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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츠나구 1 - 산 자와 죽은 자 단 한 번의 해후 ㅣ 사자 츠나구 1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정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평점 :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한다.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갔으니 이승에 남은 산 자와 대화를 나눈다는게 상식적으로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런데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난다?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 <사자 츠나구>는 산 자와 죽은 자가 단 한 번의 해후를 한다는 것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다소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미스터리 소설이다.

저자인 츠지무라 미즈키는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라는 소설로 2004년에 데뷰하였다. 그리고 <사자 츠나구>로 2011년 요시가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을 받았고, 2012년 <열쇠 없는 꿈을 꾸다>로 나오키상, 그리고 2018년 <거울 속 외딴 성>으로 서점대상을 수상하여 이제는 일본을 대표하는 차세대 작가다.
이 책은 일본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팔린 밀리언 셀러일 뿐만 아니라 영화 <츠나구>로도 영상화되었다.

이 책 <사자 츠나구>은 다섯 편의 이야기가 엮인 연작소설이다.
‘츠나구’는 ‘사자’, 즉 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자를 의미하는 일본어다. 몇 년전 죽으면 저승으로 가는 내용을 소재로 한 <신과 함께>라는 웹툰과 영화가 대히트를 쳤었다. <신과 함께>에서는 사자가 나오는데, 사자는 죽은 자를 염라대왕 앞에서 변호하고 저승길을 인도하는 인물로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츠나구’는 산 자와 죽은 자를 만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츠나구는 산 자와 죽은 자가 단 하룻밤 재회할 수있도록 연결해준다.
누군가는 한이 맺혀, 간절히 전할 말이 있어서, 진심이나 진실을 털어놓기 위해서 등 죽은 자를 꼭 만나야 할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하룻밤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사자와 만날 수 있는 날은 ‘보름달이 뜨는 밤’이라고 설정하고 있는데, 저자 나름대로 언제나 죽은 자와 산 자가 하룻밤 만날 수 있는 것보다는 ‘보름달이 뜨는 밤’이라는 일 년에 몇 번 안되는 것으로 설정하는 것이 더욱 이야기에 신비로움과 아쉬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리라.
그리고 저자는 오직 단 한 번만 산 자는 죽은 자와 재회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더한다.
이 책에서 나오는 죽은 자를 만나려고 하는 사람들은 실로 다양하다. 돌연사한 아이돌에서부터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실종된 약혼자, 화해를 미처 하지 못하고 죽은 친구 등 사람마다 각자 다른 이유가 있다.
다소 놀랍기도 하면서 이상했던 점은 츠나구가 산 자와 죽은 자간 면회를 호텔방에서 진행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츠나구가 어린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설정이나 호텔 카드키를 산 자에게 건내주는 점, 무엇보다 호텔 비용도 그렇고 죽은 자와 산 자를 만나게 해주면서 어떠한 비용도 일체 받지 않는 점은 나름 재미있는 설정인 것 같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아무리 산 자가 요청하여도 죽은 자가 거절하면 만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종된 사람, 대개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 조차 확인이 안되는 사람도 츠나구는 생사여부를 파악하고 죽었으면 산 자와 만남을 주선해준다는 것이었다.

소설 속에서 가장 짠(?)했던 부분은 7년 전 사귀던 여성이 실종되어 더 이상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쓰치야의 사연이었다.
산 자인 쓰치야 씨는 츠나구에게 그녀가 죽었는지, 죽었다면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의뢰한다. 쓰치야는 막상 만나게 된 날에 주저하지만, 결국 기라리(가명이고 실명은 ‘데루코’다)를 만난다. 그녀는 사라지기 직전에 쓰치야의 어깨에 기대어 “사랑해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는데, 그 장면에 머릿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죽은 그녀를 만나고 쓰치야가 츠나구에게 건넨 감상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제 미련이 남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기라리의 부모님을 만난 것이라고 암시하는데, 실제 소설에서는 기라리의 부모님과의 만남은 여운으로 남긴다.
책 속에서 ‘츠나구’는 되물림된다고 말한다.
원래는 할머니가 츠나구의 힘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를 아버지에게 물려주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린 소년에게 물려준 것이다. 물론 할머니는 소년에게 꼭 물려받지 않아도 된다고 선택권을 주지만, 소년은 츠나구의 힘을 받겠다고 한다.
그리고 소년은 죽은 자를 만날 수 있다면 아버지나 어머니가 아닌 자신에게 츠나구의 힘을 물려준 할머니를 만난다고 싶다고 말한다.

인생에 단 한 번 죽은 자와 만날 수 있다면 누구와 만나겠는가? 그 죽은 자를 만나게 해주는 티켓이 단 한장 뿐이라면?
망자는 산 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이 소설의 설정 자체가 산 자가 망자를 만나고 싶어서 해후를 의뢰하는 것이지, 망자가 산 자를 만나겠다고 의뢰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에 나에게 죽은 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딱 한 번 주어진다면 나는 누구를 만날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나겠다고 할 것 같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아버지. 지금 생각해보면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아버지와 못다한 얘기가 참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산 자와 죽은 자가 단 한번 만날 수 있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미스터리 소설이다. 간만에 한 번도 쉬지 않고 단번에 읽은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