자신을 과시하고 항상 자신감이 넘쳤던 양수는 뛰어난 지력과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계륵’이라는 역사적인 일화를 남기고 격노한 조조에 의해 처형당하고 만다.


똘똘이 스머프 처럼 행동하고 나대다가 결국 자신이 조조에게 ‘닭갈비’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물론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헤아리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상대방이 표현하지 않는 속내에 대해 심중을 예측하고 단정하여 행동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할 있다. 


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특히 무엇이든 급하게 서두르거나 촐삭대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언행 또한한 무겁게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책 말미에 소개된 삼국지 주요 인물들의 MBTI를 분석한 내용이었다.


요즘 시대에 맞게 MBTI로 유비나 조조, 손권, 제갈량, 사마의 등 주요 삼국지 등장 인물들을 분석한 부분은 무척이나 신선했다.


아무래도 이 책이 삼국지라는 대서사시를 스토리 형식으로 길게 풀어서 엮는게 아니라 주요 등장 인물들 개개인의 됨됨이를 통해 인생 공부를 하는 게 목적인 만큼, MBTI로 과거의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재미 또한 있었다.



이 책은 단지 삼국지에서 나오는 등장 인물만 다루지 않는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삼국사기>에 나오는 유방이나, 항우, 한신 등 다른 인물들의 일화나 사례를 든다.


심지어 <손자병법>의 손무나 <손빈병법>의 손빈 이야기까지 다룬다. 물론 저자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더 많은 내용과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삼국사기> 등 다양한 고전서의 이야기를 인용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삼국지 자체로도 많은 일화나 사례가 있고, 이를 통해서도 충분히 교훈이나 공부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사족’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단지 삼국지 팬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삼국지라는 장편소설을 한 권의 책에 엑기스만 담았다고 감히 평한다.


인생을 배우고 싶고, 특히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삼국지>라는 장편소설을 읽지 않고 책 한 권으로 압축해서 인생의 전략, 무엇보다 나를 다스리는 법을 알고 제대로 인생공부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은 그 값을 충분히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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