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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로 읽는 논어 - 삶의 순간마다 마주하는 공자의 지혜로운 가르침
안은수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4년 11월
평점 :
‘논어’하면 너무나도 유명한 책이기에 이를 소개하는 것이 새삼스러울 수 있다. 논어는 고전 중에서도 우리 한민족의 정서나 사상에 가장 많이 영향을 끼친 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유교의 여러 철학자 중에서도 가장 손꼽는 인물이요 그의 사상을 담은 책이 ‘논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점은 이미 2000년이 넘은 현대 시대에도 공자의 말들을 우리의 인생에 대해 깊은 가르침과 깨우침을 준다.
그래서 그럴까? 시중에는 논어를 해석한 책들이 적지 않아서 수십 종이나 출간되어 있다. 하지만 어떤 책들은 무척이나 한 장 한 장을 넘기기가 벅차다. 왜냐면 아무래도 고전이다 보니 내용이 다소 무겁고, 한자로 된 글 해석하다 보니 우리말처럼 쉽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과 같이 에세이 형태로 서술되어 있다고 하니 다른 ‘논어’ 책과는 달리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어 ‘논어’나 인생에 대한 지혜를 얻고자 한다면 한 번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는 성균관대 유교철학-문화콘텐츠 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유교 철학에 관한 전문가다.
그는 동양 고전에 대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이 책 외에도 <송시열에서 강문학사에게로>, <주회의 자연관 형성의 두 원천> 등 다양한 책을 저술하였다.

논어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어록을 엮은 책이다. 즉, 공자와 제자들이 나눈 대화를 정리한 책이다.
공자의 여러 사상 중에 가장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아마도 “열다섯 살에 지학 - 학문에 뜻을 두었고, 삼십에는 이립 - 삶의 목표를 세웠고, 사십에는 불혹 - 의혹이 없었으며, 오십에는 지천명 – 하늘의 명을 깨달았고, 육십에는 이순 - 다른 의견을 잘 수용할 수 있었으며, 칠십에는 종심 - 뜻대로 행해도 법도를 어긋나지 않았다”는 나이대별로의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고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이 책 또한 이러한 공자의 인생론을 바탕으로 립, 불혹, 지천명, 이순, 그리고 종심소욕불유구 등 5개의 파트로 구성하고 있다.
1장 (지우학립: 뜻을 세우고 확립하다)에서 인상적으로 읽었던 내용은 ‘실수 대처법’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리고 나 역시도 적지 않은 나이를 먹었음에도 생각지도 않은 크고 작은 실수를 하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스스로에게 몹시 화가 날 때가 많다. 그렇기에 실수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관한 내용이 특히나 눈에 들어왔다.
공자는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하는데, 이는 자기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잘못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을 젊은 세대는 ‘꼰대’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아닐까?
자기 성장을 위해 제일 먼저해야 할 일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라고 공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
공자는 또 “기세 좋게 행동하면서 정직핮 못하고, 어리석으면서 성실하지 못하며, 능력이 없으면서도 신뢰도 없으면 내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하는데 결국 겉모습을 중시하는 요즘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장 (불혹: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지니다)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불혹, 얼굴에 책임을 질 나이’였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인데,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의 아버지였던 링컨은 대통령 취임 후 행정부를 구성할 때 주변에서 여러 사람을 추천받았는데, 추천받은 사람 중에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인가? 아니다. 링컨 또한 초상화를 보면 알겠지만 절대로 잘생긴 얼굴이 절대 아니다. 링컨은 그 당시 “사십 이후에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관상을 보고 판단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관상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의 인상을 보면 그가 살아온 역사와 지금 그가 가진 생각을 유추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3장 (지천명: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다)에서 인상 깊게 읽은 내용은 ‘참사랑의 길’이었다. 공자가 말하는 사랑은 “그가 잘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내가 잘 살기 위해, 혹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하는 행위나 행동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물론 타인에게 배려하고 잘하는 것이 상대방을 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다 사랑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수기’를 해야 한다. 수기는 결국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마음을 다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여기서 ‘공부’는 학문이나 배움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인격 함양이요 자기 수양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4장 (이순: 다른 목소리를 포용하다)에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공감 능력’이었다.
주변에 보면 타인을 잘 공감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이다. 이러한 공감에 더해 겉에 있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배려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저자의 말대로, 자식이 아플 때 부모는 더 큰 고통을 받고, 사랑하는 연인의 아픔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자신이 그 어려움을 대신하고 싶어 한다. 그러한 공감 능력이 결국은 ‘사랑’은 아닐까?
우리는 간혹 학창시절에 선생님의 무심한 한마디에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곤 한다. 나 역시도 학생 때 들었던 한마디로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5장 (종심소욕불유구: 내 마음 가는 곳이 정답이다)에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삶의 자산 1호’였다.
당신의 삶의 자산 1호는 무엇인가? 돈? 명예? 가족? 아니면 아끼는 물건?
물론 정답은 없다. 왜냐면 개인마다 소중한 자산은 다르기 때문이다.
나의 삶의 자산 1호는 친구들이다. 많은 친구 중에서도 특히 나와 잘 통하는 친구들이다. 재미나게도 공자가 제자 중 안연을 가장 아꼈는데, 그 이유가 자기 뜻과 잘 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 속에 소개되는 공자의 이야기 중 공감 가는 부분이 있어서 소개한다. 공자가 위급한 일에 처하여 주변을 살피지 못하다가 일이 해결된 다음 살펴보니 자신이 아끼는 안연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노심초사하던 공자는 드디어 안연이 도착하자, “네가 죽은 줄 알았다”고 말하자 안연은 “선생님이 계시는데 어찌 감히 죽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만큼 소중한 사람은 없으면 안될 만큼의 삶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안연은 공자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안연이 옆에 있을 동안에는 공자는 누구보다도 행복했을 것이다.
공자가 소개하는 ‘좋은 벗’에 관한 내용을 끝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정직한 이를 벗하고, 믿을 만한 이를 벗하고 많이 들은 이를 벗하면 이익이 된다. 편벽된 이를 벗하고, 잘 구부러지는 이를 벗하고, 말만 잘하는 이를 벗하면 손해가 된다.:
즉, 정직하고 믿을 만하며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이 풍요로운 친구가 곁에 있으면 좋은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타인에게 좋은 벗인가?

엊그제 고등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세월이 흘러 벌써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과연 하늘의 명을 제대로 알기나 할까? 물론 내가 위대한 철학가 중 한 사람인 공자와 비교한다는 것조차 우스울 수 있다.
이 책은 공자의 ‘논어’를 에세이 형태로 쉽게 풀어쓴 책이다. ‘논어’에는 공자의 ‘인’의 사상이 집약되어 있는데, 인간의 존재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그리고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삶의 지혜를 담고 있는 ‘논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데 기존의 ‘논어’ 책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은 쉽게 풀어쓴 만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