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유 -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서
장인성 지음 / 북스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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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장인성이라는 국내 한 유명 플랫폼 기업의 CMO가 쓴 산문집이다. 다른 산문집과 달리 책 표지부터 남달라서 그런지 무척이나 눈길을 끈다.


손목에 문신 “Temporary”도 그렇고, 물위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것도 그렇고 심지어 책의 제목도 남다르다.




저자는 브랜딩 마케터다. 자신을 책 날개에서 “브랜딩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을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을 바꾸게 하는 일”이라고 적었다. 


사실 마케팅이라는 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고객의) 생각을 바꿔서 자사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다. 그래서 마케팅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저자가 ‘마케터구나’라고 알 수 있다. 




프롤로그와 26개의 각기 다른 내용의 소주제,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26개 소주제 중에서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나름 재미있거나 감명 깊게 읽는 내용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김밥, 나의 소울푸드


당신에게도 소울푸드가 있는가? 혹시 소울푸드가 무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한마디로 영혼의 안식을 얻거나 흔들릴 만큼 인상적인 음식이다.


저자는 ‘김밥’이 소울푸드라고 서슴치 않고 말하는데, 사실 저자는 김밥을 싫어한다. 그런데 솔직히 주변에 김밥을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의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어릴 때 안 좋은 기억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누구나 어릴적 좋지 않은 기억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기억이 있다. 그런데 저자의 안 좋은 기억은 조금은 슬프다. 


빵집을 하던 어머니가 제때 밥을 챙겨줄 수가 없어서 김밥을 준비하셨다고 한다. 처음 먹을 때는 당연히 맛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도 어쩌다 한번 먹어야 맛있지 매일같이 끼니마다 먹으면 물린다. 


사실 그 당시 김밥에 어떤 내용물이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분명 저자에게는 ‘어머니의 부재’를 알리는 키워드이기 때문에 싫었던 게 아닐까?


저자는 어머니가 빵집을 하였는데, 빵을 좋아하였다고 한다. 분명 배 터지게 다양한 종류의 빵을 매일 같이 먹었을 텐데, 왜 김밥은 싫고 빵은 좋았던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빵은 ‘어머니가 돌아왔다’라는 상징성을 갖기 때문이리라. 어린 소년의 마음에 엄마의 존재는 그만큼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타투는 무슨 의미예요?


책 표지에도 나오지만 저자는 손목에 “Temporary”라는 글자를 타투로 새겼다. 저자는 이 타투가 최애타투라고 말한다.


그 타투는 다름 아닌 저자가 구매권을 응모해서 당첨받은 희귀템 “Temporary”라는 글자가 새겨진 한정판 벽시계를 의미한다. 저자는 손목에 새긴 이 글자를 볼 때마다 저자를 위로하고 어쩔 때는 겸손한 마음을 만들어준다고 한다.


솔직히 나 또한 몸에 타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용’ 문신을 할까, 아니면 ‘호랑이’ 문신을 할까도 생각했었다. 


공자의 가르침에도 나오지만, ‘신체발모 수지부모’라고 도저히 내 몸에 타투를 할 수 없었다. 물론 요즘에는 타투를 지울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몸에 흔적이 남는다고 하니 보통의 결심으로는 할 수 없는게 타투다.

 

하지만 저자는 몸에 새긴 타투를 통해 위로를 받고 겸손한 마음까지 들게 만든다면,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신체발모 수지부모’라는 공자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타투를 할 수 있는 excuse가 될 것 같다.



달리기를 해보자는 마음이 든다면


저자는 SNS에서 꽤나 유명한(?) 마라토너다. 그러니 그의 산문집에 달리기에 관한 내용이 빠질리가 없다. 


나 또한 매주 두 번 정도 한강변을 달린다. 이 책에서 저자는 등산하려면 필요한 각종 등산 장비가 있듯이, 달리기를 하려면 필요한 각종 장비(속칭 아이템)을 소개한다.


런닝화 - 달리기를 하는데 좋은 운동화는 필수다. 물론 저자처럼 나는 나이키 팬은 아니다. 


운동복 - 평상복을 입고 뛸 수는 없지 않은가? 당연히 땀을 빠르게 말려주고 적절히 체온을 유지해주는 기능성 소재로 된 운동복이 있으면 좋다. 하지만 없다고 달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달릴곳 - 나는 한강변을 달린다. 한강의 남쪽에만 달리기 뭣해서 잠수대교를 건너 북쪽 길도 달린다. 강이 아니더라도 공원이나 시내 천이 주변에 있다면 달리기 그만한 곳은 없다. 다만 날씨가 좋을 때면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고에 유념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 밖에도 런닝밸트나 물, 무릎밴드 등 다양한 소품(?)도 있지만, 그런건 달리는데 걸리적 거리기만 한다. 그냥 나의 달리기를 도와줄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이어폰이면 충분하다.


