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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예찬 - 위대한 사상가들의 실패에 대한 통찰
코스티카 브라다탄 지음, 채효정 옮김 / 시옷책방 / 2024년 6월
평점 :
실패를 예찬한다고? 우리네 동양권 정서상으로는 솔직히 쉽게 납득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실패에 관대하지 않다 못해 아예 용납조차 하지 않지만, 서구에서는 실패에 대해 너그럽고, 심지어 실패담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려고 노력한다.
세계의 IT를 주도하고 있고, 세계적인 혁신 창업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가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실패에 관대한 분위기 덕분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이 책은 실패에 대해 관대함을 넘어 실패를 예찬하다고 하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공과대학교의 인문학 교수이자 호주 퀸즈랜드대학교 철학과 명예연구교수이다.
그 전에는 위스콘신대학교, 코넬대학교, 노트르담대학교 등 미국 대학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에서도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이 책 외에도 <신념을 위해 죽다> 등 12권 이상의 책을 저술하였고, 뉴욕타임스 등 언론에도 글을 기고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타락한 세상에서’와 2장 ‘정치적 실패의 폐허 속에서’. 3장 ‘위너와 루저’, 그리고 4장 ‘궁극의 실패’로 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과거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계속 등장한다. 프랑스의 시몬 베유의 사상에서 인도의 간디, 그리고 에밀 시오랑까지.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철학사상은 시오랑이었다. 그 이유는 시오랑은 실패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알았다고 한다.
놀랍게도 시오랑의 조국인 루마니아는 실패의 나라라고 한다. 루마니아에서 가장 자주 쓰는 동사 구문 중 하나는 “그럴 예정이 아니었다”라는 말로, 예정설을 강력하게 암시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처음 의도했던 것과 달리 실패하였다는 얘기다. 특히 루마니아인이 실패에 관대(?)했다는 점은 시오랑이 자신의 친구에게 한 말에서도 알 수 있는데, 시오랑은 “나는 <실패의 철학>이라는 책을 루마니아인 전용이라는 부제를 달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 시오랑은 자신이 사귄 최고 친구들은 작가가 아니라 ‘루저’들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책은 실패를 저자가 직접적으로 예찬한다기보다는 다양한 철학자들의 실패에 대한 철학적 관점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솔직히 ‘철학’하면 왠지 그 단어에서 풍기는 어려움이 조금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게 느껴진다. 실제로 이 책이 다른 번역서처럼 원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난해진 것인지 아니면 내용 자체가 철학을 다루다보니 나의 짧은 배경지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책 내용을 100%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나마 중간 중간에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간디나 톨스토이 같은 인물에 관한 얘기나 현대와도 밀접한 사례가 나와서 반가웠다. 하지만 나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실패와는 다소 조금은 거리있는 내용들이 나와서 책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실패는 성서에 나오는 원죄와 같아서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우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남녀노소, 신분이나 계층을 막론하고 실패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인상에 남는 문구 하나를 소개하면서 글을 맺는다.
“실패가 내 인생을 구원할 수 있을까?
반평생을 살아온 나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한때는 잘 나기도 했지만, 수없이 실패를 해왔고 고난을 거듭해왔다.
그렇지만 저 질문에 시원스레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저자는 인생을 구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실패를 잘 사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실패를 통해 우리는 자신과 세상,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의 위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전부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결국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으로 우리는 한발자국 더 내딛을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갓난아이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넘어지다가 홀로 걷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보면 애기 때 걸음걸이를 배우는 것도 그렇고, 나중에 소년이 되어서 두발 자전거를 배우는 것도 끊임없는 실패에서 경험을 쌓고 배움을 통해 결국 자연스럽게 걷게 되었고, 자전거도 잘 타게 되었는지 왜 그것을 잊고 있었는지!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인간은 이야기를 하는 동물이다”라고 말한다.
이야기가 있기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말하는 대로 존재하고, 우리 삶을 가치가 있게 만든다.
실패는 이야기 속의 결과가 아니라 한 과정에 불구하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책의 뒷표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실패를 누구보다 잘 뛰어넘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저자는 우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실패를 거듭하는 실패를 타고난 존재이지만, 결국 그 실패를 잘 통찰하여 그 경험을 바탕으로 결국 성공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실패예찬>이라는 제목과는 조금은 다르게 저자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물론 실패라는 맥락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기에 우리는 실패를 딛고 이야기를 끝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실패란 성공을 재해석하기 위함이 아닐까?
우리를 완전한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실패를 감지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철학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서 조금은 어렵지만 실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