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트렌드란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이라고 나온다. 요즘에는 트렌드, 특히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MZ세대의 관심사가 무엇인지에 기업들은 유난히 관심이 크다.
이러한 요즘 분위기에 편중하여 언젠가부터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낸 책인 <트렌드 코리아 2022>나 <트렌드 코리아 2023>는 교보문고 집계 베스트 셀러로 매년 등극한다.
그만큼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이나 마케팅 업계에서는 최근 트렌드에 열광하는데,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저자의 질문 “대중의 욕망인가 기업의 마케팅인가”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관련 업계에서 경영학 박사로 불릴 정도로 박식하다. 무엇보다 그의 소개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다름 아닌 그가 ‘경영학 박사’라서가 아니라 “동일성보다는 차이와 다양성을 지향한다”라는 문구다.
저자는 교육컨설팅 회사인 휴비즈코퍼레이션(주)를 경영하면서 작가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2016년부터 KBS1 라디오 <라디오매거진 위크앤드>에서 ‘생활 속의 인문학’ 코너를 진행 중이고,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 <직장인을 위한 출근길 인문학>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1 ‘대투자 시대, 돈을 향한 질주는 계속된다’에서는 요즘 불고 있는 물질만능주의 트렌드인 파이어족, 영끌빚투, 자본주의 키즈와 N잡러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 파트에서 유난히 눈길을 끈 대목은 ‘영끌빚투’였다. 저자는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골드러시’에 빚대어 ‘머니러시’라고 명명하였는데, 몇 년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코인가격이 폭등하자 MZ세대는 물론이고 다른 X세대를 포함한 구세대들도 앞다투어 영끌빚투로 코인을 사들였다.
물론 10배를 벌었네, 50배를 벌었네 하는 사람들도 봤다. 그리고 1억 넣어서 수십억 벌고 조기은퇴했다는 럭키 가이(?)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코인 가격의 폭락과 잡코인의 상장폐지로 빚더미에 앉았다. (이하 중략)
한마디로 골드러시를 쫒은 광부들처럼 나 또한 인생 한방을 노리다 쫄딱 망했다. 후회한들 어쩌리.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나 또한 너무 트렌드를 쫓아 한심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끌빚투의 실패로 언젠가부터 월급으로 한달 생활이 빠듯한 정도가 아니라 빚만 늘고 있다. 그래서 요즘 트렌드에 맞춰(?) N잡러를 꿈꾼다. 물론 회사 근무시간 중에는 다른 무언가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 방(독립된 공간)이 있지만, 회사라는 곳은 인건비 이상의 뽑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곳이기 때문에 소위 막내들이나 아싸가 아닌 이상에서야 업무 외에 다른 것을 하기에는 언감생심이다. 그렇다고 퇴근 후 2~3시간 짬내어 N잡을 하기에는 유튜버들의 어그로에 넘어가는 호갱(?)이 되는거다. N잡러 해보겠다고 강의니 전자책이니 구매해보고 시도했지만, 머릿속에 남는 건 결국 2~3시간으로 N잡 하기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파트2 ‘욕망의 진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서는 편리미엄, 펀슈머, 업글인간, 뉴트로, 그리고 감정대리인 등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 중 사람들의 욕망에 관한 것들을 살펴본다.
요즘 레트로가 유행이다. 책에서 레트로와 뉴트로의 차이점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두 개념의 차이점을 정확히 몰랐다.
저자는 요즘 MZ세대를 중심으로 부는 과거 향수 열풍이 결국 실패한 낙원으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과거는 실패한 낙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가 현재보다 나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거에 대한 향수가 생기고 이로 인해 뉴트로 열풍이 부는 건 아닐까?
파트3 ‘행복이라는 이름의 트렌드 상품’에서는 소확행이나 욜로족, 한 달 살기 등 사람들로부터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트렌드 상품을 팔고 있다고 말한다.
이 중에서 소확행은 요즘 내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한데, 과거에 너무 욕심을 부린 탓인지 요즘에는 욕심도 내지 않으려고 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 시도하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에피쿠로는 행복해지려면 갖고 싶은 것을 줄이거나 실제 가진 것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 가진 것을 늘리는 것은 어려우니 갖고 싶은 것을 줄여나가고 있는 소확행이 더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서다.
일상의 작은 행복에서 기쁨과 만족을 찾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오히려 “평소 삶에서 여유를 가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에 가깝다”고 하여 나와는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파트4 ‘진짜 나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서는 멀티 페르소나, 혼밥혼술족, 나나랜드, 아싸/인싸 등 ‘나’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파생된 트렌드가 과연 진정한 나를 위한 삶인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간다.
요즘 혼밥하는 사람을 많이 본다. 오죽했으면 혼밥족을 위한 테이블을 따로 만든 식당이 카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여럿이 먹는 것에 익숙한 나 역시도 처음에는 혼밥이 참 어색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혼밥이 편할 때가 있다. 과거에 내가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진부한(?) 원리에 너무 얽매여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혼술은 쉽지 않은 것 같다. 고독을 즐기면서 진정으로 혼자 술을 마신다는 건 보통의 내공이 필요한 게 아니지 않을까? 결국 바텐더와 얘기를 나누거나 도우미를 부르니까 말이다.
파트5 ‘일상,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시작됐다’에서는 메타버스나 언텍트, 조용한 퇴사, 인공지능 등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일상 트렌드에 대해서 살펴본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메타버스나 언텍트가 일상에 성큼 다가왔고, 그 이후에 등장한 인공지능도 어느새 챗GPT 등이 일반인에게 익숙하다.
이 파트에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조용한 퇴사’가 아닐까 싶다. 회사에 의외로 MZ세대를 중심으로 ‘조용한 퇴사’를 한 직원들이 종종 눈에 띈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부인할 지 모르지만, 누가봐도 사표를 내지 않았지만 이미 심리적으로 퇴사한 상태다.
시키는 일만 하고, 심지어 시키는 일도 딴 생각을 하고 했는데 엉성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퇴근시간이 임박하면 무슨 ‘레디… 고우’도 아니고 정말 땡돌이 땡순이다. 퇴근 후 N잡에 뛰어드는지 아니면 자기계발에 열중인지는 알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결국 ‘조용한 퇴사’를 한 그들은 결국 가까운 시일 내에 ‘진정한 퇴사’를 하지 않을까? 결국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회사에게도 그렇고 조용한 퇴사를 한 당사자도 그렇고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트렌드라는 이름의 마케팅으로 우리가 세뇌당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한 의심으로 쓰인 책이다. 유행이나 트렌드를 쫓지 않고 나다움을 찾아서 자기의 의지대로 자기 인생을 사는게 진정한 의미의 인생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말대로 트렌드라는 이름의 마케팅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인 소비와 기업들에게 개인의 생각과 지갑을 빼앗기는 우를 범하지 말자. 트렌드의 홍수 속에 저자가 일깨워주는 것처럼 올바른 길을 찾고 나만의 길을 찾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