저자는 페이스 조절이나 자세와 호흡 등 중요한 부분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고 언급한다. 달리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유용한 정보를 액기스만 잘 추려서 놓은 것 같다.



(우리가 사랑하며) 사는 이유


저자는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우는 소위 ‘냥이집사’다. 총각 때부터 원래 키웠던게 아니라고 한다. 원래 와이프 분이 결혼 전 키웠던 ‘메이메이’라는 냥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강아지를 키운다. 개라고 말하기에는 인형처럼 정말 작은 미니 비숑이다. 100일도 채 안된 새끼강아지를 입양한지 벌써 7살이 되어가는데, 지금도 손바닥에 앉힐 수 있을 만큼(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작다. 


저자의 배우자분은 강아지가 아닌 냥이를 키우며, 그 중 먼저 보낸 ‘메이메이’의 경우 18년을 키웠다고 한다. 그 정도 키웠으면 당연히 그냥 냥이가 아니라 자연스레 가족 멤버 중 하나가 된다.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 생을 마감하듯이 고양이도 20년 정도 살면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가만, 강아지는 수명이 몇 년이었지? 15이었나? 그런데 책 속에는 메이메이가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도 저자와 저자의 와이프, 그리고 메이메이는 한 침대에서 자다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을 함께 지켰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장이 끝나는 끝자락에 메이메이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 나오는데, 그 사진을 보자 나도 모르게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불현듯 이런 생각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역시 저자는 마케터다”



눈이 좋을 땐 안경을 쓰고 싶더니, 눈 나빠지니까 벗고 싶고


이 장의 처음부터 저자는 말한다. “인간은 어리석게도 구하기 어려운 것. 자신에게 없는 걸 추구한다.”


나 또한 우매한 인간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래서 저자처럼 눈이 좋은 어린 시절에 그렇게 안경이 쓰고 싶어 눈을 나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소년이 소원 성취한거다.


그래서 초등학교 6학년때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물론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하지 않아서 여전히 안경쟁이다.


저자도 눈 나빠지니까 안경을 벗고 싶다고 말하는데, 나 역시도 가끔 안경을 쓰는게 불편할 때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언젠가 그런 생각을 아예 접어버렸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나그네들에게만 밝히는 비밀(?)이지만, 어릴 때 첫 사랑이 내가 안경을 벗었을 때보다 끼고 있을 때가 더 멋있다고 해서다. 


그래서 그 철없던 소년은 첫 사랑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 때문에 안경을 쓰게 된 것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으며 살아간다. 죽을 때도 끼고 화장해달라고 할 참이다.



가장 좋아하는 책


저자는 책 후미에 자신이 좋아하는 책 12권을 밝힌다. <서재에서 뽑아 온 추천도서 10>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12권이다.


저자는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집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해 그의 베스트셀러는 다 읽은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그 내용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머리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하루키 소설에 대한 기억은 참 내용이 좀 야하거나 전개 방식이 독특했던 것 같고, 그래서 내가 그의 책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저자는 하루키의 소설이 아니라 오히려 하루키의 에세이가 더 좋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 나이대의 책 좀 읽어본(?) 사람, 특히 남정네라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 남정네는 없다. 내 친구들도 하루키 팬들이 퍽이나 많았는데, 저자 또한 하루키 찐팬인 것 같아 무척이나 오래된 옛 친구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루키상, 오겡끼데스까?


아참, 이건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닌 영화 ‘러브레터’에 나오는지 명장면이지! 일본에 두 번 가봤지만, 솔직히 삿포르는 가본 적은 없다. 언젠가 삿포르에 가서 나도 “오겡끼데스까?”라고 외쳐보고 싶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사는 이유란 의미가 뭘까? 사는(live) 이유일까 아니면 사는(buy) 이유일까? 이러한 언어적 유희는 어쩌면 한국어만 갖는 매력인 것 같다.  


책의 뒷커버에 저자는 나의 의문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무엇으로 이런 기분을 살 수 있을까?”


역시 live가 아니라 buy였다. 저자는 찐마케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구판 <하루키 일상의 여백>)이라는 에세이가 생각났다. 저자가 책 속에서도 밝히지만, 하루키가 그의 최애작가이기도 하고, 그의 에세이를 좋아해서 저자도 모르는 사이에 책 속에 하루키의 냄새가 은연 중에 난건 아닐까 싶다.


하루키 또한 마라톤을 좋아하고 고양이를 키우며, 해외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저자와 참 공통점이 많다. 


산문집이라고는 하는데, 사실 그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그동안 저자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마치 브런치 플랫폼에 올린 글들을 모아서 출판한 느낌이 든다.


이 책에는 그의 생각이 담겨있고, 그의 취향이 담겨있고, 그의 살아온 흔적이 담겨있다.


 그래서 그럴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이 책은 마케터 장인성 개인이 궁금한 독자나 달리기/마라톤이 궁금한 독자, 그리고 타인의 삶이 궁금한 독자라면 본인이 찾고자 하는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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